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신은 다리를 빼앗고 음악을 주었다…나이가 들수록 귀가 열렸다
입력 2015-10-28 16:13 
바이올리니스트 이자크 펄만

신은 왼쪽 다리를 뺏았지만 음악을 선물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가난한 이발사의 아들로 태어난 미국 바이올린 거장 이차크 펄만(70)은 네 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 왼쪽 다리가 마비됐다. 걷지 못하던 소년은 다섯 살 때 바이올린을 만났다. 날카롭게 우는 선율에 마음이 흔들린 후 행운이 찾아왔다. 천재적인 음악 재능을 보여 미국-이스라엘 문화재단 장학금을 받고 미국으로 갔다. 1958년 TV쇼에 출연한 후 유명세를 얻었고 뉴욕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스승 이반 갈라미언과 도로시 딜레이를 사사했다. 1964년 레벤트리 국제 콩쿠르 우승 후 세계 클래식 음악계 아이콘으로 성장했다.
두툼한 손으로도 정확하게 음을 짚어내며 날아다닐 듯 한 기교를 자랑하는 그의 음악은 감동의 드라마다. 목발을 짚고 아주 힘겹게 무대에 올라올 때는 애잔하다. 하지만 장애를 음악으로 승화시킨 선율은 희망의 대서사시다. 따뜻하고 가슴뭉클한 음악을 전하는 그가 올해 칠순을 맞았다.
길고도 다사다난했던 음악 인생을 풀어내는 내한 무대가 11월 14일 오후 7시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 15일 오후 3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펄만은 이메일 인터뷰에서 나이가 들수록 귀가 열려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무대에서 제가 어떻게 연주하는지 잘 들립니다. 그래서 매번 공연을 새로운 경험으로 만들려고 노력하죠. 그저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고, 음악과 보내는 시간이 즐거워요. 단 무대에서 연주되는 음악은 관객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늘 기억해야 합니다.”
그는 거동이 불편한데도 세계 투어를 계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여행을 다니는 게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관객을 만날 수 있어 행복해요. 내가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투어는 계속될겁니다.”
신체적 제약에도 도전 정신은 넘친다. 지휘자로 변신해 2001년부터 2005년까지 디트로이트 심포니 수석 객원 지휘자로 활동했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세인트 루이스 심포니 음악 고문도 맡았으며 베를린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 시카고 심포니, 이스라엘 필하모닉,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등을 조율했다. 오케스트라에서 절반을 차지하는 현악기에 정통하기 때문에 정교하고 부드러운 선율을 만들어낸다.
언젠가는 지휘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죠. 지휘자는 많은 사람들의 음악을 조절해서 교향악으로 만들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막상 지휘자가 되니 교육자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느꼈어요. 단원들이 제 지휘에 따르기 때문에 그들이 따라올 수 있는 지휘인가 늘 고민해야 하죠.”
사회 봉사와 TV 교육 프로그램 제작에도 적극적이다. 영화 음악으로도 영역을 넓혔다.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 ‘쉰들러 리스트, 장이머우 감독 ‘영웅, 롭 마샬 감독 ‘게이샤의 추억에 그의 연주가 흐른다.
호기심이 넘치는 펄만은 다른 장르 음악을 연주할 때 어떤 기분인지 느껴보고 싶었다. 재즈의 즉흥성에 빠진 적도 있다. 악보를 그대로 따르는게 클래식 연주자에게 흔치 않은 요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의 악기는 바이올린 황금시대에 만들어진 1714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전설의 바이올리니스트 예후디 메뉴인이 연주했었다.
1986년 꿈의 바이올린을 구입했죠. 제가 머릿 속에 그리는 소리를 낼 수 있는 악기에요. 표현하기 힘들지만 실크 같다고 할까요? 소리가 빛이 납니다.”
이번 내한 공연 연주곡은 르 클레르 바이올린 소나타 제3번, 브람스 ‘F.A.E 소나타 중 스케르초 C단조,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제5번 ‘봄, 라벨 바이올린 소나타 제2번 등. 피아니스트 로한 드 실바가 반주를 맡는다.
저는 프로그램을 정할 때 항상 제가 관객이라면 무엇을 듣고 싶을지, 어떤 음악에서 기쁨을 찾을 수 있을지를 생각해요. 그래야 제가 연주할 때 관객들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거든요. 앞으로도 더 많은 관객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관객이 저만큼 음악에 빠져들게 하고 싶습니다.”
곧 만날 한국 관객에 대해 음악에 박식하며 매우 열정적”이라고 했다.
그는 음악을 쉴 때 요리를 즐기고 스포츠 경기와 영화를 본다. 1577-5266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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