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JS] ‘메이지신궁’ 잠재운 이대호, 아파도 이대호였다
입력 2015-10-28 22:28 
소프트뱅크 호크스 4번 타자 이대호가 일본시리즈 4차전에서 4타수 3안타 4타점 1득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사진=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日 도쿄) 서민교 기자] ‘빅보이 이대호(33·소프트뱅크 호크스)는 아파도 이대호였다. 대반격에 나선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메이지신궁을 조용히 잠재웠다.
이대호는 지난 27일 일본 도쿄 메이지 진구구장에서 열린 야쿠르트와의 일본시리즈 3차전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목 담 증세로 고생했다. 통증이 사라지지 않아 3차전은 경기 도중 교체되며 사실상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좀처럼 몸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이대호는 28일 일본시리즈 4차전을 앞두고도 계속 통증을 참으며 타격훈련에 나섰다. 전날 자신의 부상 탓에 팀이 4-8로 역전패를 당한 것에 대한 책임감이었다. 이대호는 정말 많이 아프다. 그래도 참고 뛰어야 한다”며 투혼을 보였다.
이대호는 이날 4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첫 타석부터 이대호에게 기회가 왔다. 1회초 1사 1, 2루 찬스. 이대호는 상대 선발 타테야마 쇼헤이의 3구째 속구를 잡아당겨 좌전 적시타를 때렸다. 야쿠르트 3루수 가와바타 싱고도 어쩔 수 없는 강습타구였다.
이대호의 방망이는 쉬지 않았다. 1-0인 3회초 무사 만루 찬스. 이대호 앞에 주자를 모은 것이 타테야마의 최대 실수였다. 이대호는 2B1S 이후 타테야마의 4구째 속구를 거침없이 휘둘러 좌중간을 완전히 뚫는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터뜨렸다. 주상에 있는 모든 주자를 불러들인 결정적 한 방이었다.
이대호는 2사 1, 2루 찬스에서 호소카와 도오루의 좌익선상 2루타 때 홈으로 질주해 쐐기 득점까지 올렸다. 5-0으로 달아난 이대호의 원맨쇼였다. 이대호는 3회까지 2타석 만에 4타점 1득점을 올리며 야쿠르트의 달아오른 분위기를 단숨에 잠재웠다.

이대호는 7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서 바뀐 투수 아키요시 아키를 상대로도 유격수 깊숙한 안타를 만들었다. 야쿠르트 유격수 이마나미 다카히로가 타구를 겨우 쫓아 잡았으나 글러브에서 공을 빼는 과정에서 놓쳤다. 실책성 플레이였지만, 이대호의 타구가 워낙 깊숙한 코스로 갔기 때문에 내야안타로 기록됐다. 1차전에 이어 4차전에도 3안타 경기를 해낸 순간이었다. 하지만 후속타 불발로 추가 득점은 실패했다.
이대호는 6-4로 앞선 9회초 2사 2, 3루 찬스서 마지막 타석에 들어섰으나 상대 투수 올란도 로만이 고의사구로 1루를 채우는 탓에 추가 안타와 타점 없이 볼넷만 추가로 얻었다. 2점차 승부였기 때문에 이대호를 피해갈 수밖에 없었다. 이대호는 대주자 혼다 유이치와 교체돼 박수를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가 화끈했던 4차전 경기를 마쳤다. 후속타자를 범타 처리한 로만의 선택은 결국 옳았다.
이대호는 이날 센트럴리그 규정상 지명타자제도가 없어 1루수도 맡아야 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이대호에게는 가장 부담스러운 것이 수비였다. 경기 전부터 이대호는 수비를 할 때 목이 더 아프다”며 걱정했다.
하지만 이대호는 수비에서도 완벽했다. 소프트뱅크 투수들은 유독 내야땅볼을 많이 유도했다. 이대호는 까다로운 낮은 송구도 깔끔하게 처리하는 등 전혀 아픈 기색이 없이 무실책으로 1루를 지켰다.
이날 이대호는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포함해 4타수 3안타 1볼넷 4타점 1득점으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소프트뱅크의 6-4 승리. 소프트뱅크는 3승1패를 기록하며 일본시리즈 2연패 달성까지 단 1승만 남겼다.
이대호가 4차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것은 당연지사. 이대호의 엄청난 맹타에 반격 기회를 잃은 야쿠르트는 벼랑 끝에 몰렸다. 이날 이대호는 부상이 오히려 투혼을 불러일으킨 듯했다.
[min@maekyung.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