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알고보니 협력사들 고혈 짜냈다
입력 2016-02-24 16:09 

백화점이나 대형마트가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와 같은 대형 할인행사를 실시하면서 중소 협력사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공개됐다.
중소기업중앙회(회장 박성택)는 최근 중소 납품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애로실태 조사 결과 대규모 할인행사시 판매 수수료 인하를 경험한 기업의 수는 34.8%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본래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이 중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코리아 그랜드세일, K세일데이 등 백화점, 대형마트에서 진행하는 대형 할인행사에 참가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 수가 115개다. 할인행사 때 제품의 가격 할인율은 평균 32.0%였다. 30% 이상 대규모 할인이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백화점, 마트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59.1%가 할인 전과 동등했으며 6.1%는 판매량 증가를 이유로 오히려 수수료율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경만 중기중앙회 산업지원본부장은 대규모 할인행사를 실시하면서 중소 납품사들은 30% 가량 낮은 가격에 제품을 납품하면서 수익성 악화를 감내하는 반면 마트나 백화점은 수수료를 유지하거나 올리면서 모든 부담을 납품업체에 전가한 것”이라고 정부가 내수진작을 위해 내놓은 대규모 할인행사가 중소기업의 단가 인하에 전적으로 의지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수수료를 감면받은 40개 기업의 할인폭 역시 평균 9.3%에 불과했다. 수수료를 감면받은 업체 중 주 거래처가 백화점인 비중은 37.2%로 대형마트(27.6%)보다 9.6%포인트 높았다. 상대적으로 백화점이 마트에 비해 할인행사에 따른 부담을 나누는데 적극적이었다는 의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거래처별 할인행사 참여율도 차이를 보였다. 백화점이 주 거래처인 기업들의 참여율은 41.3%였던 반면 대형마트를 주 거래처로 둔 기업들의 참여율은 9.9%에 불과했다.

할인행사에 참여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매출증대를 위한 자발적 참여라는 응답이 79.1%로 가장 많았지만 ‘유통업체의 참여 강요가 있었다(11.3%)는 응답과 ‘불참시 불이익을 우려해서 참여했다(10.4%)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김경만 본부장은 중소기업계는 정부의 대규모 할인행사 등 내수활성화 사업을 적극 지지하지만 대규모 할인행사를 정례화하기 위해서는 납품업체 할인율에 상응하는 유통업체의 상생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며 할인행사가 납품업체의 희생을 통한 유통업체의 꽃놀이패로 전락하지 않도록 납품업체의 수익성 하락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야 대·중소기업, 소비자 모두 윈윈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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