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불량 회사채발 신용대란 우려` 얼어붙은 회사채 시장
입력 2015-12-06 17:18 

지난 11월19일 아시아나항공은 1000억원 회사채 발행을 위해 사전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그러나 기관투자자들 매수 주문은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회사채 만기를 2년으로 줄이고, 금리도 연5% 이상으로 높게 제시했지만 투자자들은 거들떠 보지 안았다. 결국 1000억원 모두 미매각됐고 남은 물량은 한화투자증권 KB투자증권 등 주간사들이 떠안아야 했다.
지난달 20일에는 국내 최고 신용등급(AAA)인 SK텔레콤이 25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하지만 200억원이 미달됐다. AAA등급 회사채가 발행시장에서 100% 소화되지 못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회사채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사실상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이다. 글로벌 금리가 상승국면에 진입한 데다 우리나라에선 한계기업 무더기 구조조정까지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부진한 수요 탓에 올들어 국내 기업의들 회사채 발행 규모 자체도 크게 줄었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대우조선 부실이 발표된 지난 8월부터 11월 말까지 회사채 발행금액은 16조3909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18조8477억원)보다13% 줄어든 것이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회사채 발행 규모가 크게 감소하고 발행 금리가 급등하는 등 신용 경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국내 대표기업들의 어닝쇼크로 신용위험 민감도가 높아진 투자자들이 회사채 비중을 줄인 것이 직접적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위축된 시장 분위기에도 자금조달에 나선 기업들은 수요예측에서 회사채 발행금액을 모두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에 앞서 수요예측을 실시하는데 지난 11월 기준 미매각률은 14.6%로 2014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 롯데렌탈 한화테크윈 등 신용등급 AA 이상 우량 기업들도 회사채 미달사태로 애를 먹었다.
매일경제가 한국예탁결제원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내년 신용등급 A 이하 비우량 회사채의 만기도래 금액은 총 11조16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K해운 한진 효성 등 A등급 회사채 만기도래액이 7조185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대한항공 두산인프라코어 이랜드월드 등이 포함된 BBB등급은 2조8115억원 만기가 돌아온다. 동부팜한농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BB급의 만기도래액도 1조1675억원에 달한다. 회사채 발행 당시인 3~5년 전에는 큰 문제가 없었으나 이후 기업 실적이 크게 악화되면서 신용등급이 떨어진 회사채들이 대부분이다. 만성실적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건설 조선 해운 철강 비중이 유난히 높다.
문제는 내년 미국 금리 인상이 이루어지고,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회사채 투자심리가 악화되는 상황이다. 비우량 기업들은 차환이 사실상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 대출은 채권단에 포함된 은행들이 협의해 만기를 연장해주면 급한 불을 끌 수 있다. 그에 비해 공모 회사채의 경우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한 상품이기 때문에 만기 연장이 불가능한 ‘꼭 갚아야 할 빚이다.
물론 기업들은 나름 회사채 상환 복안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제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경영정상화 방안으로 내놨던 비핵심자산 매각, 비주력 자회사 청산 또는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그룹 내 알짜 사업부인 두산공작기계를 팔아 마련한 재원으로 회사채를 갚고 재무구조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영업현금흐름 등을 활용해 내년 만기 도래하는 CP를 상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사채 투자심리가 냉각되면서 회사차 가산금리(국고채와 회사채의 금리 차)도 상승하고 있다.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회사채 발행을 위해 그만큼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가산금리는 올해 상반기 AAA급이 20bp(1bp=0.01%포인트)내외, AA급이 28bp, A급이 95bp 안팎 이었지만 최근 AAA급이 34bp, AA급이 50bp, A급은 120bp까지 높아졌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조선 건설 등 수주업종 신용스프레드가 크게 올랐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호전되지 않는 한 내년에도 회사채 발행시장 위축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 대출의 경우 자산건전성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회사채 대체 수단으로 삼기에는 제약이 있는 상황이다. 이훈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대우조선해양 어닝쇼크, 롯데그룹 내 경영권 분쟁 등의 이슈가 회사채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정부도 기업구조조정의 강도를 높이고 있어 당분간 회사채 시장은 경색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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