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태원 살인사건’ 패터슨 첫 재판 전문공개...범인은 누구일까
입력 2015-10-08 16:31  | 수정 2015-10-09 15:26

영화로까지 만들어지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18년 전 '이태원 살인사건'의 재판이 시작됐다.
(▶관련기사: 재판장 선 패터슨, 일사부재리·공소시효에 대해 물은 까닭)
‘열 사람의 죄인을 놓쳐도 무고한 한 사람을 만들지 말라는 법언이 있다. 극악한 살인마를 끝내 처벌하는 것도 정의지만, 살인범의 혐의를 합리적으로 입증하는 과정 또한 정의에 부합할 것이다. 매일경제신문은 사건의 진상을 독자들이 직접 판단할 수 있도록 아서 존 패터슨(36)의 살인 혐의에 대한 재판 전문을 연재한다. 8일 첫 재판이 열려 검찰 측과 피고인 패터슨 측이 각자의 입장을 밝혔다. 10월 22일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증거와 증인 채택이 마무리되면, 11월부터 본격적인 사건 심리가 시작된다.

◆재판과정
미제로 남을 뻔한 1997년 ‘이태원 살인사건 재판이 다시 시작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심규홍)는 8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패터슨에 대한 재판의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2011년 이 사건을 재수사해 패터슨을 살인 혐의로 기소한 박철완 부장검사(43·사법연수원 27기)도 직접 참석해 검찰 입장을 밝혔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자 재판부는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가장 넓은 형사대법정 417호를 개방했다. 재판 시작 10여분 전 이미 150석의 방청석이 꽉 찼다.
피해자 조중필 씨의 어머니 이복수 씨(73)도 재판 30분 전 법정에 도착했다. 법정을 바라보고 오른편 네 번째 줄에 가족 5명과 함께 앉았다. 일순 기자들이 몰려들자 이씨의 얼굴이 상기됐다. 법정 경위가 제지했고, 곧 도착한 유족 측 대리인 하주희 변호사(40·사법연수원 39기)가 이씨 옆을 지켰다.
첫 재판이 끝난 뒤 이씨는 난간을 잡고 한발 한발 계단을 내려와 서울법원종합청사 1층에서 직접 취재진을 찾았다. 떨리는 목소리였지만 자기 아들이 죽었어도 그런 변론을 할 수 있겠나, 화가 나서 가슴이 떨린다”며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억울하게 죽은 중필이와 남은 우리 가족의 한도 풀어야 한다”고 말할 땐 눈물이 맺혔다. 이제야 18년 전 ‘이태원 살인사건의 범인을 가리는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오전 10시 30분~오후 12시,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417호 형사대법정.
판사: 오늘은 공판준비기일입니다.
많은 분들이 와 계신데, 법정질서를 유지해야 공정한 재판, 효율적 재판이 가능하니 협조 부탁드립니다. 피고인이 출석 원하면 입장 시키시죠.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 앞에 섰던 피고인 아서 존 패터슨(36)이 법정에 들어섰다. 진녹색 수의를 입고 두 손을 모은 채로 오병주 변호사(13기)와 목례를 나눴다. 송환 당시 길렀던 수염은 면도했고 시종 덤덤한 표정으로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다.
그의 오른쪽으로는 오병주·정승준 변호사가, 왼쪽에는 교도관이 자리했다. 패터슨은 재판 중 주로 통역인과 소통했다. 통역을 들은 뒤엔 판사를 향해 ‘네, 감사합니다(Okay, thank you)라고 말하곤 했다. 주로 무표정함을 유지했지만 검찰의 공소요지를 들으면서는 동의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두어번 가로젓기도 했다.
판사: 피고인이 전혀 한국어를 못하나요? 듣고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인가요?
패터슨: 아주 조금 합니다. 일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판사: 가급적이면 통역을 통해 진행하겠습니다. 피고인은 혹시 절차 중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이나 의문이 있으면 손을 들고 말씀하세요. 충분히 이해하고 통역 없이 진행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면 우리말로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언제든지 피고인에게 유리한 진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릴 테니 통역인을 통해 얘기하세요. 피고인 진술은 판결의 증거로 이용될 수 있으며, 불리한 진술은 거부할 수 있습니다.
판사: 이 사건은 당초 불구속으로 진행하려다, 피고인이 한·미 간 범죄인인도조약에 의해 체포된 후 2015년 9월 22일자(우리나라 기준)로 기내에서 영장이 집행돼 송환됐습니다. 오늘 제1회 준비기일을 진행합니다.
공판준비기일은 재판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공판기일에 앞서 쟁점을 정리하고, 당사자의 주장과 반박 의견을 듣고 증거를 정리하는 절차입니다. 그 후 심리 계획을 세워 기일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 사건은 구속 사건이어서 6개월 내에 재판해야 하는데, 가급적이면 준비절차 내에 기일을 정해 재판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은 증거능력이 없거나 증거신청이 되지 않은 자료를 제출해 재판부에 편견이 생기도록 하는 일은 삼가주세요.

■검찰 측의 공소 요지
검찰: 검찰의 입증 활동 방향과 입증 대상 및 증거, 입증 계획 순으로 의견을 진술하겠습니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 아더 존 패터슨이 피해자 조중필을 칼로 찔렀고 그 범행에 에드워드 리가 가담했다는 것입니다. 검사는 이 사건 공소사실의 적극적 입증을 위해 피해자를 칼로 찌른 사람은 피고인(패터슨)이라는 점과 이 사건 범행에 리가 가담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증거와 정황사실을 제시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찔렀다는 점은 다음과 같은 사실에 의해서 입증하겠습니다.
-이 사건에서 칼로 찌른 사람은 피고인(패터슨)이나 에드워드 리 둘 중 한 명일 것이 명확하며 제3자일 가능성은 전무하다.
-이 사건에서 범인은 피해자의 피가 전신에 묻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사건 직후 피고인은 머리, 손 전신에 피를 뒤집어 쓴 반면 에드워드 리는 옷과 신발 등에 소량의 피만 묻었다는 사실이 있다.
(패터슨은 통역 듣고 고개 두 번 가로저음)
-사건 당시 피고인으로부터 ‘사람을 죽였다는 얘기를 들은 피고인의 친구 랜디의 진술과 피고인이 손에 칼을 쥐고 범행 현장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제시한다.
-범행에 에드워드 리가 가담했다는 점은 △피고인의 친구 대니 스미스의 진술 △리가 범행 직후 만난 친구 테리 맥큐리 등에게 우리가 어떤 친구의 목을 찔렀다”고 말한 사실 △리가 범죄 현장에서 범행 사실을 지켜보았다는 사실을 통해 뒷받침할 것이다.
-피해자를 칼로 찌른 사람은 리이고 자신은 단순 목격자일 뿐”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에 사실 개연성이 전혀 없다는 점을 증거와 정황 사실에 의해 뒷받침할 것이다.
(패터슨 뭔가 말하려는 듯 몸 일으켰으나 계속 검찰 진술 진행)
-피고인은 자신은 범죄 현장 화장실 세면대 우측에 서서 에드워드 리의 범행 현장을 목격했다고 주장하며, 리가 도주한 후에…….
판사: (검찰 말 끊고) 그 부분은 아직 피고인 주장 듣기 전이니 지나가시죠.
-과거 수사검사가 에드워드 리를 범인이라고 판단한 것은 피해자에게 반항한 흔적이 없어 범인이 피해자를 제압할 정도로 덩치가 큰 사람일 것이란 추정에 근거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추정은 이 사건에는 적용할 수 없는 일반적 추정에 불과하다는 점을 밝힐 예정이다.
사건 당시 피해자는 혈중 알콜 농도 0.23% 만취상태에서 소변을 보다가 바지를 올리기도 전에 흉기로 급습 당했으며 즉사할 정도로 치명상을 입었다. 범행 재연을 통해 피해자보다 키가 작은 패터슨도 피해자를 칼로 찌를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해 입증하겠다.
판사: 거기까지 듣겠습니다. 정리하자면 검찰 쪽의 의견은 피고인(패터슨)이 피해자를 칼로 찔렀다는 것과 에드워드 리가 이 범행에 가담했다는 것, 그리고 피고인이 범행 부인 진술을 탄핵하겠다(진술에 신빙성이 없음을 밝히겠다)는 뜻이네요. 변호인 의견 있으면 말씀하세요.

■범인은 둘 중 하나, 거짓말 하고 있는 건 패터슨인가 리인가 (변호인 주장)
변호인: 먼저 피고인이 영문 자필로 쓴 의견서(written opinion)를 제출하겠습니다. 의견서에는 ‘조씨를 찌른 사람은 바로 에드워드 리다, ‘범죄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리는 항상 터프가이 행세를 했고 자신을 과시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통역인을 통해 존경하는 재판장께 제출하겠습니다.
먼저 이 사건을 수임하게 된 경위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6월 26일 남루한 옷차림의 한 아주머니가 일면식도 없는데 저희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왔습니다. 아주머니는 자신의 아들이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면서, 가진 것도 없고 상대방은 부유한 집에서 여론조성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믿을 사람이 하나 없는데 도와줄 수 있겠느냐고 했습니다.
당시엔 이 사건이 그 유명한 ‘이태원 살인사건인 줄 몰랐습니다. 아주머니 얘기를 듣고 제가 한 첫 마디가 사람을 죽였느냐? 였습니다. 만약 정말로 죽였다면 유족에게 사죄하고 용서를 비는 것이 도리이니 사실을 밝히라고 했습니다. 아주머니는 아들은 결코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고 했고, 그래서 제가 선임계를 쓰게 됐습니다. 나중에야 아주머니도 저도 미국에서 재판 중이던 이 사건이 이태원 살인사건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일어난 범죄이니 정말 피해자를 죽이지 않았다면 한국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게 도리라고 설명했습니다. 그 후 미국에서 패터슨 변호를 맡은 크레이그 변호사와 국제전화로 통화했습니다.
크레이그는 한국 법원에도 ‘이중위험금지의 원칙*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우리나라엔 미국의 이중위험금지처럼 광범위하게 인정되진 않지만 일사부재리**가 있으며, 한국 법원과 검찰을 믿어달라고 설득했습니다. 제가 보기엔, 패터슨이 억울하다면 한국 법원에 와서 재판을 받는 게 옳다고 말해줬습니다.
[*이중위험금지의 원칙=미국에서, 같은 죄로 두 번 기소당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 미국연방헌법 수정조항 4조.
**일사부재리 원칙=한번 판결이 내려진 사건에 대해 재차 심리·재판할 수 없다는 형사상 원칙. 형사소송법 326조 1호.]
결국 사건은 한국으로 송환됐습니다. 패터슨이 입국한 날 서울구치소로 달려갔고, 당신의 변호사로서, 당신이 사람을 죽였다면 유족에게 사죄하는 것이 도리다. 흑백을 바꿀 순 없다”고 말했습니다. 패터슨은 죽이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진실된 표정이었습니다. 변호사 앞에서, 자신을 키워준 어머니 앞에선 거짓말을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 표정을 보고 이 변론을 맡았습니다.
3000페이지에 이르는 검찰의 사건 수사기록을 어젯밤 자정이 다 되도록 분석했습니다. 분명 에드워드 리와 아더 존 패터슨, 둘 중 한 명은 단죄해야 할 살인범입니다. 누가 죽였는지, 누가 거짓말 했는지가 관건입니다.
놀랍게도 당시 두 사람이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고 진술했는데, 패터슨은 정확한 진실 반응을 보였고 에드워드는 오차 폭을 넘어서 ‘현저한 거짓말 반응을 보였다고 적혀 있습니다. 저도 검사 생활 23년 동안 한 사람으로서 탐지기는 90% 이상의 신빙성과 과학적 타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18년 전 에드워드 리를 수사한 검사의 판단과 살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내린 1심(무기징역)·2심(징역 20년) 재판 결과가 옳은 것입니다.
다만 무죄로 최종 판단한 대법원 판결은 에드워드 리가 여러 거짓말을 한 것이 인정되고 진술에 신빙성이 없는 부분도 있지만, 우리 형사소송법에서 ‘10명의 범죄자를 놓쳐도 1명의 무고한 피해자는 없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완벽한 증거가 없어 무죄를 선고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에드워드 리에게 면죄부를 준 게 아닙니다. ‘아직은 단정하기 부족하다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검찰의 2011년 공소장에는 에드워드 리가 범인이라고 적혀있습니다. 다만 18년 전에는 단독범으로 보고 에드워드를 기소했다면, 이번에는 패터슨도 공범이라 보고 한국 사법 당국에 인도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첫 번째 논점은 거짓말 탐지기에 의거해 ‘누가 거짓말을 했는가를 가려내는 과학적 수사기법입니다.
무엇보다 이 사건은 동기, 원한관계, 목적이 없는 잔인한 살인사건입니다. 범인이 마약을 했거나 미친 사람이 아니면, 원인이 밝혀질 수 없습니다. 그런데 에드워드 리는 마리화나를 피웠습니다. 마약 거래도 했습니다. 1심 수사 기록에서도 마약으로 입건했는데 검출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검찰 압수수색 때 마약도 압수된 걸로 압니다.
범행 후 행동도 제 정신으로 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범행 직후 에드워드 리가 화장실 밖으로 나와 우리(we)가 사람을 죽였다”고 테리 맥큐리라는 친구에게 얘기했습니다. 친구들이 반신반의하며 화장실에 뛰어 들어갔더니 정말 사람이 죽어 있었고, 맥큐리가 에드워드 리에게 왜 사람을 죽였냐”고 했더니, 그제서야 난 아니다”라고 했다는 맥큐리 진술이 있었습니다. 맥큐리는 리가 웃으면서, 낄낄대면서 ‘우리가 사람을 죽였다고 말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검찰의 기소 근거 반박: 범인에게 튄 혈흔과 피해자가 메고 있던 배낭
변호인: 혈흔 문제도 공소사실과 다릅니다. 2심 수사기록엔 ‘패터슨이 범행 당시 입은 옷에는 피가 많이 묻어있고, 에드워드 리의 옷에는 스프레이처럼 적게 묻었다고 나와 있습니다. 패터슨은 자신의 셔츠가 하얀색이었고 리의 셔츠는 다크블루여서 혈흔이 적게 보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1997년 4월 3일 밤 10시 사건이 벌어진 뒤, 용의자로 지목된 패터슨의 티셔츠가 압수된 것은 이틀 후였던 반면 에드워드 리의 티셔츠는 닷새나 지난 시점에 압수됐습니다. 리는 ‘내 티셔츠에 피가 묻어 있어 세탁기 옆에 벗어놨더니 엄마가 몇 번 빨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당시 진술조서에 적혀 있습니다. 두 사람의 셔츠 색이 달라 피가 더 튀어 보였던 점, 리의 셔츠는 몇 번 세탁된 셔츠라는 점을 다시 봐야 합니다.
제가 23년간 검사생활을 했고 수사기록도 살폈는데, 이 사건에서 범인은 먼저 칼을 들고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가 먼저 도망쳐 나온 사람입니다. 기존 수사기록에서도 그렇게 해서 에드워드 리로 범인이 확정돼 있습니다. 당시 패터슨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칼로 햄버거를 반으로 자르면서 장난을 쳤는데, 리가 내가 뭔가 보여주겠다.(Ill show you something)”이라고 하면서 칼을 들고 먼저 화장실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선 먼저 화장실에서 도망쳐 나왔습니다. 목격자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리는 교묘하게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칼을 들고 화장실에 들어간 건 칼에 묻은 기름을 씻으려 한 것이고, 누가 먼저 화장실에 들어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애매하게 진술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기자 분들. 한국 검찰은 아직도 에드워드 리가 공범이라고 공소장에 써뒀습니다.

■조씨는 당시 배낭을 메고 있었나?
변호인: 진실 규명 차원에서 한 가지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처음 수사 과정에선 ‘배낭이 언급되지 않았는데 이번 공소사실에 새로 배낭이 등장했습니다. 당시 부검의는 더 키가 큰 사람이 범인일 거라고 했고, 그게 맞습니다. 다만 이번에 패터슨을 기소하면서 검사님들은 키가 작은 사람도 배낭을 낚아채 칼로 찌를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이 배낭은 당시 조씨의 여자친구였던 김 모씨와 목격자 최 모씨의 진술에서 언급됐습니다. 김씨의 진술을 보면, 자신이 햄버거와 콜라를 시키는 사이 조씨는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한참 후‘사람이 화장실에 쓰러져 있다는 말에 쓰러진 조씨를 발견했고,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고 돼 있습니다. 이때 김씨는 응급대원이 조씨의 배낭을 옆으로 치웠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통상 동행이 있다면 배낭을 맡기고 화장실에 가는 게 일반적이지 않나요? 왜 조씨가 배낭을 벗어두고 가지 않았을까 의문입니다. 그래서 더 살펴보니, 목격자 최씨는 경황없이 조씨가 실려 나가는 사이, 김씨가 ”우리 오빠 배낭 좀 챙겨주세요라고 말해 햄버거 가게 매장 2층 매대 부분에 있는 배낭을 챙겨줬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렇다면 조씨는 범행을 당한 화장실에서 배낭을 메고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검사님들이 이 부분은 밝혀주십쇼. 진상 규명이 돼야 합니다.

■법률적 쟁점: 일사부재리의 원칙과 공소시효에 대한 검찰과 피고인 측 입장
➀ 일사부재리의 원칙
변호인: 진상규명 차원에서 변론에 치중하려고 하는데, 법적인 부분에서도 쟁점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재판을 받았다면 ‘이중위험금지 원칙에 따라 패터슨은 처벌받을 수 없습니다. 패터슨은 이미 17년 전 징역 1년6월을 살고 나왔기 때문입니다. 반면 한국의 일사부재리 원칙은 미국에 비해 적용범위가 좁아서, 당시의 ‘증거인멸 및 흉기소지 혐의가 아닌 살인 공범 혐의로, 혐의를 바꿔 다시 기소가 됐습니다.
검사: 일사부재리 주장은 범인 인도 재판 절차에서 이미 다뤄진 쟁점입니다. 의견서도 제출했습니다. 피고인이 유죄 판결을 받은 당시의 사실관계와 이번 살인 혐의 사건의 사실관계가 같지 않습니다. 따라서 기존 판결의 효력은 이 사건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재심리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판사: 1998년 판결에선 흉기(피해자를 찌른 칼)를 소지한 혐의가 문제가 됐고 이미 확정 판결을 받았지요. 그럼 이번엔 흉기소지 혐의에 대해선 어떻게 다룰 건가요?
검사: 그 부분은 살인 혐의 공소사실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판사: 형법상 증거인멸 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상 흉기소지 죄에 대한 검찰 측 의견서도 다음 기일까지 제출하세요.
➁ 공소시효
변호인: 또 하나의 논점은 공소시효입니다. 살인죄 시효는 15년인 반면 이 사건은 18년이 지났습니다. 검찰은 지난 2011년, 공소시효를 한두 달 남겨두고 기소한 것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패터슨이 미국으로 도주했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정지됐다는 논리도 맞지 않습니다. 당시 패터슨은 수사와 재판을 다 받았고 1999년 광복절 특사로 사면된 뒤 출소해 자신의 생활근거지인 미국으로 돌아갔을 뿐입니다. 이를 ‘도주로 보고 공소시효가 정지됐다고 보는 것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공소시효를 중지시키기 위해 검찰이 서류만으로도 피의자를 기소할 수 있다면 공소시효는 얼마든지 무력화될 수 있는 제도인 것입니까? 제주도에, 설악산에 도망 가 있어 체포하지 못하는 사람도 그냥 서류로 기소해버리면 되는 것인가요? 이 부분도 짚어봐야 합니다.
검사: 고소 사건에서 고소인이 법원에 재정신청을 하면, 법원이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걸 막기 위해 공소제기 명령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피고인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가능합니다. 이런 취지에서 봤을 때 공소시효가 완성되기 전 검찰의 기소는 당연히 가능하며, 기소 이후 공소시효가 중단된다는 것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명확한 법률적 지식입니다.
판사: 검찰은 피고인이 ‘형사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도주했는지 관련해선 어떤 의견입니까?
검사: 검찰은 기소중지 상태에서 공소시효 완성되기 전 피고인을 기소했고, 법원의 명령 결정에 따른 것이어서 공소시효와 관련해선 문제가 없습니다.
판사: 쟁점이 아니라는 것입니까? 변호인 의견을 감안해서 다음 기일까지 의견서를 제출해주세요.

■에드워드 리의 혐의는?
판사: 검찰이 패터슨을 기소하면서 에드워드 리를 공범이라고 적시했습니다. 에드워드 리는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는데 이에 대해 어떤 의견입니까? 이 재판의 심판 대상으로 삼을 건가요?
※검찰 측이 작성한 공소장에는, 에드워드 리가 남자화장실 입구에서 피고인에게 칼을 건네주면서 칼로 저 사람을 찌를 수 있겠냐”고 권유해 ‘살인을 공모하였다고 써있음.
검사: 에드워드 리를 피고인으로 기소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리에 대한 과거 무죄 판결과 이 재판은 무관하다는 게 검찰 입장입니다. 그 판결은 ‘리가 조씨를 칼로 찔렀다는 사실관계에 대한 무죄 판결일 뿐입니다. ‘공범으로 가담했다는 이번 공소사실 부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봅니다.
판사: 그렇다면 리가 찌르지 않았더라도, 공범인 점에 대해 처벌할 수 있다는 점까지 대비하고 있나요?
검사: 그런 부분은 대비하고 있지 않습니다.
판사: 피고인만 칼로 찌른 주범으로 기소한 거고, 그것만 심리하면 된다는 것이죠?
검사: 네.
판사: 변호인 의견은 어떻습니까?
변호인: 제 개인적 소신으로는 법을 바꿔서라도 생명을 범한 극악사범은 재심이 이뤄져 처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피고인의 변호인으로 법정에 왔지만, 진실규명을 우선적으로 하면서, 또 패터슨과 패터슨 가족들에게도 진실이 무엇인지에 접근하면서 변호할 예정입니다.
만약 리가 찌른 것이 맞다면 확실한 진상이 규명돼야 합니다. 일사부재리 원칙 등 한국 법체계 상 처벌할 수 없다 하더라도 누가 진짜 흉악범인지, 진짜 살인한 점에 대해서는 처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변론 외에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 드렸습니다.

■변호인, 패터슨은 불쌍한 한국 아들이라 호소
변호인: 패터슨은 한국 사람입니다. 한국 국적의 어머니가 미국 군속과 결혼했다가 오래 전 이혼해, 미국에서 홀로 키운 한국 아들입니다. 불쌍한 사람입니다. 거꾸로 에드워드 리는 아버지도 한국사람, 어머니도 한국사람 자신도 한국사람인데 미국 시민권을 얻어 미국 사람으로 행세하는 그런 사람입니다.
한번은 패터슨이 접견을 마치고 가려는 제 손을 붙잡고 하느님께 기도해달라고 하더군요. 어머님의 부탁으로 영어로 된 성경책도 넣어줬습니다. 자신의 재판이 1심에서 3심까지 수개월 걸릴 수 있다고 했더니, 나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 한국에 오면 금세 무고함이 밝혀질 줄 알았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느냐”며 놀랐습니다. 책과 음식을 살 수 있게 영치금을 넣어달라고 조심스럽게 부탁하기에 영치금도 넣어줬습니다. 패터슨은 미국사람이 아닙니다. 사라진 아버지 없이 홀어머니가 키운 한국 아이입니다. 너무나 불쌍한 한국 아이입니다.
판사: 그만 자리에 앉으시지요. 공소장에 에드워드 리가 공범으로 적시됐는데, 재판 과정에서 에드워드 리에 대해서도 심리할 것인지는 추후에 양쪽 의견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결국 앞으로 검찰 측의 공소사실 관련해 누가 피해자를 찔렀는지, 피고인과 피해자, 공범 에드워드 리 진술의 신빙성 문제가 주로 다퉈질 것 같습니다.
에드워드 리도 공범으로 공소장에 표기됐지만, 이 사건 피고인은 패터슨입니다. 현재 공소장만 접수된 상태고, 재판부는 백지 상태에서 심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다음 기일에서 피고인에 대한 증거가 충분한지에 대해서 변론해주십시오.
2차 공판준비기일은 10월 22일 오후 2시부터 이 법정에서 진행합니다.

■재판 진행 후 패터슨은 법리적 쟁점을 재차 확인.
판사: 마지막으로 피고인에게도 진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패터슨: 오늘 언급된 쟁점들에 대해, 저희 변호인과 검사가 언급한 것에 대해 하나하나 따지면서 진행을 하는 것입니까?
판사: 네.
패터슨: 아까 말씀하신 일사부재리와 공소시효에 관해서도 심리를 하시는 겁니까?
판사: 네, 다 심리 대상에 포함이 됩니다.
패터슨: 고맙습니다(Thank you very much).
[정주원 기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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