정치
유엔 대북제재, 미·중 주도 못마땅한 러시아 몽니에 비틀
입력 2016-02-28 18:59 

강력한 대북 제재안을 도출하겠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러시아 돌부리에 걸려 막판에 비틀거리는 모양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전체회의에서 대북제재 결의안 초안이 회람된 뒤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기자들 앞에 설 때만 해도 27일, 늦어도 29일에는 결의안 통과가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러시아가 시간을 달라면서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한 지 50일이 지난 만큼 안보리는 대북 제재안 마련에 속도를 올려 이달 내로 북한 압박 수단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자칫 러시아의 검토작업이 지연되면 3월 1일이나 2일로 넘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준 유엔 주재 한국대사는 27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이 결의안 초안 마련에 40일 이상 걸린 것을 다른 안보리 이사국이 1~2일 안에 검토하기는 어려우니까 시간을 더 달라는게 러시아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요시카와 모토히데(吉川元偉) 유엔 주재 일본대사도 이같은 기류를 전했다. 그는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안보리 15개 이사국 가운데) 한 나라로부터 결의안 내용이 매우 광범위해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들어왔다”고 언급했다. 특정 국가를 지칭하진 않았지만 러시아를 뜻하는 것이다.
실제로 표트르 일리이체프 유엔 주재 러시아 부대사는 지난 25일 대북 제재안 표결 시점을 묻는 질문에 ‘다음 주라고 답해 미국이 원하는 초고속 결정을 내려주진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러시아가 민감한 내용의 변경을 요구하면 안보리 이사국들이 이를 다시 조율하는데 시간이 소요되고 일부 나라간 이견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러시아의 이같은 행보는 미국과 중국이 주도한 대북 제재 흐름에 대해 몽니를 부리는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중 하나로 ‘거부권을 가진 러시아가 자신의 존재감을 의도적으로 드러내려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엄중한 제재를 바라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러시아가 과도하게 시간을 끌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은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을 앞두고 북한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하며 대북(對北) 무력 시위에 나섰다. 미 공군은 25일(이하 현지시간)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무장하지 않은 미니트맨3 미사일을 남태평양 마셜제도 인근 목표지점을 향해 시험 발사했다고 미국 주요 언론이 밝혔다. 미니트맨3는 지상에서 발사하는 유일한 핵미사일로 최대 사거리가 8000마일(1만2875㎞) 이상이어서 미국 서부에서 북한까지 날아갈 수 있다.
이번 시험발사는 20일에 이은 두번째 발사실험으로, 북한 등을 겨냥한 미국의 핵공격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된다. 시험발사를 참관한 로버트 워크 국방부 부장관은 북한과 러시아, 중국과 같은 전략적 경쟁국들에게 미국이 효율적인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며 이것은 우리가 국방을 위해 필요할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28일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에서 미국을 비난하는 글을 통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무기가 아니라 사람들의 정신력, 사상의식”이라며 (한미연합훈련에 대해)무기만능론, 핵만능론이 골통에 깊숙이 박힌 악의 제국인 미국만이 고안해낼수 있는 착상”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요 20개국(G20)이 북한, 시리아 등지의 테러 자금 조달을 막기 위한 노력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은 27일(현지시간) 채택한 13개항 공동선언문(코뮈니케)을 통해 자금세탁방지기구(FATF)에 대해 테러 자금 조달 방지 노력 강화를 촉구하고 동참 의사를 밝혔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G20은 테러리스트 자금 조달에 단호하게 맞서기로 결심했다”며 테러리스트들의 자금 조달에 쓰이는 모든 원천과 기술, 경로를 막는 데 노력을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국가 간 협력과 정보 교류를 강화하고 세계 금융시스템의 허점과 결함을 해결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FATF는 북한,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을 블랙리스트에 올렸으며, 이달 19일에는 북한 기업 및 금융기관과 거래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안두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