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ELS 고객돈 변칙투자 못한다
입력 2015-11-26 17:35  | 수정 2015-11-27 10:50
현대증권은 2013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K-FI Global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발행한 주가연계증권(ELS) 자금 약 4500억원 가운데 3분의 2인 3000억원을 해외 부동산에 투자했다. ELS를 팔면서 고객들에게 제공한 투자설명서에는 "코스피200에 투자하는 상품"이라고 명시돼 있었을 뿐 부동산 얘기는 한 줄도 없었다. 고객 돈을 전혀 엉뚱한 곳에 투자한 셈이다.
금융감독원 현장점검에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현대증권은 투자설명서에서 "코스피200에 투자한다"는 문구만 빼고 부동산 투자는 계속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주가지수나 특정 종목 연계형 ELS로 끌어들인 고객 자금을 부동산 등에 변칙 투자하는 게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증권사를 대상으로 ELS 고객 자금 운용에 대한 모니터링(관리감독)을 강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26일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12월 중 증권사들이 ELS 등 파생결합증권을 통해 조달한 자금에 대해서는 별도 계정을 마련해 관리하도록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 규정은 이르면 내년 1분기 중 시행될 예정이다.
현재 증권사 고유 자산과 고객 자산이 뒤섞여 복잡하게 운용되는 ELS 자금을 특정 계정으로 떼내 별도로 운용하도록 한 것이다. 증권사의 파생결합증권 발행잔액이 100조원에 육박하면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같은 돌발 사태가 터지더라도 고객이나 증권사가 입을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종의 안전장치를 마련해두자는 차원이다.

ELS 등 파생결합증권은 증권사가 자기 신용을 담보로 발행해 고객 자금을 끌어모으는 일종의 회사채 성격이 짙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는 증권사의 고유 자산 계정과 고객 돈인 ELS 자산이 혼재돼 운용돼왔다. 이러다 보니 ELS 자금을 정확히 얼마나 채권예금 선물·옵션 등에 투자했고, 손익은 얼마나 냈는지 발라낼 길이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ELS 별도 계정이 생기면 증권사들 투자나 운용 내역이 보다 투명하게 드러나 부동산과 같은 변칙 투자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자본시장법 및 관련 규정상 ELS 자금 운용에 대한 별도의 제한 조치는 없다. 다만 통상 ELS 만기가 3년 안팎임에도 불구하고 유동성이 부족한 부동산 등 자산에 ELS 자금이 대규모로 투자될 경우 투자자와 상품 운용의 만기 불일치에 따른 증권사 신용위험이 불거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또 별도 계정을 만들면 ELS 운용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과도한 헤지나 불완전 헤지 문제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전문가는 "ELS 자산이 별도로 관리되면 증권사들이 헤지를 위해 보유한 선물이나 옵션 포지션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고객에게 잠재적으로 미칠 예상 손해나 증권사 유동성 문제, 운용상 위법 여부 등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연내 증권사 건전성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 9월 중 실시한 증권사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은 미미한 것으로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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