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학자금 못갚아 빚더미 벼랑 끝 몰린 청년 5만9천명
입력 2015-11-04 16:38 

대학생 박가란(24·여·가명)씨는 70대 노모를 모시고 사는 이른바 ‘흙수저다. 흙수저는 가난한 집안 출신을 빗대는 말로 ‘은수저의 반대말이다.
재학 시절 박 씨는 학자금 대출을 받았지만 애견샵 아르바이트만으로 생활비와 대출금을 동시에 해결하기엔 턱도 없이 부족했다. 취업준비는 커녕 이자를 갚아나가기도 벅찼던 그녀는 결국 118만7000원의 원금을 감당할 수 없어 장기미상환자로 전락하는 신세가 됐다. 그녀의 채권은 작년 9월 한국장학재단으로 양도됐고 올해 1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채무조정신청을 받게 됐다.
학자금 대출 장기 미상환자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학자금 대출 상환부담이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또 다른 멍에가 되고 있다. 사회생활을 시작도 못해보고 빚에 쪼들리는 청춘들이 늘고 있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4일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이 재단이 지원하는 학자금중 하나인 ‘든든학자금 제도 이용자중 미상환자는 지난 2011년 359명에 불과했는데 2012년엔 1400여명, 2013년에는 4600여명으로 급증하더니 지난해는 처음으로 1만여 명을 넘었다.

한국장학재단의 학자금 대출규모는 2015년 1학기에 총 55만1420건(9623억)를 기록했다. 현재 장학금 이용자를 감안하면 이용자 1인당 평균 175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캠코를 통해 학자금대출금 ‘채무조정을 받은 청춘들도 3만 명을 넘어섰다. 캠코는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연체채권을 이관 받아 채무조정을 실시한다. 캠코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관된 채권의 규모는 5만9000명(금액기준 3055억)이며 이 가운데 지난 9월 말까지 3만800여명이 채무조정을 받았다. 캠코 측 관계자는 채무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는 청년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며 채무조정을 통해 수월하게 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도록 상담실까지 운영하고 있지만 이들이 정상적으로 사회에 진입할 수 있도록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학자금 대출로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벼랑 끝 청년들도 최근 3년간 5000여 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회생 절차에 들어간 청년은 2013년 1513명, 2014년 2235명, 2015년 1226명(9월 기준)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소득이나 재산이 없어 개인파산을 신청하고 채무를 탕감 받은 청년도 3년간 3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청년 빚더미 문제의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는 학자금 대출을 받는 청년들 중 과반수 이상이 생활비 대출까지 함께 받는다는 점이다. 청춘들이 ‘등록금과 ‘생활비,‘취업자금의 삼중고에 시달리는 셈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취업준비생 503명을 대상으로 학자금대출과 함께 생활비 대출까지 받아본 경험이 있는지를 조사했는데 응답자 중 59%가 있다”고 답했다. 생활비대출 금액 평균은 258만원으로 집계됐다. 생활비 대출의 용처는 생활비가 33%로 1위, 면접 준비비나 학원비 등 이른바 ‘취업자금‘이 22%로 2위를 각각 기록했다.
빚더미로 내몰리는 청년들을 구제하기 위해선 금리 수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달팽이유니온과 반값등록금국민본부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학자금 대출이자율 인하‘의 필요성을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현재 학자금 대출 이자율은 2.7%에 달해 기준금리나 물가상승률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이같은 높은 이자율이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는 청년, 대학생들을 과도한 빚을 안은 채 사회에 진입하게 만드는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채수환 기자 /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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