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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태용의 1人 여봉훈, ‘강철 체력’은 한 조각일 뿐
입력 2015-11-04 07:00  | 수정 2015-11-04 07:49
신태용팀 시험대에 오른 여봉훈. 사진=질 비센테 홈페이지
[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아직 못 본 선수가 한 명 남았다.”
신태용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달 12일 호주와 평가 2차전을 마치고 ‘1인을 언급했다. 약 3주 후 신태용 감독이 중국 4개국 친선대회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다시 입을 열었을 때야 궁금증이 씻겼다. 여봉훈(21, 질 비센테). 청소년 대표 경력이 전무한지라 취재진에게도 낯선 이름이었다. 클럽명도 생경했다. 가면을 벗겼는데 누군지 모르겠는 그런 느낌이랄까? 지난 10월 지언학(알코르콘)과 마주했을 때도 느꼈던 바다. 9일 소집을 앞두고 그에 관한 정보가 태부족했다. 그래서 은사, 대리인, 선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독자들이 처음 만날 그를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최건욱 안동고 감독
밤 11시까지 홀로 훈련하던 독종”
400m도 50초대… 스피드·피지컬 발군”


(여)봉훈이는 요새 보기 힘든 정신력을 지녔다. 몸이 안 좋아도 쉰 적 없고, 밤 11시 넘어 공차는 소리가 나서 나가보면 꼭 봉훈이였다. 오히려 내가 그만 하라고 말릴 정도였다.” 2012~2014년 여봉훈을 지도한 최건욱 안동고 감독은 ‘정신력, 체력만큼은 당해낼 재간 없는 선수로 기억했다. 측면 미드필더에게 필수 요소인 스피드 또한 남달랐다고. 최 감독은 안동시민운동장에서 400m 육상 연습 때 웬만한 육상선수도 하기 힘든 ‘54초 기록을 세웠다”는 일화도 들려줬다.
고1 때부터 경기에 출전한 여봉훈은 최 감독의 신임 속에 고 3 시절 안동고 주장을 맡아 대통령금배 및 백운기 대회에서 4강 성과를 냈다. 자연스럽게 서울 유수 대학에서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최 감독은 더 늦기 전에 유럽 무대에 도전하라며 제자의 스페인 진출을 권유했고, 그 길로 여봉훈은 졸업하자마자 스페인 2부 소속 알코르콘에 입단했다. 시즌 중 3부 소속 마리노 데 루안코(Marino de Luanco)로 임대 떠난 그는 지난 8월 포르투갈 2부 소속 질 비센테에 입단해 활약 중이다.
최 감독은 임대로 간 루안코에는 교포가 한 명도 없다더라. 그런 환경에서도 홀로 6~7개월을 버텼다. 정신력이 매우 강한 친구다. 피지컬 능력을 보고 신태용 올림픽팀 감독이 선발한 걸로 아는데, 정신력도 뛰어나기 때문에 대표팀에서도 좋은 모습 보여줄 것 같다”고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안동고 시절 그는 독종으로 통했다. 사진=안동고 축구부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기동성을 살릴 줄 안다. 사진=안동고 축구부

안계정 대리인
기본기, 특히 볼 컨트롤이 좋은 선수라는 현지 평가”
라 리가 클럽에도 입단할 뻔… 1~2년 후 포르투갈 1부 도전”

2년도 채 되지 않아 3개 클럽 유니폼을 입게 된 사연에 대해선 대리인 안계정 <데포르티보 안토니오> 대표에게 더 상세히 들을 수 있었다.
스페인으로 처음 가서 여러 팀과 테스트를 했다. 몇 군데 좋은 제의가 있었는데, 언어 문제 등으로 2부 알코르콘에 입단했다. 실력을 높게 평가받아 B팀(4부)이 아닌 A팀(2부)에 입단했다. 알코르콘 기술 총괄자는 여봉훈을 보고 ‘몇 년 후엔 라 리가에서 뛸 재목이라고 호평하기도 했다. 그가 UD라스팔마스로 이직하면서 여봉훈을 데려가고자 했지만, 라스팔마스에는 ‘카나리아 섬 출신이 아니면 입단을 하지 못 한다는 서류상의 문제로 알코르콘에 남았다. 그 다음에는 유럽 무대 경험을 쌓고자 세군다 B 소속 루안코로 임대를 가서 뛴 것이다.”
안 대표는 계속 말했다. 시즌을 마치고 포르투갈로 향해 질 비센테에서 보름 이상 정밀 테스트를 받았다. 포르투갈 1부나 스페인 1부 리그로 가기 위한 중간 과정이란 생각에 질 비센테를 택한 것이었다. 구단은 여봉훈의 기본기, 특히 볼 컨트롤과 성실성에 만족하며 흔쾌히 사인했다. 지금도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선수라며 기대를 많이 한다.”
여봉훈은 8월 개막 이후 현재까지 포르투갈 세군다 리가에서 9경기 출전 1골 넣었다. 9경기 중에는 포르투갈 명문 벤피카, 스포르팅, 브라가 2군팀과 맞대결도 있다. 안 대표는 1~2년 후에는 포르투, 스포르팅 등 명문 클럽의 1군팀이 속한 프리메이라리가(1부) 클럽으로 이적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여봉훈
호주 친선전 보고 올림픽팀 경기력에 감탄”
발표 날 너무 설레서 잠 설쳐”
리우데자네이루까지 가고 싶어”

알코르콘 소속의 지언학(맨 오른쪽)은 자극제가 되었다. 사진=MK스포츠 DB

여봉훈은 한국시간 3일 오후 귀국했다. 질 비센테 이적 전 잠깐 들른 뒤로 근 5개월 만에 다시 찾은 고향 땅이다. 이번엔 국가대표 자격으로 온지라 느낌이 남다르다고 했다. 여봉훈은 발표 시점이 현지시간으로 새벽 1~2시였다. 소식을 듣고 너무 설레서 아침까지 잠을 못 잤다”며 대표팀에 합류하는 것이 너무 기대된다. 공항 소집 전까지는 일단 문경집에서 푹 쉴 생각”이라고 말했다.
1994년생인 여봉훈은 또래 선수들이 지난 10월 국내에서 호주와 치른 평가 2연전을 두 눈으로 지켜봤다. 그는 짧게 끊어가는 플레이에 감탄 받았다. 황희찬은 특히 잘하더라”고 말했다. 여봉훈은 류승우(바이어 레버쿠젠), 지언학(알코르콘B)에 대한 기억도 끄집어냈다. 중앙대에서 뛰던 1년 선배 류승우와 연습경기에서 맞붙었다. 깜짝 놀랄 정도로 정말 빠르고, 축구를 잘했었다. 언학이는 알코르콘에서 잠깐 같이 있었는데, 잘하는 모습 보고 자극을 받았었다.”
여봉훈은 신태용 감독의 눈도장을 찍을 수 있을까? 사진=MK스포츠 DB

겸손은 여기까지. 신태용 감독이 여봉훈을 호출한 데에는 강철 체력” 말고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여봉훈은 작년에는 주춤했지만, 올해는 노력을 많이 했다. 몸 관리도 ‘FM으로 했고, 프로 데뷔골이라는 좋은 결과도 있었다. 그런 점을 신태용 감독님께서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아직 부족하지만, 유소년 시절부터 기본기 훈련을 열심히 해 볼 컨트롤, 패스, 킥에 자신 있다. 순발력과 기동력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중국 4개국 대회에서 100% 전력투구하면 좋은 모습 보일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다부진 의지를 밝혔다. 목표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2016 올림픽이라고 했다. 이왕 들어온 김에 열심히 노력해서 올림픽까지 꼭 가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FACT FILE
1994년 3월 12일생
경상북도 문경
178cm 70kg
윙 포워드/섀도 스트라이커
안동초-안동중-안동고
알코르콘→루안코(임대)→질 비센테(현재)
* 여봉훈이 뛸 2015 중국 4개국 친선대회는
개최도시: 우한
참가팀: 대한민국, 모로코, 콜롬비아, 중국
일정: 11일 모로코, 13일 콜롬비아, 15일 중국전
[yoonjinma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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