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쪽지예산 뜯어보니…정부원안에 없던 6500억원 끼어들었다
입력 2015-12-03 15:41 

2016년도 나라살림 규모가 386조3997억원으로 확정됐다. 국회는 당초 정부가 제출한 386조7059억원에서 3062억원을 순삭감했다. 지난해 약 6000억원 순삭감한 것과 비교하면 변동폭은 다소 줄어들었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예산심사 마감시한이 촉박한 가운데 예산처리가 여야 쟁점법안과 연계되면서 심사가 부실했던 거 아니냐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이유이다. 이러한 가운데 여야 실세들은 조용히 지역구 예산을 살뜰히 챙겨가는 저력을 발휘했다.
◆ 당 지도부·상임위원장· 예결위 의원 예산 챙기기
본지가 내년도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당초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서 이름조차 찾아볼 수 없었던 사업들이 국회에서 부활한 것만 총 397건으로 확인됐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6440억3100만원에 이른다. 정부가 한정적인 재원을 감안해 추진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예산을 할당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회의원의 ‘쪽지 예산임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사업의 면면을 살펴보면 여야 정치권 실세들과 예산안 심사라는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지역구가 대부분이었다.
친박계 핵심인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저력을 발휘했다. 순천시 가축 분뇨 공공처리시설(7억6000만원), 순천경찰서 해룡파출소 신축(6억9000만원), 순천아랫장 환경개선 사업(5억원)을 예산안에 밀어넣었다. 이밖에도 순천대시설 설비보수 사업과 순천 뿌리기술지원센터 사업도 이 의원의 지역구 사업으로 정부안보다 각각 10억원씩 증액됐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부산 영도 해양 낚시 복합타운을 위해 1억원을 새로 반영했으며 국회 정무위원장인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도 한류명품 드라마 테마파크 조성(6억원)을 위해 신규 예산을 확보했다.

여당과 막판까지 예산안 통과를 두고 신경전을 벌인 야당 지도부들도 예산안 확보에는 신속한 몸놀림을 보였다. 문재인 대표는 지역구내 어린이 보호구역을 위해 1억원을, 이종걸 원내대표는 안양석수역 주변 하수관로 정비에 10억원을 확보했다.
특히 예산안 협상의 주역들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총선용 예산을 조용히 챙겨갔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재경 새누리당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의 대표행사인 진주유등축제를 위해 정부안에도 없던 2억원을 막판에 밀어넣었다. 김 의원은 화물자동차 공영차고지 조성(55억원), 실크산업 혁신센터 건립(25억원), 농업기술센터 신축(20억원)을 정부안에 반영시켜 눈에 띄지 않는 노하우도 선보였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도 오산시의 대표적 역사·문화축제 독산성문화제에 정부 예산 2억원을 추가했고 복합문화체육센터 설계비(30억원)도 확보했다.
여당 간사인 김재경 의원은 전국 7곳에 세워지는 지방보훈회관을 지역구인 서울시 강서구에 건립해 균형을 맞췄다.
◆ 지역구 생색은 도로·철도 등 ‘SOC 예산으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가장 생색내기 쉬운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예산 확보에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국회를 통과한 내년 SOC 분야 예산은 총 23조7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24조8000억원보다 약 1조원 가량 줄었다. 정부가 그동안 축적된 SOC를 감안해 단계적으로 정상화를 추진하고 투자 효율을 높이는데 주력하기로 방침을 밝히면서 감축이 불가피했다. 이에 따라 지역구 SOC 예산을 반영하기 위한 의원들의 기싸움이 예산 심사전부터 불거졌다.
야당은 예산 심사에 들어가기 앞서 대구·경북(TK) 지역 SOC 예산이 대거 반영된 것을 두고 ‘대통령 예산, ‘총선용 예산이라며 공세수위를 높였다. 이어 과다편성된 TK 지역의 SOC 예산을 대폭 칼질하기 위해 현미경 심사에 착수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예산심사의 시간적 제약과 호남·충청 지역 SOC 예산 확보를 위해 여당과 적절한 선에서 타협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야당이 TK 예산 통과를 대가로 호남 SOC 예산을 약 1200억원 가량 늘린 것이다.
대표적으로 호남권 SOC 예산으로는 호남KTX(광주~목포) 건설 사업비가 정부안(550억원)보다 250억원이 늘어났고 보성~임성리 철도건설도 250억원 순증했다. 충청군에서는 서해선 복선전철이 정부안(1837억원)보다 500억원 늘어났고 천안~청주공항 복선전철은 정부안(10억원)보다 무려 10배 많은 100억원이 배정됐다.
또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치지 않았지만 신규 사업비 30억원이 반영된 광주광역시의 최대 현안 사업인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구축, 공문서 위조 논란으로 전액 삭감됐던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20억원)도 부활했다.
영남권에서는 울산~포항 복선전철이 정부안보다 300억원, 부산 사상~하단 도시철도는 150억원 늘었다.
[안병준 기자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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