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국, 응답하라”...국제사회, 북핵사태 中역할론 빗발쳐
입력 2016-01-08 15:24 

북한의 4차 핵실험 도발후 중국 역할론과 대북제재 강화론이 국제사회에서 수면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국가인 중국을 지렛대로 북한에 대한 정치적 압박수위를 높이는 한편 실효성을 갖춘 제재를 가해 북한 핵개발과 무기생산에 투입되는 ‘돈줄을 원천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전화통화에서 노골적인 대북 비판과 함께 향후 대북제재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미국 권위지 뉴욕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북한문제와 관련 미국의 단독 행동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김정은 정권에 유일하게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각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다소 냉랭해진 측면이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북한과 가장 가까운 우방이며 유일한 친구”라며 국제사회 안정과 평화를 위해 중국이 좀더 적극적으로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대북제재 강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공화당 소속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조만간 대북제재 강화 법안을 표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르면 다음 주 대북제재 강화 법안을 초당적으로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법안이 일정 유예기간을 두고 큰 논란없이 통과될 것이며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화답했다. 대북제재 내용에는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정부와 기업, 은행, 개인 등으로 제재 범위를 확대하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조항과 사이버 해킹에 대한 제재 조항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으로 유입되는 ‘돈줄을 원천 차단해 핵 개발과 무기 생산에 투입되는 자금을 최대한으로 조이는 전략이다.
미국 정부는 북한 핵실험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한반도에 전략무기를 추가 배치하는 방한을 검토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조치 필요성을 항상 고민하고 있다”며 알래스카에 추가 무기를 배치하는 것과 태평양 해군력 강화, 일본 레이더 시스템 배치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청와대와 정부는 중국의 동참을 이끌어 내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대북제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무엇보다 중국의 참여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간 전화통화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등 중국과 전방위 접촉이 이뤄지고 있지만, 중국측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이틀이 지나도록 뾰족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 때문인지 일각에선 우리 정부의 대중국 유화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중국을 압박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8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나온 중국 외교부 성명은 이전보다 확실히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그러나 구체적인 각론에 들어가게 되면 중국 당국이 입장을 쉽게 확정짓기 어려운 상황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중국 외교부 성명이 과거와 달리 북한을 특정해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북한뿐 아니라 관련국도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던 문구가 이번 성명에선 빠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이 이번 만큼은 이전과 다르게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됐지만 중국은 아직도 확실한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핵실험 바로 다음날 박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잇달아 전화통화를 하고 한미일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나선 것과 확실히 대조된다.
이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오후 7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전화통화를 했다. 외교부는 윤 장관이 왕이 외교부장과 당초 지난 7일 오후 1시에 통화할 예정이었지만 중국측 사정으로 연기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화에서 윤 장관은 향후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안을 논의·시행하는 과정에서 보다 실효성있는 대북제재를 위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지난해 한·중 정상회담 등 여러 계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언했던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건설적 역할에 나서달라는 요청인 셈이다. 특히 정부는 미국 측과 함께 북한이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있으며 제재효과도 가장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원유, 교역, 금융 분야에 대해 중국이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윤 장관과 왕이 부장은 박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간 통화문제도 조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양 정상 전화통화는 만일 성사된다면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크다는게 청와대측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까지 북한 핵실험 등 중대한 사안이 발생한 직후 한중 양국 정상이 전화통화를 한 전례가 없다”며 만약 이번에 양 정상간 통화가 이뤄지면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정부·여권 안팎에서는 강경한 목소리가 하나둘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세간의 ‘중국 경사론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북공조 강화 차원에서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해 베이징에서 ‘톈안먼 망루 외교를 펼친 것에 대해 이번엔 중국이 ‘응답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도 강하다. 여권 한 관계자는 이제는 중국이 무언가를 보여줘야 할 때 아니냐”며 그렇지 않을 경우 한국의 대중국 정책도 변화가 불가피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서울 = 남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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