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승무원들만 아는 호치민의 음식·쇼핑 천국 `핫스팟`
입력 2016-02-22 12:05  | 수정 2016-02-22 12:07
베트남 호치민 노트르담성당

‘여행의 달인 승무원의 여행기를 소개하고 싶다고? 역시 매일경제 투어월드 팀이다. 사실 승무원과 항공기 기장들의 여행은 특별할 수 밖에 없다. 수없이 많은 도시들의 스폿을 찍는 대신 체류 시간이 짧다. 짧고, 굵게 즐기는 나름의 법칙을 터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베트남 경제도시 호치민 역시 마찬가지다. 다시 서울로 돌아가기까지 24시간.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리스트를, 그것도 알짜 포인트만 찍지 않고는 감히 투어를 감행할 수가 없어서다. 하지만 간다. 잠 보다 좋은 게, 남는 추억이니깐.
일단 눈을 뜨자마자 호텔 수영장으로 간다. 동남아 호텔 수영장은 이른 아침이 골든 타임이다. 이용하는 사람 제로. 누워서 커피를 마시는 여유를 부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벗은 채로, 아는 사람과 만나는 불상사도 없다. 오롯이 풀 전체가 내꺼다.
다음은 식도락 투어. 아침부터 부지런히 돌아야 24시간, 총알 투어의 미션을 완성할 수 있다. 승무원들 끼리만 알고 있는 맛집 명소 ‘pho2000으로 바로 직행. 부리나케 쌀국수 한그릇과 새우 스프링롤을 주문. 물론 이 두가지 메뉴는 호치민을 찍는 승무원들 사이엔 ‘자동 주문 메뉴처럼 튀어나와야 하는 이 집의 버킷리스트 메뉴다. 명불허전이다. ‘바삭 소리가 귓전을 때리는 새우 스프링롤 한 입. 이걸 배어문 채 뜨끈 뜨끈 쌀국수 국물을 한 입 떠먹는 순간, 여기가 천국이다.

여기서 잠깐. 베트남 식당은 냅킨 인심이 야박하다. 테이블 위엔 돈 내고 사야하는 물티슈만 놓여 있다. 그러니 여기서 또 승무원들의 팁 한가지. 베트남 식당을 돌아다닐 땐 미리 호텔에서 냅킨과 크리넥스를 두둑히 뽑아와야 한다는 것.
배가 빵빵해 지니 다음은 쉴 틈 없이 쇼핑 타임. 승무원들 사이에 ‘쇼핑 공식‘은 ‘사이공 스퀘어다. 일반 여행객들이야 근사한 쇼핑 센터에 가겠지만, 그건 바가지일터. 승무원들 쇼핑 리스트에 사이공 스퀘어가 들어간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명한 스포츠웨어 브랜드 제품(노스페이스)이 OEM 방식으로 베트남에서 생산을 주로 한다. 이걸, 바로 여기서 판다는 것. 물론 ‘짝퉁이라는 설과, ‘B품(하자 있는 상품)이라는 설이 있지만 그게 대수인가. 싸다는데.
처음 들어가면 좁고, 정신도 없다. 촌스러운 물건으로 가득한 것 같아 여기를 왜 추천하지 싶지만, 보면 볼수록 ‘대박이다. 여름 티셔츠, 파우치, 스포츠웨어에 겨울 점퍼까지 그냥 지나쳤다가도 일행 중 한명이 입어보고 사면 그거 괜찮네” 하며 너도 나도 사게 된다. 그러다, 다시 되돌아 간다. 맞다, 고향집 엄마, 아빠. 언니, 동생까지 생각나는 순간, 하나 더 담다보면 어느새 두 손 가득이다. 여기서도 팁 하나. 흥정은 시간낭비라는 것. 1달러도 깎아주지 않는 베트남 언니들과 기싸움 해 봐야 피곤할 뿐이다. 부르는 대로 그냥 주고 달려나와도 싸다. 주전부리 쇼핑도 필수. 조금 더 걸어가면 나오는 벤탄마켓이 포인트다. 커피와 견과류 같은 잡다한 것들을 산다.
쇼핑까지 마치니 슬슬 피곤해 진다. 눈치 빠른 독자분들, 아시겠지만 이럴 땐 역시나 마사지. 승무원들 끼리만 또 가는 핫스폿이 있다. 이름하여 ‘foot 137. 속 거북하실까봐(?) 미리 알려드린다. 베트남은 꼭 여자 손님은 남자 마사지사가, 남자 손님은 여자 마사지사가 맡아서 해준다. 약초를 우려낸 물에 발을 씻겨주고 발 마사지를 시작하는데 이때부터 뭔가 제대로 되고 있다는 느낌이 온다. 물론 엎드려서 등마사지를 받을 땐, 살짝 후회가 밀려오기도 한다. 입고 있던 티셔츠가 쓱쓱 말아올려져 목 위까지 올라가면 좀 고급스러운 곳으로 갈 걸그랬나 하지만, 곧 뭉친 근육이 살에서 뜯겨져나가 찰떡같이 변하면 ‘역시나 여기다하는 만족감이 밀려든다. 특히 뜨겁게 달궈진 ‘핫스톤 오일 마사지까지 받고 나면 비행 중 뻑뻑했던 근육들이 200% 다 풀어진다.
마사지 숍에서 주는 애프터 마사지 차 한잔을 마신 뒤 향하는 곳은 네일숍. 여성 여행족들은 아시겠지만 이거, 잘 골라야 한다. 한마디로 싼 게 비지떡이다. 하지만 딱 한 곳, ‘fame‘만은 다르다. 언제나 대만족이다. 10달러면 끝. 멋쟁이 손과 발을 가질 수 있다.
이 코스까지 마치면 해가 뉘엿뉘엿 진다. 저녁 무렵 길을 걷다보면 리어카나 자전거 또는 지게에 과일을 싣고 다니며 파는 아주머니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 역시 놓쳐서는 안된다. 마트가 아니라 그분들께 망고나 망고스틴을 한 봉지를 산다. 10달러면 양손가득 망고와 망고스틴을 호텔로 들고올 수 있다. 길거리 득템. 이 역시 놓칠 수 없는 여행의 재미니까.

▶ 승무원들만 아는 베트남 핫스팟
1. pho2000 = 베트남 식당은 호치민 내에서도 가장 유명한 식당이다. 전 미국대통령 클린턴 대통령이 베트남 순방 때 로컬 음식을 맛보기 위해 이 곳을 찾으면서 떴다. 식당 벽면에 클린턴 대통령과 함께 한 사진이 대문짝 만하게 붙어 있다. 쌀국수가 하이라이트.
2. 사이공스퀘어 = 스포츠웨어 브랜드 제품이 믿기지 않는 가격에 판매되는 곳이다. 현지민들까지 자주 찾아 발디딜 틈 없이 붐민다.
3. 제대로 된 투어를 하고 싶다면 = 베트남 호치민은 프랑스풍 건물이 많다. 호치민 중앙우체국과 노틀담 성당, 인민위원회 청사 앞 호치민 광장을 꼭 둘러보실 것. 여기도 승무원 포인트가 있다. 바로 ‘렉스 호텔 루프트 바. 여기 앉아 베트남 전통 맥주인 ‘사이공 맥주에 얼음을 넣어 한잔 마셔주면 된다. 호치민은 시내가 넓지않아 반나절이면 뚝딱 둘러볼 수 있다.

▶ 원나영은 = 스튜어디스 다이어리의 저자다. 15년, 승무원 생활을 잠시 접고 지금은 바리스타로 훨훨 날고 있다. 자칭 여행 고수. 가끔, 이렇게 기고를 하며 먹고 산다.
[글 = ‘스튜어디스 다이어리 저자 원나영]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