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강의실에 걸그룹 부른 ‘신촌교수’…덕후들 유쾌한 반란
입력 2015-11-11 14:52 

#나 교수다. 트둥이(걸그룹 트와이스 팬)들 강의실 공격 신청했다” 걸그룹 트와이스의 팬임을 자칭하는 닉네임 ‘신촌교수가 지난 5일 팬 커뮤니티에 이 같은 내용의 걸그룹 방문 이벤트 신청 사실을 공개했다. 이 때만 해도 모두가 반신반의했다. 마침내 지난 9일 연세대 캠퍼스에 ‘진짜 걸그룹 트와이스가 모습을 드러냈고 강의실은 흥분의 도가니가 됐다.
서울 연세대의 한 교수가 걸그룹이 강의실을 방문하는 이벤트를 직접 신청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연세대 행정학과 A교수. 그는 닉네임 ‘신촌교수로 활약하며 이 같은 깜짝 초청강연을 성사시켰다. 소식을 듣고 몰려든 학생들로 400명 수용 가능한 대형 강당이 가득 찼다. A 교수가 손을 흔들며 등장하자 학생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걸그룹의 응원법(아이돌 노래에 맞춰 구호 등을 외치는 것)을 일러줬다. 그는 이벤트 중간에 학생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가 한 걸그룹 멤버의 개인기 중 하나인 독수리 춤을 추기도 했다.
이날 권위·무게·엄격 등 교수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깨뜨린 A교수는 학생들 사이에서 이른바 ‘성공 덕후로 꼽힌다. 덕후는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이르는 일본어 ‘오타쿠(御宅)에서 따온 은어. 과거에는 특정 취미에 지나친 관심을 쏟으면서 사교성이 결여되고 다른 분야의 지식에 약한 부정적 인물로 취급 받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A교수 처럼 사회적으로 성공한 오타쿠, 즉 ‘성공 덕후가 출현하면서 오타쿠 문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뒤바뀌는 추세다. 대표적인 성공 덕후로 꼽히는 인물인 카이스트의 박병호 경영대 교수는 국내 최초 애니메이션 평론서로 꼽히는 ‘애니세대를 공동 저작할 만큼 애니메이션 광이다.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학생들에게 애니메이션을 추천받고 해당 애니메이션을 감상한 뒤 소감을 나눈다.
덕후들은 과거와 달리 더 이상 개인의 취미생활을 숨기지 않고 타인과 적극적으로 교류한다.
데뷔한지 18년 된 배우 심형탁은 일본 애니메이션 ‘도라에몽 덕후라고 밝혔으며 고급 레스토랑 ‘엘본 더 테이블을 운영하는 최현석 셰프도 피규어를 모으는 덕후임을 밝힌 바 있다. 사회적으로 인기가 높은 이들이 주목 받으면서 ‘덕후라는 단어가 풍기던 부정적 이미지가 희석되고 특정 분야의 지식인이라는 인식도 생기고 있다.
스기모토 쇼고 고려대 일어일문학과 교수는 덕후라는 용어가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을 지닌 사람이라는 뜻으로 확산됐다”며 그 범주에 포함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사회적 이미지도 긍정적으로 바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덕후를 자처하는 개인은 사회적 시선 변화와 더불어 자신의 취미와 문화를 남과 공유하면서 연대의식을 강화한다는 게 큰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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