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하락’ 베팅에 몰리는 돈…배럴당 15弗 풋옵션도
입력 2015-12-23 15:47 

저유가 쇼크가 장기화되면서 배럴당 유가 10달러대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등장하는 한편 원유생산업체들은 악전고투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WTI)원유를 내년에 배럴당 15달러에 팔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풋옵션 매입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22일 전했다. 내년 12월에 배럴당 WTI원유를 25달러에 팔수 있는 풋옵션 매입규모도 이번주 들어 지난 주보다 2배로 늘었다. 풋옵션은 특정 상품을 정해진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다. 행사가격이 15달러인 WTI 풋옵션을 매입했을 경우, 앞으로 WTI 가격이 배럴당 15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이익을 볼 수 있다. 이처럼 풋옵션 매입이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이 내년 유가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유가하락으로 원유업체들은 고전하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65달러 이상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하에 연초 80조원을 주고 BG그룹을 인수한 세계 2위 석유메이저 로열더치셸은 유가 급락으로 사상 초유의 긴축경영에 들어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셸은 내년 투자 규모를 당초 계획했던것보다 20억달러(2조3000억원) 줄인 330억달러(38조6000억원)로 하향조정했다. 셸은 지난 14일 전체 인력의 3%에 해당하는 2800명을 해고할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21일에는 2억2600만달러 상당의 뉴질랜드 가스전을 호주업체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3대 석유메이저인 코노코필립스는 러시아 진출 25년만에 철수를 결정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코노코필립스가 저유가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러시아 원유생산 합작사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고 보도했다. 주요 외신들은 유가 반등을 기대하면서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 키우기에 나섰던 원유업체들이 ‘승자의 저주에 내몰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유가 시장에서는 국제 유가 벤치마크로 사용되는 브렌트유와 미국산 원유 WTI 가격이 역전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22일 NYMEX에서 내년 2월 인도분 WTI는 전날보다 33센트(0.9%) 오른 배럴당 36.14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반면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내년 2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24센트(0.7%) 떨어진 배럴당 36.1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이 브렌트유보다 비싸진것은 지난 2010년 8월 이후 5년 4개월래 처음이다.
지난 40년간 지속된 미국산 원유 수출 제한으로 미국내에서만 유동됐던 WTI는 만성적인 공급과잉때문에 국제유가를 대표하는 브렌트유 대비 다소 낮은 가격에서 거래가 이뤄져왔다. 그런데 지난 18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산 원유수출 금지해제 법안에 서명, 미국산 원유인 WTI 수출 길이 열린데다 가격하락으로 채산성을 맞추지 못한 셰일생산업체들의 미국내 셰일원유 공급도 감소하면서 WTI 원유가격이 반짝 반등한 상태다. 반면 미국 바깥에서는 이란·러시아 증산과 OPEC 감산 불가 결정으로 공급이 넘쳐나 브렌트유 가격 하락폭이 커지면서 WTI보다 값이 더 저렴해지는 현상이 발생했다는게 석유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이지용 기자 /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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