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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스케치] ‘특강’ 박찬호는 무엇을 이야기했을까?
입력 2016-01-24 13:01 
박찬호가 24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솔트 리버 필즈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 스프링캠프 훈련에 참여, KIA 투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美 스코츠데일)=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美 스코츠데일) 이상철 기자] 22일 오후(이하 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KIA 타이거즈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코리안 특급으로 불렸던 아시아 출신 메이저리거 최다승(124승)의 주인공, 박찬호가 방문했다.
지난 주 LA에 머물고 있던 박찬호는 김기태 KIA 감독의 연락을 받았다. 아주 멀지 않은 곳(그래도 차를 타고도 6시간 이상이 걸린다)에 있는 KIA의 애리조나 캠프에 와 후배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박찬호는 ‘후배들을 만나는 자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흔쾌히 승낙.

▲1월 22일: 목표를 만들고 계획을 세워라”
박찬호의 ‘특별 과외는 1박2일에 걸쳐 진행됐다. 22일 오후 7시 숙소 식당에 KIA 투수들 14명이 앉았다. 이대진 투수코치 등 코칭스태프 몇몇도 자리했다. 박찬호는 이 자리에서 힘겨웠던 시절을 이겨내고 메이저리그의 성공을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을 이야기했다. 계획을 세워 열정을 갖고 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선수들은 갈등한다.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을까라는. 누구나 잘 하고 싶고, 잘 해야 한다는 마음은 갖고 있다. 다만 누가 더 간절하고 미치도록 하는지가 차이를 만든다. 그런데 그 간절함을 갖고도 어떻게 변화를 시켜야할지, 그 방법을 모르는 선수들이 많다.”
그러면서 계획 있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왜 그럴까. 내가 생각에는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계획 없이 타자를 생각하고 경기를 치른다. 꿈을 갖는 것과 목표를 갖는 건 전혀 다르다. 예를 들어 우승하고 싶다는 꿈은 누구나 꾼다. 그런데 목표를 갖고 있는 여부는 다르다. 내가 해야 할 걸 아는지, 혹은 모르는지. 그러면서 느끼는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다. 목표가 없다는 건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박찬호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라고 했다. 왜, 그리고 어떻게.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다. 그게 반복된다. 거기서 ‘왜 그렇지, 그걸 느껴야 한다. 그걸 깨달으면 콘트롤을 하는 건 매우 쉽다. 왜냐. 매일 해왔던 일(피칭)이기 때문이다. 경험이 풍부한 선수가 왜 유리할까.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 만의 계획을 세울 수 있어서다.
박찬호는 24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솔트 리버 필즈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 스프링캠프 훈련에 참여, KIA 투수들을 지도했다. 박찬호의 KIA 캠프 방문 특강은 김기태 감독(오른쪽)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사진(美 스코츠데일)=옥영화 기자
마운드에서 자신감을 가지며 공을 던지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시행착오의 반복 속에 자신감을 찾아야 한다. 자신감은 ‘난 할 수 있어라는 오기가 아니다. 상대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이 자신감은 아니다. 만루 위기에 김태균이 타석에 나타났을 때 긴장감하지 않을까. 자신감이란 내가 할 걸 어떻게 활용할지를 확신하는 것이다. 그러면 마운드에 서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승패는 여러분의 소관이 아니다. 계획을 가지고 콘트롤에만 집중하라.”
박찬호는 강의 후 질의응답을 했다. 17명의 참석자에게 하나씩 물어보라고 했다. 짧은 답변은 없었다. 어떠한 질문에도 5분 이상의 답변을 해줬다. ‘이단 옆차기에 관한 질문조차도.
박찬호가 롤모델이었던 홍건희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4년 전 스프링캠프 이후 박찬호를 다시 만난 홍건희는 타자와 승부할 때 타이밍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질문했다. 타자가 아니라 자신에게 더 신경을 쓰는 게 흐름도 뺏기지 않는다고 답해주셨다. 계획을 세우라는 등 전반적인 강의가 가슴에 와 닿았다”라고 말했다.
박찬호는 소통과 공유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박찬호는 오늘 17명에게서 17개의 질문을 받고 17개의 답을 했다. 이로써 이 팀은 17개의 새로운 정보를 얻었다. 이건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평소 고심 깊었을)질문에 대해 동료들이 몰랐을 수 있고, 그건 팀에게 큰 손해다. 식사시간, 휴식시간 등 끊임없이 질문을 하며 서로를 알아가야 한다. 그게 바로 팀워크다”라고 밝혔다.

박찬호가 24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솔트 리버 필즈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 스프링캠프 훈련에 참여, 정용운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美 스코츠데일)=옥영화 기자
▲1월 23일: 진짜 에이스는 ‘나다”
박찬호의 특강은 이틀 뒤에도 계속됐다. 이번에는 실내가 아니라 실외였다. 스코츠데일에서 하룻밤을 보낸 박찬호는 23일 오전 9시 넘어 KIA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는 솔트 리버 필즈로 향했다.
김 감독을 비롯해 조계현 수석코치, 이대진 코치, 김종국 코치 등과 담소를 나누던 박찬호는 오전 10시부터 불펜으로 이동, 본격적인 과외모드에 들어갔다. 헥터 노에시와 지크 스프루일의 캠프 합류 후 첫 피칭을 지켜보던 그는 이들과 즐거운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특히, 헥터는 박찬호에 대해 당신을 잘 알고 있다”면서 반가워했다.
헥터, 지크의 뒤를 이어 국내 투수들이 차례대로 피칭을 했다. 피칭 로테이션으로 KIA는 지난 19일부터 이틀 간격(휴식일 포함 시 3일)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번에는 예외자가 없었다.
박찬호는 이대진 코치, 유동훈 코치와 함께 투수들의 투구를 보다가, 직접 팔을 걷어붙이기도 했다. 정용운, 이준영. 김명찬 등 좌완투수 3명에게 집중적으로 지도했다. 높은 공은 의미가 없다.” 낮은 코스만으로 공을 던져라.” 볼을 끝까지 보고 던져라.” 등등.

지도를 받은 이들은 맞는 말씀이다. 평소에도 많이 들었던 말이나 실전에서 (대스타인 대선배에게)실전에서 직접 들으며 배우니 잘 이해가 됐다”라고 입을 모았다. 하루 전날 콘트롤 잡는데 어려움을 토로했던 김명찬은 하루 사이 가장 뛰어난 제구로 박찬호에게 칭찬을 받기도 했다.
피칭 로테이션이 끝났지만, 박찬호의 특강은 끝나지 않았다. 불펜 옆의 그라운드에 14명의 투수(외국인투수 헥터, 지크는 없었다)가 반원을 그리며 앉았다. 박찬호는 후배들에게 다시 한 번 ‘뼈가 되는 말을 해줬다.
박찬호는 23일(이하 한국시간)과 24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솔트 리버 필즈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KIA 타이거즈를 방문, 이틀간 특강을 했다. 24일 모든 일정을 마친 뒤 KIA 투수들과 단체 사진 촬영을 하는 박찬호. 사진(美 스코츠데일)=옥영화 기자
이 팀의 에이스가 누구냐?” 박찬호의 질문에 양현종” 윤석민”이라는 답이 쏟아졌다. 박찬호는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정했다. (경기에 나가지 않아)더그아웃에 있는 에이스는 에이스가 아니다. 에이스는 ‘지금 마운드에 서서 타자를 아웃시켜야 하는 투수다. 그만이 유일하게 아웃카운트를 잡을 수 있다. 그렇다면, 누구나 에이스가 될 수 있다. ‘내 자신이 말이다.”
이어 박찬호는 공격적인 투구에 대한 정의를 알렸다. 맞춰 잡는 게 공격적인 투구인가. 아니다. 타자가 지금 노리고 있는 걸 던지는 것이다. 속구를 노리고 있다면, 속구를 던져라. 단, 타자가 어렵게 치게 해야 한다. 못 치게 하려고 유인구를 던지거나 삼진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 낮은 공을 던지면 땅볼로 아웃시킬 수 있다. 타자는 자신이 노리는 게 보이면 배트를 휘두르기 마련이다. 중요한 건 (원하는 코스로)정확하게 던지는 것이다. 마지막 공이라는 각오로.”
박찬호는 마지막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하라고 조언했다. 안 좋은 기억보다 좋은 기억을 떠올리며 준비하라고. 휴일에 무엇을 할 지 계획을 세우지 않나. 마운드 위에서 어떻게 던질 지에 대한 계획도 갖고 있어야 한다. 어떻게 아웃시킬까라는 계획을. 부담을 가지면 안 된다. 또한, 타자와 상대할 때는 자신의 장점만 생각하라. 오늘 (피칭 로테이션에서)원하는 코스로 연속해 던지지 않았나. 쓰라렸던 상처가 아니라 오늘 같이 잘 됐던 날을 머릿속에 그려라. 간절함을 갖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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