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롯폰기힐스식 도시재생한다는데…
입력 2016-01-17 17:42  | 수정 2016-01-17 19:57
서울에서 처음으로 타운매니지먼트가 도입되는 중구 무교동 일대. [이승환 기자]
서울 중구 무교동에 일본 도쿄 명소로 꼽히는 롯폰기힐스와 도쿄역세권 마루노우치 등을 벤치마킹한 '타운 매니지먼트'가 도입된다. 낙지 골목으로 불리는 무교동 일대는 1990년대 이후 대형 오피스빌딩이 급격히 들어서면서 낡은 전통음식점과 고층 건물이 뒤섞인 복합상업지역으로 탈바꿈했지만 최근 몇 년 새 도심 신축 빌딩 증가와 경기 침체 여파로 공실이 늘고 명동과 홍대입구 이태원 등 인근 상권에도 밀려 활력을 잃어가던 지역이다. '낙후된 도심' 무교동이 타운매니지먼트를 거쳐 이미지 변신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무교동에서 타운매니지먼트를 추진하기 위해 조만간 관련 용역에 착수한다. 서울시 특정 지역에 타운매니지먼트를 도입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시는 무교동부터 우선 추진하고 다동과 종로구 청진·공평동 등 업무·상업시설이 밀집된 도심(CBD) 주요 지역으로 확대하는 안도 검토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무교동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내년 본격화할 예정"이라며 "중대형 건물주들과 손잡고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늘려 활기를 불어넣으면 무교동 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타운매니지먼트(Town Management·TM)는 상업·업무시설 집적지나 대형 복합시설을 하나의 마을로 간주하고 전문 기관이 종합 운영·관리하는 도시재생 방법을 뜻한다. 에어리어매니지먼트(Area Management·AM)로도 불린다. 건물을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하는 등 하드웨어 개발이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와 마케팅 등 소프트웨어 콘텐츠를 활용해 마을을 브랜드화한다. 마을 주민과 상인, 건물주, 기업들이 적극 참여하는 것이 필수다.
한국보다 앞서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한 일본은 도쿄 롯폰기힐스와 도쿄 미드타운 등 복합시설이 들어선 롯폰기 일대와 도쿄역 주변 오테마치와 마루노우치, 유라쿠초에 마을 만들기 연장선상에서 타운매니지먼트가 주목받았다. 특히 2009년부터 매년 열리는 '롯폰기 아트 나이트'는 롯폰기힐스와 모리미술관, 도쿄 미드타운, 산토리미술관 국립신미술관, 상점가 등 인근 주요 민관 시설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롯폰기 대표 행사로 자리 잡았다. 준공된 지 10년이 넘은 롯폰기힐스는 연간 방문객 수가 4000만명에 달한다.
한 전문가는 "도시재생으로 건물을 새로 짓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끊임없이 찾고 소통할 수 있도록 가꾸는 게 더 중요하다"며 "크리스마스 조명 축제도 마을 전체가 특정 콘셉트에 맞추면 집객 효과가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타운매니지먼트가 추진되려면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우선 건물주와 기업, 상인 등에게 이해와 공감을 얻어내야 한다. 롯폰기힐스처럼 개발을 맡았던 디벨로퍼인 모리빌딩이 타운매니지먼트 주체로 직접 나서기도 하지만 기업들과 건물주, 상인, 지자체 등이 모여 협의체를 구성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무교동도 서울시와 서울파이낸스센터 등 중대형 건물주, 빌딩에 입주한 주요 기업, 상인 등이 공동으로 협의체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마을 콘셉트를 잡는 것도 과제다. 롯폰기힐스는 예술과 디자인을 강조한 '문화 도시'를 지향하고 있으며, 지난해 준공된 도라노몬힐스는 마루노우치 등 '아시아 헤드쿼터'와 차별화하기 위해 미래 아이디어와 비즈니스를 생산하는 마을이란 의미로 '헬로! 미래 도쿄'를 내세우고 있다. 무교동은 오랫동안 지역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임영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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