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노출 줄이면 성범죄 줄어들까”...통계는 다르게 말한다
입력 2016-02-11 18:18  | 수정 2016-02-12 18:38

성범죄는 새벽시간에 사전에 계획된 범죄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 의뢰로 형사정책연구원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서울의 5군데 보호관찰소 및 인천보호관찰소가 감독하고 있는 피보호 관찰자 235명을 분석해 ‘성범죄 원인 및 발생환경분석을 통한 성범죄자 효율적 관리방안 연구 보고서를 최근 발간했다.
분석결과 성인 성범죄 피해는 20대(55명·44.4%)가 가장 많았다. 성폭행 범죄의 경우 20, 30대가 주로 피해를 당하는 반면 강제추행의 경우 20대 10대 순으로 피해가 많았다.
또 계획적 성범죄(84건·67.7%)가 우발적 범죄(40건·32.3%)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범행 장소가 피해자 주거지(45건·36.3%)인 경우가 공공장소(23건·8.6%)나 노상(10건·8.1%)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범죄가 발생한 시간을 살펴보면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가 가장 많았고, 새벽 6시부터 낮 12시, 오후 6시부터 자정 순으로 나타났다.

가해자가 범행 장소까지 이동한 거리도 계획적으로 범죄를 실행에 옮기는 경향을 뒷받침한다.
형사정책연구원이 가해자의 주거지와 범행장소까지의 거리 평균값을 측정한 결과 피해자 주거지에서 범행을 저지른 가해자는 자신의 주거지에서부터 평균 40.72㎞를 이동해 공공장소(17.51㎞)나 노상(9.6㎞) 범죄에 비해 장거리 이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자가 사전에 피해자를 물색한 후 치밀한 계획을 짜고 범행에 옮긴다는 뜻이다.
흔히 짧은 치마, 짙은 화장과 생머리, 늦은 귀가 등 여성들의 외모와 행동 때문에 성범죄가 일어나기 쉽다는 통념을 뒤집은 연구결과다.
이에 따라 성범죄 예방대책도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찰 등이 내놓은 성범죄 예방 대책은 여성들에게 노출을 피하라거나 밤늦은 시간 귀가하지 마라는 식이어서 범죄 예방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경기대학교 이수정 범죄심리학 박사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한국성폭력상담소 개소 20주년 기념토론회에서 야한 옷차림이 성범죄를 유발한다는 것은 잘못된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정상적인 남성이라면 야한 옷차림의 여성을 보고 성욕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지만 범죄를 저지르는건 성욕이 아니라 억제력에 달린 문제다”라며 야한옷차림은 성범죄와는 무관하다”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남윤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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