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中 하이얼은 글로벌 가전시장서 용이 될까 뱀이 될까
입력 2016-01-17 16:16 

중국 최대가전업체인 하이얼이 130여년 역사를 가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가전사업부문을 인수키로함에 따라 글로벌 생활가전업계가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모토롤라 휴대폰 사업부를 인수한 레노버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찬잣속의 태풍에 그칠지 아니면 글로벌 가전 공룡으로 성장해 업계 판도변화를 주도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중국업체들이 글로벌 기업 인수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다. 거대한 중국 내수시장을 토대로 성장하면서 제품품질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긴했지만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는 고사하고, 해외 브랜드에게 국내 프리미엄 시장마저 송두리째 내 준 상황이다. 중국 생활가전 역사가 30년이 넘지만 그동안 ‘싸구려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TV와 스마트폰 등에서 화웨이와 TCL, 하이센스 등이 최근 미국 유럽 등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냉장고 세탁기 오븐 등과 같은 생활가전 분야에서 중국 업체는 찬밥 취급이다. 유행을 많이 타는 스마트폰과 달리 10년 이상 사용하는 생활가전은 신뢰성과 내구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도 4~5년간 품질 개선과 브랜드 이미지 강화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끝에 최근에야 미국 시장서 겨우 두 자릿수 대 점유율에 오른 처지다.
글로벌 시장 진입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중국 업체가 꺼내든 카드가 바로 글로벌기업 인수합병(M&A)다. GE 가전사업부만 인수하면 단숨에 월풀에 이은 미국 2위 생활가전 업체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4년 기준으로 세계 생활가전업체 1위는 미국의 월풀로 약 22조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독일의 보쉬·지멘스가 18조원으로 2위를 달리고 있고,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와 삼성 LG 등이 16조원 안팎으로 뒤를 잇고 있다. 생활가전부문에서 삼성 LG 등과 매출 규모가 비슷한 하이얼이 약 8조원 매출을 가진 GE 가전사업부를 인수하게 되면 단숨에 세계 1위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가전업체들은 이번 인수에 따른 파장은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지난 2014년 레노버가 28억달러를 주고 모토롤라 휴대폰사업부를 인수했지만 아직까지 글로벌시장에서 영향력은 생각보다 미미하기 때문이다. 당시 북미와 남미 일부국가를 중심으로 브랜드 영향력이 컸던 모토롤라와 흡사하다는 분석이다. GE가전사업부문도 북미에서만 강한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을 뿐 유럽이나 아시아에서는 존재감이 크지 않은 상태다.
다만 북미 프리미엄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한국가전업체들과의 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실 하이얼은 그동안 프리미엄 시장으로 불리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 진출하기 위해 꾸준히 해외 기업의 문을 두드렸다. 지난 2011년에는 뉴질랜드의 생활가전업체 피셔앤파이클을 약 5억 달러(약 6000억원)에 인수하면서 해외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또 2012년 1월에는 파나소닉 산하 산요전기의 ‘아쿠아 브랜드와 백색가전 사업부를 인수해 일본과 동남아에 제품을 판매중이다. 당시만 해도 적자에 허덕이던 사업부는 2014년 흑자로 전환되며 세계 가전업계를 놀라게 했다. 특색있는 가전제품으로 일본 시장을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하이얼은 이번 GE 가전사업부 인수로 미국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하이얼의 미국 생활가전 시장점유율은 1% 대에 불과하다. GE를 인수할 경우 단숨에 16.5%의 시장점유율로 올라서며 LG전자와 삼성전자 일렉트로룩스를 모두 제치게 된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하이얼이 GE 가전사업부 인수로 1만 달러대의 냉장고에서 50달러까지 세탁기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게 됐다”며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질 경우 삼성 LG 등과 치열한 2위 싸움을 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이얼은 GE 가전사업부 인수 조건으로 GE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달았다. 하이얼로서는 GE 브랜드를 중국에 들여와 프리미엄 가전시장을 중심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메이와와의 시장점유율 싸움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생활가전시장은 메이디가 17.1%로 1위, 하이얼이 절반 수준인 7.9%로 2위를 달리고 있다.
국내 가전업체 관계자는 삼성과 LG전자가 북미지역 프리미엄 시장을 중심으로 공략에 나선 상황이기 때문에 브랜드별로 전략을 다시 세워서 대응할 예정”이라면서 하이얼이 인수함에 따라 하이얼 브랜드이미지는 높아지겠지만 상대적으로 GE이미지는 일정부분 약화되는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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