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SKT 둘로 쪼개서 통합지주사 만든다
입력 2015-11-04 04:02  | 수정 2015-11-04 08:28
최태원 회장
SK그룹이 통신계열사인 SK텔레콤을 둘로 쪼개는 지배구조 대수술에 착수했다. SK텔레콤 인적분할을 통해 SK하이닉스 지분 20%를 보유하는 SK하이닉스홀딩스(가칭)를 신설한 뒤 이를 그룹 지주사 SK(주)와 합병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SK하이닉스는 현재 지주사의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격상돼 공정거래법상 출자규제 등을 피해 보다 공격적인 투자나 인수·합병(M&A)이 가능해진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8월 그룹 캐시카우로 급성장한 SK하이닉스를 집중 육성하기 위해 공장 신증설 등에 총 46조원을 신규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3일 SK그룹 및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회사 분사 작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지난달 삼일회계법인에 관련 실무작업을 맡겼다. 지배구조 개편 골자는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지분을 SK하이닉스홀딩스로 분리한 뒤 현 지주사 SK(주)와 합병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는 사업회사로 존속하는 SK텔레콤과 함께 그룹 주력 자회사로 떠오른다.
현재 SK그룹은 'SK→SK텔레콤→SK하이닉스' 등 3단계로 이어지는 선단식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나 지배구조 개편이 완료될 경우 'SK→SK텔레콤, SK하이닉스' 2단계로 압축되며 지배구조가 한층 단순해진다.
SK그룹 고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끌어올리는 쪽으로 지배구조 개편의 방향성이 정해졌다"며 "현재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SK그룹은 지난 7월께부터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밑그림을 그려왔다. 컨설팅 업계에 조직 분할과 관련한 이슈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이와 관련한 시나리오 작업을 최근까지 진행해오고 있다.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 주재로 열렸던 CEO 세미나에서도 지배구조 개편이 주요 화두로 다뤄졌다. SK그룹 관계자는 "그룹사 가운데 텔레콤에 대한 변혁이 시급하다는 게 최고 경영진들의 생각"이라며 "이르면 올 연말께 SK텔레콤에서 인적분할 등 대변혁이 단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최근 CJ헬로비전을 인수한 뒤 텔레콤 자회사 SK브로드밴드를 CJ헬로비전과 합병하는 작업도 별도로 진행 중이다.
SK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착수한 이유는 주력 캐시카우로 떠오른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활동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주회사법상 '증손회사는 100% 출자법인만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다. SK하이닉스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M&A를 진행하더라도 일부 지분 투자는 불가능하고 관련 기업 지분 100%를 사와야 하는 상황이라 부담이 크다. 그러나 지배구조 개편으로 SK하이닉스가 자회사로 올라설 경우 공격적인 M&A가 가능해진다.
아울러 이번 지배구조 개편은 SK그룹 내 계열사별 위상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로 해석된다. 과거 SK그룹의 주력 계열사는 SK(주)의 자회사인 SK텔레콤이었지만 이제는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가 주된 수익원이자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예상하는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은 5조5000억원으로 SK텔레콤의 예상 영업이익 1조8000억원 대비 세 배 수준이다. 이런 달라진 위상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 배당금이 자회사인 SK텔레콤을 거쳐 SK(주)로 올라오는 과정에서 배당세를 중복 지급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지주사 SK가 받는 배당규모가 늘어날 경우 M&A 관련 재원 마련도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분사 이후 남아 있는 SK텔레콤 사업회사에 대한 추가 분사 가능성도 높은 모습이다. SK텔레콤은 중점 사업인 무선 사업을 중심으로 개편하고 신규 사업으로 추진 중인 플랫폼 비즈니스 사업 등을 별도 회사로 떼어내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시나리오다. 다른 SK그룹 관계자는 "추가적인 분사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오가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최태원 회장 등 오너 일가의 SK(주) 지분은 합병과정에서 희석되며 기존 30.64%에서 약 25% 수준으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낮아지지만 최태원 회장에게는 든든한 백기사인 쿠웨이트투자청과 대만 훙하이그룹이 있기 때문에 경영권 유지에는 커다란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각각 SK(주) 지분 3.48%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욱 기자 / 안정훈 기자 / 김혜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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