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창조적 외도` 길 만드는 서울공대 교수들
입력 2015-11-17 16:50 
박문서 건축학과 교수

김윤영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공학자이면서도 화가다. 일반 화가와 다른 점이 있다면, 붓이 아니라 컴퓨터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다. 그가 ‘알고리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명령어로 구성된 일련의 절차)을 설계하면, 이 알고리듬이 그림을 그려낸다. 김 교수가 만든 알고리즘의 상상력은 인간을 능가한다. 수천 수만 가지 다른 패턴의 그림을 거의 무한대로 창조해낸다. 그는 이를 일컬어 ‘다름의 무한증식이라고 불렀다.
공학자인 그가 ‘그림이라는 ‘외도를 시작한 까닭은 무엇일까? 김 교수는 십수년간 연구한 알고리즘을 통해 그림을 그려보면 어떨까하는 호기심에서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시작한 그림은 전문 화가 수준이다. 전시회도 열었고 2012년에는 강남세브란스 병원에 작품 5점을 기증하기도 했다. 김 교수가 그린 그림은 ‘변분예술(Variational Art)이라는 새로운 미술 분야로 자리잡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의 외도는 본업인 공학과 무관하지 않다. 공학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는다. 그렇기에 그의 외도는 공학자로서 ‘창조적 외도인 셈이다. 전공분야에서 얻은 지식을 다른 분야에 퍼뜨림으로서 (전공분야에서도) 새로운 ‘영감 또한 얻을 수 있어요. 전문성을 바탕으로 타 분야에 도전해 얻는 시너지의 선순환이 (공학과 인문학을 결합하는) ‘통섭의 핵심입니다.” 공학지식으로 그림을 그리고, 그림을 그리면서 공학적 영감을 얻는 김 교수의 작업이야말로 통섭의 예라 할 수 있다.
엔지니어의 요람인 서울대 공대에는 이처럼 전공분야를 살리는 창조적 외도를 통해 ‘통섭의 길을 걷는 교수들이 여럿 있다.
박문서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지난 9일 한국 건설 산업의 명과 암을 담아낸 소설 ‘테미스의 후속편인 ‘테미스2를 출간했다. 책에는 지난 20여년간 산학현장에서 실무자와 교육자로서 직접 보고 느낀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박 교수는 직접 경험하고 학습한 분야에서 독자들에게 실제 산업현장과 사회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문제와 해결방법에 대한 노하우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출간 계기를 설명했다. 소설 쓰기는 그의 전공한 건축학에도 작지 않은 도움이 됐다. 건축학을 독자인 학생들과 일반인의 눈 높이에서 더욱 정확하게 이해하고 소통하게 됐다. 그는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소설을 쓰는 것은 여전히 어렵지만 가장 잘 알고 있는 분야기 때문에 쉽게 풀어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태완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토론 교육을 통해 통섭의 길을 걷고 있다. 김 교수는 서울대 기숙사 사감으로 재직하던 2013년 서울대 재학생 토론 프로그램 ‘아크로폴리스(일명 오바마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토론 훈련을 받은 서울대 대학생들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중학교 학생들에게 방과 후 토론 수업도 매주 진행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매년 토론 교육 방법론과 토론기술 등을 담은 토론 프로그램 활동집도 발간하고 있다. 이 활동집은 토론 교육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전국의 토론 교육자들에게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
김 교수에 따르면 공학과 토론은 시너지 효과가 분명하다. 공학에서 배울 수 있는 문제해결능력과 유연한 사고를 토론에 적용할 수 있고, 토론을 통해 이 같은 사고 능력을 더욱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높은 수준의 공학을 배우는데 큰 도움이 된다. 김 교수는 아크로폴리스를 통해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유연하게 사고하는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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