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대상·AJ네트웍스 등 비우량채도 잇달아 발행 성공
입력 2016-01-22 16:04  | 수정 2016-01-22 17:08
연초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국고채 금리 하락, 기관투자가들의 자금 집행 재개로 채권 인기가 높아지면서 그간 외면받았던 비우량 회사채 발행시장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사상 처음 1%대로 떨어지는 등 시중금리가 하락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주면서도 펀더멘털이 우량한 회사채를 찾는 투자자들이 발행시장에 몰리고 있다.
22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종합식품기업 대상이 10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전날 실시한 수요예측에는 총 3100억원의 매수 주문이 들어와 경쟁률 3.1대1을 기록했다. 3년 만기와 5년 만기 회사채를 각각 500억원씩 모집하는 데 2000억원과 110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발행을 주관한 KB투자증권 관계자는 "신용등급은 A+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미원 등 주요 제품 시장 지위가 탄탄하고 최근 내수 침체, 글로벌 경기 변동 확대에도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이 회사채 투자 수요를 이끌어내는 데 일조했다"고 말했다.
신용등급이 BBB+인 AJ네트웍스도 회사채 발행을 위해 지난 20일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총 800억원의 투자 주문이 들어왔다. 신용등급 A+인 세아창원특수강도 새해 처음으로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발행금액의 2배 가까운 금액을 끌어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3년 만기 회사채 500억원어치를 발행하기 위해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투자금 900억원이 몰렸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초우량 기업들조차 투자 주문을 받지 못해 수요예측에서 대규모 미매각을 기록하는 등 시장 경색으로 비우량 회사채 발행은 꿈도 꾸기 어려웠던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엔지니어링의 대규모 적자, BNK캐피탈 렌탈채권 부실화 등 악재가 연이어 터지며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초 기관투자가들의 자금 집행이 재개되면서 시장 분위기는 달라졌다. 유가 급락, 중국 경기 둔화 우려, 글로벌 증시 부진 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확대로 국고채 금리가 하락하자 상대적으로 높은 회사채 이자 수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회사채 비중을 높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올 들어 회사채를 발행하고자 수요예측을 실시한 기업 8곳은 모두 투자자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말까지 치솟던 회사채 가산금리(크레디트 스프레드)도 최근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A등급 기준 회사채 가산금리는 지난 일주일 간 3bp(1bp=0.01%포인트)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회사채 발행시장 강세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경록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1년 만기 회사채 이자율에 육박할 정도로 회사채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며 "올 한 해 국고채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주는 회사채 투자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발행시장 여건이 개선되자 LS전선 AJ렌터카 대한항공 등 A등급 이하 기업들도 회사채 발행 준비에 나서는 모습이다. 다만 일부 업종에서는 실적 부진, 신용등급 하락 이슈가 상존하고 있어 수요예측 성공을 속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백경윤 SK증권 연구원은 "비우량채 강세 흐름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해운 조선 철강 건설 등 취약 업종의 실적 턴어라운드가 필요하다"며 "이들 업종 구조조정 이슈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잠재적 위험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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