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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12] 기적의 야구를 만든 ‘태극마크’의 자부심
입력 2015-11-21 22:40 
오합지졸? 난항 속에 선발된 태극전사는 약하지 않았다. 태극마크를 달고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그 단합된 힘으로 프리미어12에서 높이 날아올랐다. 사진(日 도쿄)=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日 도쿄) 이상철 기자] 2015 WBSC 프리미어12(이하 프리미어12), 딱히 동기부여는 없다. 장기레이스를 마치고 참가하는 국제대회다. 이번이 첫 대회다. 게다가 144경기를 뛴 것도 처음이다. 어느 때보다 힘든데 듣지도 보지도 못한 대회에 또 뛰어야 한다. 의욕이 넘칠 리가 없다.
‘메리트가 없다. 프리미어12를 우승했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 이력 한 줄 정도 넣을지 모르겠다. 대표팀 소집 일수에 따라 자유계약선수(FA) 자격 일수가 준다. 그러나 그건 프리미어12만이 아니며 아주 큰 혜택도 아니다. 우승 상금은 100만달러에 그치며, 배당금도 없다.
아시아경기대회는 금메달 획득 시 병역 면제 혜택이 주어진다. 2010년 광저우 대회와 2014년 인천 대회에서 그 수혜를 입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도 초대 대회에만 당근(4강 진출 시 병역 혜택)이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프리미어12는 여러모로 WBC와도 비교가 됐다. ‘최고의 국제야구대회인가라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다. 또한, 함께 그라운드에서 맞설 세계 최고의 선수들도 아니었다. ‘한 번 붙어보자라는 투쟁심도 WBC와 다를 터. ‘한일전과 ‘오오타니 쇼헤이에 초점이 모아졌을 뿐이다.
또한, 이번 대표팀이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됐는가라는 물음에도 수긍하기 어려울 것이다. 프리미어12 개막 전부터 대표팀 구성에 난항을 겪었다. 분명 뛰어난 실력을 갖춘 몇몇 선수가 함께 하지 못했다.
그러나 국가대항전이다. 개인의 명예가 아닌 국가의 명예를 걸고 참가하는 대회다. 태극마크의 무게는 다르다. 최근 들어 국가대표의 사명감이 약해졌다는 비판이 있으나 국가의 부름을 피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국가를 위해 뛰었다. 프로야구선수 이전에 국가대표 야구선수라는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는 김인식호를 단단히 묶은 끈이었다. 좀처럼 끊어지지 않았다.

김인식 감독은 스스로를 옛날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국가에 충성을 맹세하고, 국가를 위해서라면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했다. 현재는 과거처럼 ‘너무 딱딱한 관계는 아니라고 했다. 일방적인 강요를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태극전사는 그 무게를 느꼈고, 그에 맞게 실천했다. 우리는 국가대표다. 당연히 그 본분에 맞게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 유니폼 왼 가슴에 새겨진 태극마크의 의미와 무게를 잘 알고 있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솔직한 다짐이다.
김 감독은 국가대표라면 근본적으로 국가관을 갖춰야 한다. 국가대표는 국가와 개인의 명예를 드높일 수 있는 기회다. 그 가운데도 국가의 명예가 우선순위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런 부분에서 다들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남들끼리 모인 대표팀이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하고 있다”라며 태극마크의 자부심이 이번 대회를 완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덧붙였다.
우려였다. ‘기왕 하는 거 한 번 제대로 해보자. 선수들의 하나같은 마음이었다. 대충은 없다.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다. 게다가 누구보다 지기 싫었다. 일본은 물론 다른 어떤 팀에게도. 2013년 WBC 1라운드 탈락 이후 첫 세계대회다. 2년 전의 씁쓸한 경험을 한 이들이 여럿 있었다. 그때와는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오합지졸? 난항 속에 선발된 태극전사는 약하지 않았다. 태극마크를 달고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그 단합된 힘으로 프리미어12에서 높이 날아올랐다. 사진(日 도쿄)=김영구 기자
주장 정근우(한화)는 오기로 더욱 하나가 됐다”라고 말했다. 힘들었으나 조금 더 힘을 내자고 서로 독려했다. 그리고 다함께 노력했다. 정말 최선을 다했다. 그 단합된 힘이 ‘약속의 땅 도쿄돔에서 기적을 만들었다. 우승이라는 결실까지 맺으면서. 그 무거운 태극마크가 21일 밤만큼은 한없이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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