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안철수 "특정세력 비판한 적 없다" 그 말의 의미
입력 2016-01-12 18:41  | 수정 2016-01-13 16:06
사진= MBN
안철수 의원과 국민의 당 관계자들이 오늘은 김해 봉하마을을 찾았습니다.

따뜻한 환대는 애초 기대하지 않았겠지만, 역시나 씁쓸한 뒷맛을 남겼습니다.



한상진 창당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 국화 꽃 한송이를 놓으며 '대의를 위해 헌신하시고 희생하신 대통령님의 숭고한 뜻을 가슴 깊이 새겨 실천하겠습니다'라고 방명록에 썼습니다.

안 의원은 연명을 했습니다.

한 위원장이 말한 노무현 대통령의 대의는 무엇이었을까요?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해 펴낸 '바보, 산을 옮기다'라는 책을 보면, 노무현 대통령은 야권의 통합을 그 누구보다 간절히 원했고, 그를 위해 헌신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노태우 정권으로부터 6.29 선언을 얻어냈지만, DJ와 YS로 갈라지며 맛봤던 그 처절한 야권의 패배를 노무현 대통령은 곱씹고 또 곱씹었다고 쓰여 있습니다.

한 위원장과 안 의원이 이 귀절을 읽었을까요?

두 사람의 말입니다.

사진= MBN


▶ 인터뷰 : 한상진 / 국민의당 공동위원장 (1월12일)
- "권양숙 여사님께서 따뜻하게 맞이해주셨습니다. (여사님께) 국민의당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씀드렸고 여사님께 서운한 점이 있을까봐 몹시 걱정이 된다 그런 말씀 드렸습니다. "

▶ 인터뷰 : 안철수 / 국민의당 의원 (1월12일)
- "(그동안 친노 운동권을 비판해 오셨는데?) 제가 특정세력을 비판한 적은 없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국민 눈높이에 맞게 변화하고 국민들로부터 다시 신뢰를 얻어서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계속 말씀드린 것입니다."

두 사람은 아마도 친노의 본산으로 여겨지는 봉하마을에서 자신들이 환대받지 못할 것이라 여겼던 걸까요?

서운한 점이 있을까 몹시 걱정됐던 것이고, 특정 세력이 자신들을 적대시할까 걱정됐던 것일까요?

안 의원은 특정세력을 비판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국민의 당 사람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을 진실되게 듣지 않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사진= MBN


▶ 인터뷰 : 문병호 / 국회의원(오늘, 봉하마을)
- "제 방에 가면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저는 늘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고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서 가장 앞장서고 있다고 스스로 자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가슴에 손 얹고 말씀하십시오.) "

가슴에 손을 얹고 그런 말씀을 하라는 사람이 등장한 겁니다.

친노 패권주의를 비판했던 안 의원이 정작 봉하마을에 와서는 특정 세력을 비판한 적이 없다고 하니 사람들은 믿기 어려운 모양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김한길 의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분명 어제 광주에서는 함께 했는데 말입니다.

왜일까요?

김한길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 6주기 추모식에 봉하마을을 찾았다가 갖은 욕설과 함께 물병 세례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사진= MBN


그 트라우마때문일까요?

스스로 자리를 피한 것일까요?

어제 호남, 그리고 오늘 봉하마을을 다녀간 안철수 의원은 분명 야권 통합의 밑그림을 그리려 했을 겁니다.

그러나, 그 행보가 남긴 여운 통합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갈라선 야권의 분열상을 적나라하게 노출시켰기때문입니다.

광주에서는 물에 빠진 이가 잡고 싶어하는 '지푸라기'임을 자처했지만, 봉하마을에서는 멀쩡한 이를 물에 빠뜨리는 사람이 된 꼴입니다.


오늘 안철수 의원 지지자는 봉하마을에서 그렇게 외쳤습니다.

"유치하다. 길을 비켜라. 우리는 형제다. 비켜라"

이 말을 들은 이는 "형제는 무슨 형제"라고 대응했습니다.

야권은 이렇게 분열돼 있습니다.

너럭바위 밑에 잠들어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 현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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