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19대 국회 첫 필리버스터 들여다보니...
입력 2016-02-24 11:40 

19대 국회 처음으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이 진행된 2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야당 의원들은 테러방지법에 대한 끊임없는 비판을 이어가며 테러방지법 본회의 저지를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첫 주자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비례대표 김광진 의원이 나섰다.
23일 오후 7시 7분께 첫 토론자로 단상에 오른 김 의원은 자정을 넘긴 24일 오전 0시 39분까지 5시간 32분 동안 쉬지 않고 발언하며 1964년 4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세운 발언 기록인 5시간 19분을 넘어섰다. 발언 도중 이석현 국회부의장이 4시간이나 하셨는데 목이 괜찮겠느냐. 다른 의원에게 넘겨도 괜찮을 것 같은데”라고 제안했지만 김 의원은 조금 더 하겠다”며 발언을 이어갔다.
김 전 대통령 기록 갱신을 눈앞에 둔 24일 0시 20분께 김 의원이 조금 더 말씀드리자면”이라고 말하자 기록 갱신을 직감한 일부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작은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김 의원은 발언이 끝나자 박수세례를 받았다. ‘탈진 상태에 이른 김 의원은 바로 바나나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김 의원은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이어 등장한 문병호 국민의당 의원은 24일 0시 40분 께부터 2시 29분께까지 1시간 49분 동안 발언하며 정의화 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한 것에 대해 거세게 비판했다.
문 의원은 24일 오전 출근길에서 ‘왜 2시간만 했냐는 기자들 질문에 우리가 세운 전략도 아니고 동참하는 건데 법안까지 읽어가면서 길게 하는 것은 좀 그렇다”고 말했다.
문 의원에 이어 24일 오전 2시 30분께 등장한 은수미 더민주 의원은 김 의원이 세운 5시간 32분 기록을 넘어서며 8시간 30분이 넘는 시간동안(24일 오전 11시 기준) 발언을 이어갔다. 본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필리버스터에 관한 네티즌 의견을 받은 뒤 이를 언급한 은 의원은 1973년 필리버스터가 폐지됐던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을 암흑 시기라고 부르는데 필리버스터도 박근혜 대통령 시절 폐지돼서 암흑 시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은 의원은 발언 도중 테러방지법과 무관한 발언을 해 정갑윤 국회부의장에게 제지를 받기도 했다.
24일 오전 6시 24분께 은 의원이 테러방지법과 무관한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발언을 시작하자 홍철호 새누리당 원내부대표가 강하게 항의했고, 정 부의장이 국회법 제102조에 의거해 의제와 관련없는 내용은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가 테러방지법과 관련없는 내용은 절대로 하지 말라”고 말했고 은 의원은 같은 당 의원에게 필리버스터를 제지당하다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필리버스터에 돌입하면서 오히려 정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인정해버렸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주선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의장이 자의적 해석에 따라 직권상정을 남용했는데, 이건 국회법 중단 사태고 상정 요건을 갖춘 상정이 아니다”라며 필리버스터를 하면 이 상정을 기정사실화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상정이 안 된 상태인데 무제한토론을 하면 우리 스스로가 국회법을 위반하는 행위”라며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하면 안 되고, 국회의장에 대한 응벌 조치를 요구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석환 기자 / 김강래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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