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6천만 유료가입자 넷플릭스의 파괴적 힘은 ‘멤버십 이코노미’
입력 2015-11-26 11:12 
‘멤버십 이코노미(Membership Economy)’의 저자 로비 켈만 박스터(Robbie Kellman Baxter).

세계 최대 유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업체 ‘넷플릭스가 내년 초 한국에 진출한다. 방대한 콘텐츠로 무려 6000만명의 전세계 유료 가입자를 거느린 공룡 미디어의 한국 시장 진출 결정에 따라 국내 업체들은 벌써부터 초긴장상태다.
넷플릭스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전문가들은 넷플릭스의 ‘멤버십(Membership) 모델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분석하고 있다. 넷플릭스 회원이 되면 추가로 결제 정보를 입력하지 않고도 원하는 영화를 얼마든지 시청할 수 있다. ‘하우스오브카드 같은 인기작들은 넷플릭스 회원에게만 독점 상영되고 기존에 본 영화기록을 바탕으로 자기 취향에 맞는 영화를 계속 추천받을 수 있다. 넷플릭스 회원으로 가입한 사람은 대부분 슈퍼유저가 된다. 일단 회원이 되어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영화 시청의 경험에다 피드백을 즉각 반영할 수 있다는 의미까지 있으니 충성도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덕분에 넷플릭스는 한번 고객이 등록되기만 하면 지속적으로 매출이 발생하는 수익구조를 갖출 수 있었다.
소유의 시대를 지나 공유의 시대라고 한다. 공유만큼 대세가 되고 있는 것은 멤버십이다. 소유나 공유의 이분법을 벗어나 멤버십에 등록된 소비자들을 통해 기업들은 새로운 수익 원천을 찾고 있다. 사실 멤버십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교회나 헬스클럽과 같은 배타적인 멤버십이 존재했다면 몇년전부턴 멤버십을 기반으로 하는 코스트코 같은 멤버십 유통점이 새로운 모델로 부상했다. 이제는 기술 발달로 소비자들과의 연결고리를 더 강화한 넷플릭스나 링크드인 같은 온라인 기반의 멤버십이 대세다.
멤버십의 특징은 제품이나 거래가 아닌 소비자들을 비지니스 모델의 중심에 놓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소비자들의 만족만이 그들을 멤버십의 테두리에 계속 묶어둘 수 있기 때문이다.

매일경제 ‘더비즈타임스는 최근 ‘멤버십 이코노미(Membership Economy)의 저자이자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인 로비 켈만 박스터(Robbie Kellman Baxter)와 인터뷰를 통해 멤버십 이코노미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들었다. 컨설팅사 페닌슐라 스트레티지의 창립자이자 대표인 그는 멤버십이 오너십(소유) 모델을 대체해 향후 비지니스 모델이 될 것”이라며 오너십 중심의 회사들도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매출 창출을 위해서는 멤버십 위주의 운영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켈리 박스터 대표와의 일문일답.
-이미 오프라인에서도 코스트코와 같은 유통업체들은 멤버십 위주로 운영되고 있지 않나.
▶물론 코스트코와 같은 유통업체를 비롯해 피트니스 클럽, 사교 클럽 등 수많은 조직이 멤버십으로 운영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멤버십이 주력이 되는 멤버십 이코노미가 과거의 모델과 다른 점은 기술의 중요성이다. 기술은 멤버십의 토대인 신뢰와 관계를 확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기술은 보다 직접적이고 개인적인 방법으로 소비자와 회사의 관계를 만든다. 코스트코 역시 기술을 레버리지 삼아서 신뢰 인프라를 확장시킨다는 점에서 멤버십 이코노미의 일부라 할 수 있다. 코스트코는 고객들의 결제 정보를 통해 그들의 소비 패턴을 추적하고 고객들에게 가장 알맞는 혜택을 제시한다. 이렇게 멤버들한테도 이로운 기술이 없었다면 코스트코는 지금처럼 성공적이지 못했을 것이다.
-코스트코나 생협은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멤버십 이코노미에서도 소비자 만족도가 중요한가.
▶멤버십 이코노미에서는 무조건 소비자 만족도가 높아야 한다. 소비자가 이탈해서는 비즈니스 모델이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멤버십 이코노미 조직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특별한 미션에 대한 굳은 약속이다. 코스트코와 같은 경우는 언제나 싼 물건, 생협과 같은 경우는 생태적 목적 실현이 될 수 있겠다.
지금 유통업체들이 겪고 있는 경영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존에는 월마트처럼 물건을 일단 많이 갖다놓고 없는 물건이 없이 다 파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다. 그러나 이제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득템이 아닌 목적이 있는 소비다. 그리고 기술이 이러한 소비를 보다 더 잘 달성할 수 있게 한다. 코스트코는 그러한 점에서 성공한 파괴자(distrupter)라고 할 수 있다.
-회원 가입을 하는 유튜브 같은 인터넷 사이트도 멤버십 이코노미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들은 고객들로부터 별도의 회원 가입비를 받지 않는다. 가입비나 수수료가 없이도 멤버십 이코노미가 유지될 수 있는가.
▶돈을 내지 않고도 회원 자격을 부여할 수 있다. 과거 멤버십 이코노미의 상징이었던 교회만해도 그렇다. 링크드인 같은 사이트에선 소수의 회원들은 고급 정보를 위해 돈을 내지만 대다수는 아무런 비용도 지불하지 않는다. 아마존도 아마존 프라임이라고 해서 빠른 배달과 더 큰 혜택을 보장해주는 유료 멤버십을 운영하고 있지만 가입비 없이도 얼마든지 아마존 계정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 멤버십 이코노미에서 중요한 건 회원이 되기 위해 돈을 내느냐가 아니라 계속해서 공식적인 관계를 계속 가지고 가느냐다.
-소비자 들이 비싼 수수료를 내거나 개인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멤버십 이코노미의 일원이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소유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사람들은 너무 많은 물건을 가지고 보관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저장 비용만 해도 만만찮다. 이젠 기술 발달로 멤버십 가입만 하면 클라우드에서 언제나 필요한 컨텐츠를 쓸 수 있다. 음악 CD를 집에 쌓아두기 보다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Spotify)를 쓰면 되고 영화 DVD를 사들이기보다는 넷플릭스에 가입하면 된다.
또 다른 이유는 소속감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기존의 공동체들의 결속력은 약화되고 사람들이 뿔뿔히 흩어져 산다. 그러나 연결에 대한 욕구는 여전히 남아있다. 멤버십 이코노미는 사회적 자본을 쌓고 의미있는 연결고리를 제공해준다. 이웃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걸 위해 사람들은 프리미엄을 내고 개인정보를 공개한다.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넷플릭스 사용자 같이 영화를 보기 위해 별 생각 없이 사이트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소속감과 공동체 의식을 위해 멤버십에 가입한다는 말인가.
▶모든 멤버십 이코노미가 똑같은 수준의 소속감이나 집단 정체성을 요구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멤버십은 마음가짐에 관한 것이다. 그것 때문에 넷플릭스만 하더라도 회원들이 계속적인 관계를 가질 수 있게 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그래서 간편하고 재미있는 비디오 컨텐츠를 계속 만들어 배포하게다는 미션을 진지하게 얘기한다.
넷플릭스 회원들이 그들의 정체성을 넷플릭스 유저로 한정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들은 넷플릭스의 컨텐츠에 상당한 로열티를 느끼고 있고 회원 유지율 역시 90%에 달한다.
-멤버십 회사들은 회원들에게만 혜택을 제공해야 하나. 비회원들한테 높은 가격을 받으면 되지 않을까.
▶멤버십 회사로 정체성을 가지면 오직 회원들에만 차별회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회원들은 굳이 가입비를 내거나 개인정보를 제공하면서 회원 자격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낄 것이다. 물론 비정기적으로 가끔 비회원들에게 높은 가격으로 물건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그게 회사의 주수입원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저관여 제품(low-involvement product)의 경우는 어떤가. 로열티나 가치가 중요한 멤버십 이코노미에서 소비자들이 큰 관심 없이 구매하는 물건들은 멤버십 이코노미의 대상이 될 수 없을 것 같다.
▶저관여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만약 한 회사가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회원들을 모을 수 있다면 멤버십 이코노미는 가능하다. 가령 기저귀는 대표저인 저관여 상품이다. 제품별로 가격이나 성능 면에서 큰 차이가 없으니 그냥 아무 거나 사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몇몇 기저귀 회사들은 커뮤니티인 맘스 클럽을 만들어서 정기적으로 기저귀를 배달해주고 엄마들이 좋아할 만한 샘플들도 증정한다. 여기서 더 나가 육아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다른 엄마들과 연결시켜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제 엄마로서 그리고 특정 기저귀를 함께 쓰는 소비자로서의 멤버십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멤버십은 같은 물건이라고 하더라도 서비스와 커뮤니티를 통해 차별화시킬 수 있다. 저관여 상품이든 고관여 상품이든 상관없이 제품에 대한 애정과 로열티,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멤버십 이코노미 이른바 프리미엄(free+premium) 전략을 쓰면 된다고 했다. 즉, 공짜로 물건을 뿌리되 상위 서비스에 대해 높은 가격을 받는 전략이 통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높은 가격을 내려는 사람이 없다면 어떻게 되나.
▶돈을 지불하려는 사람은 소수여도 된다. 공짜로 가입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이 회원수가 멤버십 이코노미의 힘이 된다. 서베이몽키(SurveyMonkey)나 링크드인 같은 사이트는 많은 사람들이 단돈 1원도 내지 않더라도 수익성이 매우 좋다. 어마어마한 회원수가 광범위한 컨텐츠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전략이 성립하려면 세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첫번째 이건 일단 사람들이 한번 써보게 하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광범위하게 퍼져나갈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돈을 안 내는 멤버라고 하더라도 입소문에 의해 돈을 내는 회원을 데리고 오는 채널 역할을 해야 한다.
-로열티 있는 회원들로 멤버십을 구축했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경쟁자들이 등장해 그 고객들을 뺏어갈 가능성도 있다. 어떻게 회원들을 영원히 데리고 있을 수 있나.
▶멤버십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다면 대부분의 회원들은 충성도가 높고 그들의 관계를 ‘영원한 거래로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번 회원가입서에 사인한 순간부터 왠만해서는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 멤버십 이코노미의 장점이다. 그러나 이는 멤버십 회사들이 경계해야 하는 가장 큰 문제기도 하다. 고객들의 사랑을 당연히 알고 관성에 빠지기도 하고 초심을 잃기도 한다. 이렇게 고객 서비스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고객들은 변심한 기업의 마음을 눈치채고 자기들도 변심할 것이다.
-기존에는 단순히 상품만 거래하다가 멤버십 회사로 전환한 곳이 있는가.
▶포토샵의 어도비(Adobe)는 과거 디스크에 크리에이티브 수트 소프트웨어라는 라이센싱 소프트웨어를 판매했다. 그러나 2013년부터는 디스크를 팔지않고 클라우드를 통해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라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디스크를 사는 데 익숙한 기존 고객들의 불만이 있기는 했지만 결국 144만명이 클라우드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주가도 상승하면서 멤버십 모델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게 입증됐다.
인투이트(Intuit) 역시 퀵뱅크(QuickBank)라는 회계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데스크탑 프로그램을 CD로 팔던 회사였다. 그러나 브라드 스미스(Brad Smith) CEO는 이제 고객들의 요구가 CD를 가지고 다니는 게 아니라 어디서든 최신 서비스를 접속할 수 있는 것으로 바꾸고 있음을 간파하고 멤버십 모델로 나갔다. 2000년부터 인투이트도 온라인으로 회원들에게 영구적인 업그레이드를 해주는 회사로 변신했다.
-멤버십 이코노미가 그렇게 고객들에게도 좋고 기업 입장에서도 많은 이득이 있다면 왜 많은 회사들이 멤버십 모델로 바꾸려고 하지 않는가. 여전히 한번 팔고 마는 소유 모델이 대부분이지 않나.
▶왜냐하면 멤버십으로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새로운 상품, 가격체계, 프로세스, 직원들, 이 모든 것을 통째로 바꿔야 한다. 이걸 잘 한 회사는 어도비나 인투이트 정도다.
멤버십 위주의 수익구조를 만드려면 일단 제대로된 조직을 만들어야 하고 회원들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회원으로 가입한 멤버들에겐 초반 며칠 동안 긍정적인 경험을 주도록 해야 하고 데이터를 통해 회원들이 필요할 만한 것을 즉각 제시하야 할 것이다.
■ who she is…
로비 켈만 박스터(Robbie Kellman Baxter)는 컨설팅 회사 페닌술라 스트레티지의 창립자로 야후나 넷플릭스 같은 실리콘밸리의 여러 기업들에 20년 동안 경영 전략에 대해 자문을 하고 있다. 최근 ‘멤버십 이코노미(The Membership Economy: Find Your Super Users, Master the Forever Transaction, and Build Recurring Revenue)라는 책을 출간했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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