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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신임? 결별? 매팅리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입력 2015-10-17 06:27 
앤드류 프리드먼은 돈 매팅리를 대신할, 자신의 철학에 맞는 감독을 데려 올 가능성이 높다. 사진= 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이제 매팅리를 해고하는 것을 지지할 차례입니다.”
디비전시리즈 5차전 경기가 끝난 지난 16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 7층 관중석에 마련된 임시 기자석에서 기자회견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한 팬은 굳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의 주변에 있던 실망 가득한 표정의 한 무리의 팬들도 다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뒤, 기자회견장에서는 돈 매팅리 감독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한 기자가 이날 패배로 다음 시즌 감독 자리에 돌아오지 못할 것을 걱정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매팅리는 정말로 그것을 물어보려고 하는가?”라며 답변을 피했다.
같은 시간, 다저스 클럽하우스에서 인터뷰를 하던 유틸리티 선수 키케 에르난데스에게 한 기자가 다음 시즌 매팅리가 감독으로 돌아올 거라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던 그는 이 자리에서 답할 수 있는 질문은 아니다. 지금은 그가 우리 팀 감독”이라며 말을 아꼈다.
허무하게 시즌을 마친 다저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다저스는 지난 2012년 새로운 구단주 그룹이 팀을 인수한 이후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했고, 구단 역사상 최초로 2013년 이후 3년 연속 지구 우승을 차지하며 포스트시즌에 올랐지만 만족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13년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이 최고 성적이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2013년에는 트레이 힐먼 벤치코치가, 2014년에는 네드 콜레티 단장이 팀을 떠났다. 2015시즌의 결말도 누군가의 경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2015년의 실패, 매팅리의 잘못인가?
시선은 매팅리를 향하고 있다. 사실, 감독은 가장 책임을 뒤집어쓰기 좋은 자리다. 결정적으로 매팅리는 현 선수단 운영진이 뽑은 감독이 아니다. 지난해 다저스에 부임한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이 이 기회에 자신의 입맛에 맞는(이라 쓰고 자신의 말을 잘 듣는) 감독을 자리에 앉힐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번 시즌의 실패를 매팅리 홀로 짊어지는 것이 옳은 선택인지는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이번 시즌 다저스의 ‘실패에는 운영진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 숱한 부상 전력이 있는 브랜든 맥카시에게 4년 4800만 달러 계약을 안겼고, 결국 그는 팔꿈치 수술로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다. 시즌 도중 데려 온 선수들은 ‘지구 우승 그 이상을 노리는 팀의 그것이라 하기에는 뭔가 부족했다. 결국 맷 레이토스, 짐 존슨은 포스트시즌 구상에서 제외된 채 팀을 떠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FOX스포츠의 켄 로젠탈은 정확한 정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프런트진이 매팅리의 라인업 구성, 투수 교체 등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프런트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최근 경향을 봤을 때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로젠탈은 좋은 프런트 오피스도 실수를 하는 법”이라며 새로 전권을 잡은 다저스 프런트가 이번 시즌 시행착오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다저스는 맷 켐프, 댄 하렌, 브라이언 윌슨 등을 정리하며 거액의 독소 계약을 부담했고, 코리 시거, 작 피더슨 등 젊은 선수들을 기용하며 변화의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매팅리는 이 과정에서 자신의 할 일을 했다. 2013시즌 도중 경질 위기를 극복한 그는 개성 넘치는 선수들로 가득한 클럽하우스를 다스렸고, 이번 시즌에는 꼬리에 꼬리를 문 부상 문제에 대처했다.
‘CBS스포츠의 존 헤이먼은 다저스의 새로운 운영진이 이번 시즌 매팅리가 안드레 이디어를 둘러싼 비관주의를 극복했고, 유격수 자리에 실력주의 원칙을 내세워 지미 롤린스대신 코리 시거를 선발로 올렸으며, 논란이 됐던 포수 자리에도 야스마니 그랜달에게 힘을 실어준 것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여기에 매팅리는 팀의 원투펀치인 클레이튼 커쇼와 잭 그레인키의 신임을 얻고 있다. 그레인키는 이번 시즌 이후 다시 FA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다저스가 그레인키를 붙잡고 싶다면, 최소 매팅리를 내치는 결정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2015년의 실패가 온전히 매팅리의 잘못만은 아니다. 사진= MK스포츠 DB

매팅리를 둘러싼 ‘불확실성
헤이먼은 구단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매팅리의 현재 상태를 ‘미결 문제라고 표현했다. 감독으로서 능력은 충분히 보여줬지만, 아직 자리를 지키기에는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감독으로서 역량을 충분히 보여줬음에도 자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팀의 기대치가 높기 때문이다. 다저스는 지난 1988년 이후 단 한 번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해보지 못했다. 우승은커녕 월드시리즈 진출도 해보지 못했다. 우승에 목마른 빅마켓 구단, 이것만큼 기대치가 높은 팀도 없다.
매팅리가 스스로 팀을 떠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현재 다저스와 남은 계약 기간은 1년. 떠나기에는 좋은 타이밍이다.
오라고 하는 곳도 있다. 헤이먼은 같은 칼럼에서 마이애미 말린스가 매팅리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시즌 도중에도 현지 언론을 통해 제기된 내용이다.
마이애미는 매니 악타, 보 포터, 래리 보와 등과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아직까지 결정을 미루고 있다. 여기에는 매팅리가 자유인이 되기를 기다리는 것도 있다.
이밖에 헤이먼은 워싱턴 내셔널스 구단주 일가가 매팅리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셔널스는 이번 시즌 브라이스 하퍼, 조너던 파펠본 등 개성 강한 선수들이 마찰을 일으킨 끝에 맷 윌리엄스 감독이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다저스에서 매팅리가 보여준 통솔 능력은 내셔널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 올 것이다.
마이애미나 워싱턴 감독은 적어도 다저스보다는 더 안정되고, 더 권위를 가질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그가 변화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greatnem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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