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글로벌 진출 쉽지않네"…생보사, 해외 적자탈출 안간힘
입력 2016-01-04 17:35  | 수정 2016-01-04 20:09
국내 보험회사들이 외국 시장을 적극 개척하면서 삼성화재 동부화재 등 손해보험사 위주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일부 생명보험회사는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보험업에 대해 준비 없이 외국에 나가기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권고한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 중 외국에서 법인이나 지점을 내고 제대로 된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은 삼성생명 한화생명 코리안리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KB손해보험 등 7개사 정도다. 생명보험사 중에서는 한화생명이 2009년 베트남에서 영업을 시작한 후 현지 시장점유율 8위에 오를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이다. 한화생명 베트남법인은 법인 직원이 250여 명이며 설계사만도 1만명을 넘고 올해는 베트남 내 전국적인 영업망을 확충한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성적을 보면 아직은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화생명에 따르면 베트남법인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세전순손실액이 344억원에 달한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베트남 금융당국이 규정을 변경함에 따라 대규모 준비금을 적립했던 게 실적 부진을 기록하게 된 주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은 태국과 중국에 1997과 2005년 각각 진출했지만 아직까지 소규모 영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이 중국은 4억원, 태국은 -31억원 정도로 규모가 작다. 중국은 기존 중국 합작사인 중항삼성인수가 지난해 10월 중국은행을 새로운 주주로 맞아들이면서 현지 은행에서 본격적인 영업이 가능해짐에 따라 올해 실적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생명보험사는 현지 판매채널을 늘리는 데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 손익분기점을 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손해보험사는 기업체 손해보험 물건을 주로 받고 있어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삼성화재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 유럽 싱가포르 법인이 지난해 상반기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현지 그룹 계열사와 국내 기업 물건으로 적자는 면하고 있는 셈이다.
동부화재는 1983년 미국 괌에 처음 진출해 축적한 현지 영업력을 바탕으로 눈에 띄는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2014년 상반기 37억원을 기록했던 순이익이 2015년 상반기 155억원까지 올랐다.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심사를 강화해 악성 물건들을 꾸준히 줄여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재보험사인 코리안리의 약진도 눈여겨볼 만하다. 싱가포르에서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 79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큰 자연재해가 별로 없었고 최근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에서 신용등급을 한 단계 상향 조정하면서 우량 물건을 받기가 쉬워진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 보험담당 증권사 연구원은 "국내 보험사들은 지점 영업망부터 늘리는 기존 영업 방식만 되풀이해 성공 사례가 드물었다"며 "본사 간섭을 줄이고 본격적인 인수·합병 전에 현지 금융사 소수 지분을 매입하면서 분위기를 익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준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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