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현대상선, 만기채권 5천억…자금난 가중
입력 2016-01-17 17:12  | 수정 2016-01-17 20:23
국내 대표 해운업체인 현대상선이 경기 침체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채권 만기가 돌아오는 오는 4월과 7월 자금난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회사 자체적으로 위기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법정관리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17일 KDB대우증권 산업은행 등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오는 4월 말과 7월 말 각각 2208억원, 2992억원 규모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이 중 공모를 통해 조달했던 회사채 규모는 각각 1200억원, 2400억원이다. 공모채의 경우 은행 대출이나 사모채처럼 채권자와 협상해 만기를 연장하거나 부채를 탕감하기가 어려운 만큼 사실상 반드시 이 기간 내에 갚아야 하는 자금으로 분류된다.
해운업계가 호황을 누렸을 때라면 이 같은 자금을 갚기 위해 추가적인 채권 발행이나 대출이 가능하지만 현재 현대상선의 어려움이 시장에 다 알려진 만큼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11일 현대상선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최근 채권시장 경색으로 A등급 회사채도 거래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현대상선의 신용등급으로는 시장에서의 자금 공급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대상선의 향후 부도 가능성이나 경영 전망 등을 말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산업은행 지원 등 정치적인 논리로 해결책을 찾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지만 산업은행도 여론을 의식해 무조건적인 지원만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말 현대상선 채권 금리가 50% 선을 오르내리는 등 급등(채권 가격 하락)하는 것에서 보듯이 시장에서 위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주식 22.43%를 가진 최대주주이며 지난해 10월 일본 오릭스에 현대증권을 매각하려다가 오릭스의 계약 해제 통보로 무산된 바 있다. 현대상선 실적이 쉽게 돌아설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도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연결기준)은 1269억원에 달한다.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현재 단기성 차입금이 2조7207억원으로 전체 차입금에서 54%에 달하는 등 부채의 질도 좋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4월과 7월 위기설에 아직까지 회사에서는 이렇다 할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자구안 등 해결 방안에 대해 산업은행과 협의하고 있지만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상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회사 자체적으로 갚아야 하는 돈"이라며 "주채권은행에서 지원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 14일 이백훈 현대상선 사장은 "회사가 생존할 수 있도록 단기 유동성에 대한 부분이 중요하다"며 "해결 방안은 충분히 있다"고 위기설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물리쳤다. 아직 현대그룹은 공식적으로 산업은행에 새로운 자구안을 제출하지 못한 상태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대기업 수시신용위험평가'에서 'B-(심층관리)' 등급을 받으면서 법정관리를 받게 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자구안 마련과 컨테이너선 영업 집중에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새로운 자구안에는 현대상선 매각 등 자산 매각 관련 구체적인 계획이나 제3자로부터의 자금조달 계획 등이 포함돼야 할 것"이라며 "지난번 제출한 자금조달 방안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박준형 기자 /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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