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오찬 없는 한일정상회담’은 악화된 양국관계의 상징
입력 2015-10-28 17:13 

우여곡절 끝에 2일 오전 열리는 한일정상회담은 그동안 악화된 양국 관계를 반영하듯 철저하게 실무형 회담 성격을 띠고 있다.
회담 성과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상간의 긴장 해소나 관계 개선을 보여주는‘이벤트행사는 배제된다. 관례적으로 정상회담 직후로 갖는 오찬이나 만찬을 함께 하면 환담을 나누는 모습마저 자칫 ‘화해의 메시지로 오해받을 수 있어 빠졌다.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일간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맞물려 회담 날짜, 의전 등을 둘러싸고 치열한 신경전과 샅바싸움을 벌였다.우리 측이 한일 정상회담을 다음달 2일 개최하자고 일본 측에 제안했다고 이례적으로 발표하자, 지난 27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정례브리핑에서 그런 보도를 나는 모른다”고 즉각 반박하기도 했다.
일본측은 오찬 등 의전상 배려를 강하게 요구했지만,우리측이 ‘오찬없는 30분 회담으로 역제안하면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일본측은 당초 이달 31일~11월1일 방한을 원했지만, 리커창 중국 총리의 31일 방한으로 11월 1일~2일로 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일본측은 극진한 환대를 받는 리커창 중국 총리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2박3일간 공식 방문하는 리커창 총리는 오는 31일 박근혜 대통령과 공식적인 정상회담에 이어 황교안 국무총리 및 정의화 국회의장과 면담한다. 이어 한국 기업인과의 개별 면담, 비즈니스포럼, 대학생 강연 등 양국간의 우호와 협력을 보여주는 다양한 일정을 소화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취임 후 첫 한일 정상회담은 1일 한일중 정상회담 참석차 ‘방문한 뒤 양국 정상이 만나는 것이어서 격이 다르다는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한 한일정상회담 직후 양국 정상간의 공동성명이나 공동선언 등 예정되어 있지 않다. 위안부 문제 등을 둘러싼 양국간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한일중 정상회담의 공식 만찬 장소로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장소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만찬은 초청국이 외빈에게 베푸는 가장 정중한 예우이며 가장 호화스러운 연회로 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로 평가받는다. 지난 2010년 G20 정상회의 첫 날 환영만찬은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다.
역대 일본 총리들은 과거사 문제 등 한국민의 정서를 고려해서 화려한 외교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아베 총리도 이같은 행보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울 체류 기간중 한국민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공공외교 일정만 검토하고 있다. 지난 3월 기시다 후미오 외상 방한때는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의 일본식 빵집을 찾아 히로시마의 명물인 크림빵을 사먹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서울 웨스틴 조선 호텔에 묵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선걸 기자 / 도쿄 = 황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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