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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 왔던’ 허경민, 이름 석 자 각인한 2015
입력 2015-12-27 14:08 
2015년 가을은 허경민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됐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김근한 기자] 좋은 투수들이 많은 포스트시즌인데 어쩌다 보니 잘 치는 것 같다. 그 분이 오신건지…”
지난 한국시리즈 4차전 직전 만난 두산 베어스 내야수 허경민(25)은 대기록 작성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바로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 그리고 허경민은 안타 2개를 추가하면서 당당히 새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동시에 14년 만에 차지한 팀의 우승으로 그 기쁨은 배가 됐다. 허경민이라는 이름 석 자를 단단히 각인시켜준 2015년이 됐다.
군 제대로 확고한 자리가 없었던 허경민은 올해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1루수를 제외한 전 포지션을 소화 가능한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각광 받았다. 하지만 그만큼 확고한 자리가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두산도 외국인 타자로 3루수 잭 루츠를 영입하면서 허경민의 자리는 여전히 벤치인 듯 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행운이 찾아왔다. 루츠가 단 8경기 만에 시즌 초 퇴출당하면서 허경민에게 기회가 온 것. 기회가 오더라도 잡지 못한 선수가 태반이지만 허경민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이후 허경민은 정규시즌 내내 주전 3루수로 자리 잡았다. 올 시즌 117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1푼7리 128안타 1홈런 41타점 8도루를 기록했다. 프로 데뷔 첫 규정 타석 3할을 달성했다.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허경민의 통산 세 번째 포스트시즌은 그를 위한 무대였다.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14경기를 쉼 없이 달렸다.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23안타)을 달성했고 한국시리즈에서만 타율 4할1푼7리 1홈런 7타점으로 맹활약했다. 한국시리즈 4차전 막판 과감하고 깔끔한 홈 송구로 수비에서까지 빛났다. 허경민의 말대로 ‘그 분이 온듯한 경기력이었다.
일구회 시상식 의지노력상과 플레이어스 초이스 어워드 기량발전상을 받은 허경민 사진=MK스포츠 DB
이뿐만 아니었다. 허경민은 두산에서의 맹활약으로 국가의 부름까지 받았다. 부상으로 빠진 박석민을 대신해 2015 WBSC 프리미어12 대표팀으로 발탁됐다. 프리미어12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면서 2015년에만 두 번의 우승을 맛봤다.
상복도 있었다. 허경민은 일구회 시상식의 의지노력상과 선수들이 직접 뽑은 플레이어스 초이스 어워드 기량발전상을 수상했다. 골든글러브 3루수 후보(18표) 명단에도 올랐다.
달콤했던 2015년이 마무리되는 가운데 허경민의 2016년 전망도 밝다. 허경민이 확고히 주전 3루수로 자리 잡은 덕분에 두산은 다른 포지션으로 외국인 타자를 구하고 있다. 지난 가을 야구에서 테이블세터로 호흡을 맞춘 외야수 정수빈도 군 입대를 미뤘다. 두산 팬들은 ‘90년생 테이블세터 듀오의 활약을 1년 더 지켜볼 수 있다. 더 높이 날아오를 일만 남은 허경민이다.
[forevertoss@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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