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저유가 축복 누리는 월남, `메이드 인 베트남` 시대 이끄나
입력 2015-12-27 16:51 
베트남 하노이 전경 <매경 DB>

베트남이 올해 6%대 중반을 뛰어넘는 깜짝 경제성장을 달성하고 ‘포스트차이나 자리를 굳혔다.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6.9%)와 거의 비슷하고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최고치다. 석유제품 수입 비중이 큰 베트남 경제구조상 저유가 장기화로 수입물가는 크게 떨어졌고 대신 수출과 외국인 투자가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베트남통계청(GSO)은 26일(현지시간)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대비 7.01% 증가했고 이에 따른 올해 베트남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6.68%로 정부 목표치인 6.2%를 상회했다고 밝혔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최근 보고서가 예상한 동남아시아 지역 주요 국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경제성장률 예측치와 비교했을 때 가장 높은 수치다.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이 제시한 올해 베트남 경제성장률 중간값은 6.6%였다. 베트남 통계청은 유가 하락과 국제 금융 시장의 불안이 고조되는 시점에서 베트남의 깜짝 성장률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은 국제 유가 하락이 석유 제품 수입 비중이 큰 베트남 경제에 큰 호재가 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베트남은 원유수출 국가이긴 하지만 올해 유가하락에 따른 적자금액이 수출금액 대비 3%로 거의 타격을 주지 않았다”며 오히려 원유가격 하락은 제조 강국인 베트남에게 생산·수출원가를 줄여주는 효과로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은 올 1~12월 수출이 전년 대비 8.1% 증가했다. 이중 외국 기업 수출액이 71%를 차지했다. 나이키 등 다국적 의류업체, 미쉐린 등 타이어제조업체들이 사용하는 섬유, 고무, 화섬 등 원료값이 유가하락으로 크게 내려간 덕에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이 대폭 늘어났다는 얘기다. 베트남 정부가 환율전쟁에 신속 대처한 것도 수출 방어에 성공한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이 지난 8월 위안화를 기습적으로 평가절하하자 베트남 중앙은행도 발 빠르게 동화가치를 1% 낮췄고 동화 환율 범위도 확대했다. 올 들어 베트남 동화 평가절하만 세 차례 단행됐다. 올해 중국 시장에 의존성이 높은 동남아 국가들 대부분 타격을 입는 와중에 ‘나홀로 성장 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올해 베트남은 외국인 투자가 전년 대비 17.4% 증가했다. 임금인상과 각종 규제로 차차 외국기업들이 떠나고 있는 중국과 달리 저임금과 젊은 노동력을 노린 외국인 투자가 계속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수년전까지만 해도 논과 밭이었던 베트남 호찌민 외곽 지역은 몰라보게 변했다. 주변에 수십개 산업단지들이 형성되면서 논과 밭이 ‘생산거점으로 거듭난 것이다. 올해초 베이징과 광둥성 둥관 휴대폰 공장 문을 닫았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차츰 베트남으로 생산설비를 옮기고 있는 중이다. 애플의 위탁 생산업체인 폭스콘도 지난 2008년 부품공장을 베트남에 세웠다. 앞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에 따른 무역 장벽 완화 효과까지 나타나기 시작하면 ‘세계의 제조공장이라는 타이틀을 중국에서 이어받을 태세다. 베트남 정부는 최근 미국 주도의 TPP에 참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조만간 세계 제조시장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 보다 ‘메이드 인 베트남을 보는 일이 훨씬 잦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지용 기자 / 문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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