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신탁사 정비사업 `빛좋은 개살구`
입력 2016-01-24 17:51  | 수정 2016-01-24 20:02
오는 3월부터 신탁회사의 도시정비사업 단독시행이 가능해졌지만 정작 신탁사 참여가 많을 것으로 기대되는 '미니 재건축'인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여기서 쏙 빠져 제도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뒤늦게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예 법을 손봐야 하는 만큼 만시지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3월부터 시행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은 신탁사가 단독으로 시행사로 참여할 수 있는 정비사업 종류를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 두 가지로만 한정해 놓고 있다. 국토부와 국회는 사업성 부족 등의 원인으로 지지부진한 정비사업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해 도정법을 고쳐 신탁사의 정비사업 단독시행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기존에는 천재지변 등 특별한 사유가 아니면 불가능했지만 해당 지역 주민 4분의 3 이상 동의서를 받고, 사업지 전체 토지 3분의 1 이상 토지신탁계약을 체결하면 되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업비의 70%를 신탁사에서 조달할 수 있고 인허가 추진부터 시공사 선정까지 신탁사가 도맡아 사업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지원책은 소규모로 이뤄지는 가로주택정비사업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신탁사 모임인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법을 다시 바꾸지 않는 한 개정안 내용으로는 신탁사가 단독시행사로 나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2012년 도입된 이 사업은 도시계획도로에 둘러싸이고 노후주택이 밀집한 면적 1만㎡ 미만 지역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정비사업이다. 20가구 이상만 되면 추진위원회 없이 조합을 만들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기존 재개발 사업과 달리 평균 2~3년이면 구역 재정비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서 조합이 사업인가를 받은 데 이어 10여 곳에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신탁사에 사업을 맡기려고 준비하던 가로주택정비사업 관련 업체들은 망연자실한 상황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올해 본격적인 사업을 위해 신탁사 두세 곳과 협의 중이었는데 제도상 단독시행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다들 발을 빼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신탁사가 가져갈 정비사업이 대단지 개발보다는 500가구 내외 '미니' 사업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은데 정작 개정안은 이를 간과했다고 지적한다. 사업성이 높고 자금 조달이 원활한 대규모 재건축·재개발은 시공사로 낙점한 대형 건설사들로부터 각종 도움을 받는 게 일반적이다. 정작 신탁사의 자금 조달과 노하우 활용이 절실한 곳은 조합 규모도 작고, 대형 시공사가 외면하는 소규모 사업장인데도 그 대표 격인 가로주택정비사업을 단독시행 대상에서 빼버리면 제도가 활성화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신탁사가 가로주택정비사업도 단독 시행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검토할 계획"이라는 입장이지만 다시 도정법 개정안을 만들어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만큼 원래 시행될 예정이던 3월은 고사하고 내년에도 바뀔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나 서울시에서도 실패한 뉴타운 정책 대안으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주목하고 있는데 정작 제대로 된 정책 지원은 해주지 않고 있다"며 "정부 무관심 탓에 최소 1년간 허송세월만 보내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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