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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M] `돈`보다 `의리`…현대차 지배구조 예측불허
입력 2015-11-26 09:42 

[본 기사는 11월 24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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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가 예측불허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세간에서 생각한 경제적 합리성에 따른 움직임이 아닌 현대차 특유의 '의리' 중심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현대차그룹 움직임에 대한 예측을 사실상 포기한 모습이다.
24일 복수의 금융투자업계와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잇달아 개인자금으로 현대차 지분 확대에 나선 탓에 향후 움직임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견해를 같이 했다.
이러한 판단의 시발점은 올해초 정 부회장이 부친과 함께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할때부터 시작됐다.
당초 업계 시나리오는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합병이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다. 여기에 현대모비스가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HMC투자증권, 현대라이프생명보험 등의 주요 주주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따라 업계에서는 현대모비스가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서고 기아차가 보유 현대모비스 지분을 처분해 순환출자를 끊어내는 형태의 지배구조 개편을 예상했다. 이러한 현대모비스에 현대글로비스를 합병할 경우 정 부회장은 세금 부담을 덜 뿐 아니라 모비스에 대한 지배력도 손쉽게 높일 수 있다. 경제적 합리성에 기반한 판단이다.

그러나 정 부회장이 글로비스 지분 블록딜에 나서자 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소한의 자금으로 최대한의 효율성을 보일 수 있는 카드를 포기했다는 점에서 해당 판단이 도무지 무슨 일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고 회고했다. 개인지분을 매각할 경우 막대한 양도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 절세 측면에서는 비합리적인 선택인 셈이다.
이같은 글로비스 지분 매각에 대해 현대차그룹측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해소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비스 지분 매각으로 오너 일가 지분율이 30% 미만으로 낮아질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불법행위가 있을 경우에만 해당하는 규제이기 때문에 정상 기업의 경우 문제가 없어 다른 대기업집단 계열사 중 상당수는 오너 지분율을 30%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글로비스 지분 매각은 이례적인 모습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었다.
글로비스 블록딜은 1월 중순경 첫번째 시도 당시 무산됐음에도 불구 20여일 뒤인 2월초 다시 시도해 성공했다. 특이할 점은 글로비스 주가가 해당기간 동안 30만원에서 23만5000원으로 20% 넘게 폭락했음에도 실시됐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블록딜은 통상 주가 회복을 기다렸다 재차 실시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례적인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한번 하기로 결정하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현대가의 전통적인 모습이 글로비스 지분 매각에서도 드러난 셈이다. 이 과정에서 '돈'은 뒷전이 됐다.
글로비스 지분 매각 뒤 업계 향후 관심사는 정 부회장이 글로비스를 비롯해 이노션 등의 상장과정에서 생긴 1조원이 넘는 현금의 사용 용처였다. 대부분은 해당 자금이 현대모비스 지분 취득에 쓰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정 부회장이 지난 9월과 이달 잇달아 현대차 주식 8000억원 어치를 사들이며 이같은 예상도 모두 빗나갔다. 정 부회장은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이 보유한 현대차 지분을 잇달아 개인자금으로 사들이며 어려움에 빠진 '작은 아버지'에 대한 의리를 지켰다. 현대차그룹은 우호지분인 현대중공업 그룹 보유 지분이 제3자에게 매각될 경우 안정적 경영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지분 매입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부회장이 사들인 현대차 지분은 막대한 매입금액에도 불구 2.28%에 불과하다. '돈'보다 '의리'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시장 예상을 번번이 빗나간 현대차의 향후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는 현재로서 감감무소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IB들이 현대차 지배구조 관련 뚜렷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오너의 움직임이 '명분' '의리' 등에 좌우되고 있는만큼 현대차그룹의 미래는 결국 오너 '의지'가 어디에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설명이다. 정 부회장은 현재 현대차 지분 2.28%를 비롯해 글로비스 지분 23.29%,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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