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안전자산, 円·달러는 지금 사도 괜찮을듯"
입력 2016-02-28 17:50  | 수정 2016-02-28 20:18
"여전히 전체 자산의 일정 부분을 안전자산으로 채우는 것이 좋다. 단기적으로 엔화, 중장기적으로 달러화가 유망하다."
안전자산 가격이 연초 이후 많이 오른 상황에서 지금이라도 안전자산 투자를 늘려야 할지 궁금해하는 투자자들에게 전문가들이 내놓은 조언이다.
28일 매일경제가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4명에게 안전자산 투자방향에 대해 묻자 이들은 "최근 증시가 반등하긴 했지만 여전히 증시 불확실성이 크다"며 "안전자산을 일정 비중 이상 가져가는 것이 좋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올해 들어 안전자산 가격은 크게 오른 상황이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g당 4만168.4원이던 국내 금값은 지난 25일 4만9420.47원으로 23% 치솟았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작년 말 978.07원이던 100엔 값은 25일 1107.24원으로 13.2%, 작년 말 1177.5원이던 달러화 가치는 1241원으로 5.4%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2.18%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와 중국 경기 하락 가능성 등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며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엔화 자산을 추천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상당기간 아베노믹스로 엔화 가치가 지나치게 절하돼 있었던 만큼 본래의 가치로 회복될 여지가 높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일본 기업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일본은 막대한 해외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수익성 좋은 다수의 기업을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리스크가 부각될 때마다 글로벌 자금이 흘러 들어가는 도피처가 되고 있다.
조용준 센터장은 "아베노믹스 실시 이후 달러당 75엔이던 엔화값이 125엔으로 67%나 절하됐다"며 "엔화 약세 기조가 이제 끝났기 때문에 엔화 가치 상승이 향후 1년 동안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당분간 원화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엔화 등 안전자산이 국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이유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브라질·러시아·터키 등 경제위기에 직면한 신흥국들 위주로 통화 가치가 절하됐다면 올해는 그동안 괜찮았던 한국·멕시코 등의 통화 가치가 일제히 절하되고 있다"며 "신흥국 비중을 무조건 줄이려는 극도의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엔화에 투자하는 방법으로는 엔화 예금을 추천했다. 일본 증시가 불안한 상황에서 주식 투자 리스크가 커졌고 채권도 기준금리가 마이너스로 내려간 이상 큰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이종우 센터장은 "일본 주식 및 채권 전망이 별로 안 좋다면 이자율이 낮더라도 엔화 자체에 투자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화를 추천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당분간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달 들어 달러화 가치가 다소 내려갔지만 언제든 경기 개선 움직임이 관측된다면 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11년 유럽 재정위기와 같은 극단적인 위기에 처할 때 엔화나 금값이 강세를 보이지만 지금 그 정도는 아니다"라며 "경기가 회복되는 조짐이 보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를 다시 올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에 대해서는 올해 초와 같은 가격 급등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값은 기본적으로 다른 원자재 가격과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며 "글로벌 원자재 시장 수급 상황을 볼 때 다른 원자재 가격과 마찬가지로 금값도 계속 오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우 센터장도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만 의지한 금값 상승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채권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조익재 센터장은 "일부 국가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도입됐을 정도로 글로벌 채권 가격은 이미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러 채권 투자에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창목 센터장은 "하반기에 국내 기준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이 있어 지금 국내 채권에 투자하면 이자수익뿐만 아니라 매매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