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파독 간호사 ‘코리아엔젤’ 이번엔 기부천사로
입력 2015-11-17 14:21 
신정택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왼쪽)과 김정순 주 부산 독일명예영사.

어려운 이웃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17일 부산에서 73번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김정순 부산 주재 독일 명예영사(71).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는 1억원 이상을 기부하거나 5년 이내에 1억원 기부를 약정하면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1944년 경북 청도에서 태어난 김 명예영사는 어린시절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으로 단란했던 가정이 한순간 가난으로 무너졌다. 22살 꽃다운 나이에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찾고자 간호조무사로 머나먼 독일 땅을 밟는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타국에서 아프고 병든 이들은 위해 열심히 일하자 그에게는 ‘코리아 엔젤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힘겹고 고생스러운 시간이었지만 함께 떠나 온 고국의 젊은이들과 살아서 돌아가자”는 말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았다. 어려운 독일 생활 속에서도 김 명예영사는 남들보다 치열하게 독일어를 공부하며 새로운 기회를 찾았다.

파독 간호조무사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뒤에는 간호사 공부를 다시 해 정식으로 간호사 생활도 했다. 또 능통한 독일어 실력과 한국과 독일 두 나라 상황을 잘 아는 경험을 바탕으로 독일어 통역원으로 일해 달라는 독일정부와 기업의 요청이 쇄도해 한때 통역원으로서의 삶을 살기도 했다.
이후 1972년 부산에 설립된 한독직업훈련학교에서 일하다 독일의 조선기자재 기업의 한국 대리점을 맡았고, 이를 계기로 1984년 독일 함부르크 외국인 투자기업과 합작해 ‘한국담수토부라는 기업을 설립해 대표를 맡아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기업을 운영하면서 2004년 부산 주재 독일 명예영사에 임명된 김 대표는 부산독일문화협회를 만들고, 지난 2월에는 독일문화원 부산어학센터를 열어 운영하는 등 부산과 독일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지난달 29일 독일정부로부터 ‘1급 독일 공로십자훈장을 받기도 했다.
김 명예영사는 자신이 어려웠던 시기에 슬픔과 좌절을 기회로 만들었던 젊은날의 기억과 마음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정운장학재단을 설립해 매년 학생들을 돕고 있다.
김정순 명예영사는 부산지역을 위해 더 큰 나눔을 실천하기로 결심했다”며 모든 사람들이 지혜롭고 정직하고 부지런하게, 그리고 항상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되도록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신정택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은 김 명예영사가 평소에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꾸준히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으로 더 많은 이웃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진정한 기부천사가 됐다”고 말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