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미청구 공사` 공시에 건설업계 반발
입력 2015-12-27 17:18  | 수정 2015-12-27 19:13
금융위원회가 지난 10월 말 발표한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이 지난 24일 회계기준원 회계기준위원회 의결을 통과하자 건설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건설업계 탄원으로 기존 안이 수정되기는 했지만 '미청구공사 잔액' 공시를 둘러싸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번 회계기준 변경 최종안은 내년 1월 증권선물거래위원회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미청구공사란 시공 건설사가 발주처에 공사비를 달라고 요구하지 못한 금액이다. 통상 건설사가 추정한 공사진행률과 발주처가 인정한 진행률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 건설사들은 원가 공개 염려가 있는 항목 중에서 금융위가 요구한 진행률과 청구채권 공시는 수용하더라도 미청구공사 공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대해 왔다. 미청구공사 개별 공시를 하면 해외 대형 공사 수주에서 발주처는 물론 해외 경쟁사들에 원가 내역이 노출돼 경쟁력 저하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한 대형 회계법인 임원은 "금융위 취지는 이해하나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지 않고, 건설업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과도한 요구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공사손실충담금과 손익·원가변동 공시는 원가 노출 우려를 참작해 수정했으나 미청구공사를 사업장별로 개별 공시하는 안까지 양보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앞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해외 수주가 대규모 손실로 바뀌는 '회계절벽' 상황에서 '미청구공사'는 상징성도 있는 핵심 항목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미청구공사가 공사별 특성에 따라 다른데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게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미청구공사 잔액에는 시점이 도래했으나 공사 약속을 못 지켜 받지 못한 금액, 아직 시점이 도래하지 않아 청구되지 않은 금액, 유리한 계약으로 초과 청구된 금액 등이 혼재돼 있다.
또 건설업 특성상 개별적으로 미청구공사 공시를 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외부에 계약 내용이 노출될 수 있다. 더욱이 중동 발주처 사례처럼 미청구공사에 대한 대손충당금 설정 시 시공사가 손실로 인지했다며 대금 지급을 미루거나 지연 소송까지 양산할 수도 있다.

한 건설사 임원은 "수많은 공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수년간 완공 때까지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는 건설업 특성상 적나라한 정보 노출은 발주처로부터 유리한 조건에 계약을 따내야 하는 시공사에 치명적 약점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측은 "회계개선안 수립을 위해 건설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선 침묵하다가 뒤늦게 반발하는 저의를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회계기준원 관계자는 "미청구공사 잔액 공시가 불리하다는 업계 주장은 직접적인 원가 공개 문제라기보다 협상력과 관련된 것"이라며 업계 주장을 일축했다.
[이한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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