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안타까운 동국제강’ 브라질제철소 가동 내년 2분기 이후로 연기
입력 2015-11-04 17:54 

동국제강이 사운을 걸고 추진 중인 브라질 CSP 발전소의 고로 가동이 내년 2분기 이후로 연기됐다. 당초 올해 말까지 고로 화입(火入, 불을 땜)을 하려했으나, 현지 인프라 상황이 녹록하지 않은데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부재로 추진동력을 잃으면서 프로젝트가 표류하고 있다.
지난주 브라질 일관제철소 운용 합작법인 CSP는 고로를 2015년 12월 말 시운전 할 예정이었으나, 화입 시점을 2016년 2분기로 변경한다”고 브라질경제사회개발은행(BNDES) 등 대주단에 공식통보했다.
2012년부터 포스코건설이 시공을 맡아 진행 중인 브라질 제철소는 10월 말 현재 종합공정률이 95.7%로, 당초 계획 대비 평균 3.7%포인트 정도 뒤쳐져있다. 특히 브라질 주정부가 건설을 약속한 철광석 하역시스템이나 슬래브 운송용 도로·교량 등 인프라스트럭쳐가 계획대비 10% 이상 뒤쳐져 있어 최소 3개월 이상의 추가공사가 필요한 상태다.
CSP는 브라질 북동부 쎄아라(Ceara)주에 연산 300만톤 규모의 고로 일관제철소를 짓고 있다. 인프라스트럭쳐 조성비용까지 합쳐 총 54억6000만달러가 투입되는 브라질 북동부지역 최대 외자유치 사업이다. CSP는 세계최대 철광석 회사인 발레(VALE)가 지분 50%를 들고 있고, 동국제강이 30%, 포스코가 20%를 투자해 세워졌다.

CSP 제철소 프로젝트가 연기되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동국제강이다. 국내에 고로를 가지고 있지 않은 동국제강은 주력상품인 후판(선박제조 등에 쓰이는 두꺼운 철판)을 생산하면서, 그 원재료인 슬라브를 경쟁사인 포스코나 현대제철로부터 받아왔다. 이런 태생적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장세주 회장은 브라질 세계최대 철광석회사와 손을 잡았다. 브라질에서 생산되는 철광석과 석탄으로 현지서 철을 만들어 국내에 싼 값에 들여와 후판 등을 생산하겠다는 것.
동국제강은 조선경기 악화로 큰 타격을 받아 포항 후판공장을 폐쇄할만큼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다.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서울 사옥인 페럼타워를 내다파는 강수도 뒀다. 이런 고강도 구조조정을 펴면서도 동국제강이 꿈을 가질 수 있었던 건 브라질 CSP 제철소의 쇳물 때문이었다.
하지만 제철소 가동이 지연되면서 동국제강 재기의 꿈도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동국제강은 2016년 상반기 중 철강품질을 끌어올려 내년 안에는 브라질서 국내로 슬래브를 들여올 계획이었다”며 이 계획이 틀어지면서 후판사업 일관화 계획도 순연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고 평가했다.
제철소 공사 지연으로 CSP가 대주단으로부터 빌린 수조원에 대한 이자비용을 추가로 물어야 하고 대외신인도 하락도 예상돼, 여기에 투자한 동국제강과 포스코도 일정 부분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브라질제철소 완공이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잦은 파업과 행정절차 지연 등의 사회문화적 요인과 현지에 불어닥친 불황 여파 때문이다.
그동안 프로젝트를 주도해온 장세주 회장의 부재로 주정부와의 협조체제가 느슨해 진 것도 제철소 공사 지연의 드러나지 않은 이유로 꼽힌다. 주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지속적으로 늦춰지고 있는 상황을 전환시킬 만한 강력한 리더십이 없다는 얘기다.
장 회장은 2001년부터 브라질 제철소 건설을 기획하고, 직접 브라질과 국내를 오가며 투자자들을 구했다. 브라질 정부로부터 각종 인프라 지원을 약속받고, 핫라인을 구축하면서 상호신뢰 관계를 구축한 것도 장 회장의 역할이었다. 장 회장이 올해 5월 횡령과 원정도박 혐의로 구속재판을 받으면서 브라질 정부와의 협상력이 급격히 약화됐다는 게 철강업계의 평가다.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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