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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인성’ 그로저, 또 다른 신화 꿈꾼다
입력 2015-10-28 06:01 
삼성화재 외국인 선수 괴르기 그로저가 또 다른 외인 신화를 꿈꾼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김근한 기자] 안젤코부터 시작해 가빈과 레오까지. 삼성화재는 특급 외인들의 신화 같은 활약으로 우승컵을 싹쓸이 해왔다. 올 시즌은 ‘독일산 폭격기 괴르기 그로저(31)가 그 신화를 이어가고자 한다.
그로저는 지난 2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5-16 V리그 우리카드와의 원정 경기서 선발 출장해 42득점으로 세트 스코어 3-2(25-23 22-25 25-18 21-25 19-17) 승리를 이끌었다. 삼성화재는 가까스로 시즌 첫 승(3패)을 거뒀다.
그로저는 팀에 합류하지 않은 레오 대신 지난 2일 영입됐다. 독일 대표팀 소속으로 유러피안 챔피언십 참가를 해야 했기에 곧바로 팀 합류는 불가능했던 상황. 대회를 마치고 팀에 합류한 그로저는 지난 20일 한국 무대 데뷔전을 가졌다.
하지만 첫 선을 보인 그로저의 모습은 기대 이하였다. 손을 맞출 시간이 적었던 만큼 세터 유광우와의 호흡이 익숙하지 않았다. 뻔히 예상될 수 있는 타이밍의 오픈 공격이 이어졌고 17득점 공격성공률 33.33%로 아쉬움을 남겼다. 팀도 0-3 완패를 당했다.
만약 우리카드에 패했다면 팀 통산 최다 연패 타이인 4연패에 빠질 수 있었다. 공격력이 뛰어난 토종 레프트가 없었던 삼성화재는 그로저에 의존 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 전 관심사도 그로저의 경기력이었다. 임도헌 삼성화재 감독은 그로저의 컨디션이 상당 부분 올라왔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로저는 임 감독의 보낸 믿음에 응답했다. 경기 내내 해결사 역할을 맡아 42득점 공격성공률 57.57% 3블로킹 1서브에이스를 기록했다. 상대 주포인 군다스 셀리탄스(36득점)와의 팽팽한 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특히 승부를 결정지은 5세트에서 8득점 2블로킹으로 맹활약했다.
경기 후 수훈 선수로 선정된 그로저는 한국 배구를 몸소 느낀 소감을 전했다. 대답에서 그로저의 긍정적인 마인드와 겸손함이 묻어나왔다.
그로저는 한국 배구는 유럽 무대와 달리 빠른 느낌이 있다. 또 다른 점은 한 팀에 메인 공격수가 한 명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같이 때려 줄 공격수들이 3~4명 더 있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직접 느끼기 전에는 감이 안 왔다. 하지만 나쁜 쪽이 아닌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 나는 31살이지만 여전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전했다.
세터 유광우와의 호흡도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예전 호흡을 맞춘 유럽의 세터들보다 더 잘 맞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로저는 유광우 세터와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나아지고 있다. 사실 유럽 무대에서 만난 세터들과의 호흡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오히려 유광우와의 호흡이 더 잘 맞을 수 있다고 느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삼성화재 외국인 선수 괴르기 그로저는 팀원들에게 먼저 다가가려는 친화력을 발휘했다. 사진=MK스포츠 DB
팀원과의 친화력도 뛰어난 그로저다. 팀 동료인 센터 이선규는 그로저의 인성을 언급했다. 사실 세계 최정상급 선수였기에 고참으로서 팀 분위기에 대한 불안함도 있었다. 하지만 그로저는 먼저 팀원들에게 다가가고 어울리려고 노력했다.
이선규는 세계적 스타인 선수인데도 먼저 다가오고 친해지려고 하더라. 지난 6일 동안 경기가 없었는데 연습 시간에도 빨리 나와서 미리 준비를 했다. 성실한데다 피곤한 내색 없이 팀원들과 농담도 자주 하면서 잘 융화되고 있다”고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그로저는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소리를 지르거나 거친 제스쳐를 취한다. 이에 대해서도 동료들에게 미리 설명을 한 상태다. 혹여나 불만을 가진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기 때문. 이선규는 여태까지 자기가 해온 것이라 오해하지 말라고 하더라. 스스로에게 파이팅을 불어 넣으려고 하는 행동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로저는 2경기 만에 검증된 실력을 충분히 발휘했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마인드와 친화력 넘치는 겸손함으로 팀원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다. 실력와 인성을 동시에 갖춘 또 다른 삼성화재의 외인 신화를 꿈꾸는 그로저다.
[forevertoss@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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