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서 좋은 일자리 창출 못한다” TPP반대하는 힐러리
입력 2015-10-08 15:54 

입장표명을 유보했던 미국 민주당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7일 미국 공영방송인 PBS와 인터뷰하며 그 협정에 대해서 내가 지금 알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올바른 무역협정은 좋은 일자리 창출과 임금인상, 국가 안보 증진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면서 이번에 타결된 TPP는 내가 생각하는 기준에 못미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 정부 초대 국무장관으로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정책을 지지해 왔던 클린턴 전 장관이 오바마 대통령의 역작인 TPP에 대해 반대를 선언함으로써 TPP협정의 미국 의회 승인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클린턴 전 장관은 환율조작 문제가 협정에 포함되지 않았고, 협정에 참여한 아시아 국가들이 연관된 환율조작으로 미국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을 우려한다”고 강조했다. 환율조작에 대한 제재조항을 협정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비판은 야당인 공화당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어떤 것을 환율조작이라고 하는지 협정에 포함됐다고 해명했으나 공화당은 환율조작이 발생할 경우 제재할 수 있는 수단도 협정에 들어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TPP는 미국에 좋은 일” 중국에 주도권 내줄 수 없다”라며 직접 여론설득에 나섰지만 의회에서 압도적 다수가 부정적인 현재로서는 승인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자 계층을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은 대부분 TPP협정에 대해 부정적이다. 민주당 대선주자 중 한명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TPP 협정 폐기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반발했다. 무역협정에 대해 우호적인 공화당조차 내년 대선을 앞두고 오바마 행정부를 견제하고 있다. 더욱이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TPP협정을 강력 비난했다. 그나마 유보적인 태도를 취해오던 클린턴 전 장관마저 이번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클린턴 전 장관의 TPP 협정 반대는 지지율을 바짝 쫓아오고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에서도 ‘좌파로 분류되는 샌더스 의원 지지율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자 당내 지지를 지키기 위해 ‘좌클릭 에 나선 것이다. 특히 오는 13일 민주당 대선후보 첫 TV토론을 앞두고 클린턴 전 장관은 선명성을 내비칠 필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클린턴 전 장관은 국무장관 재직 당시에만 하더라도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는 TPP에 대해 ‘무역의 황금 스탠더드라며 극찬했다. 하지만 대선출마를 선언한 직후에는 TPP 협상이 노동자 보호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며 한발 물러섰고 지난 6월 유세에서는 반대 쪽으로 기울었다. 급기야 지난 7월 하와이에서 TPP협상 각료회의가 열리자 나는 TPP에 관여한 바 없다”며 오바마 행정부와 ‘거리두기에 나섰고 이번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대선 유세전이 본격화하면서 오바마 행정부와 확실히 선을 긋기 시작했다. 임기 말이 가까워지면서 오바마 행정부와 차별화하는 것이 대선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역대 미국 대선에서 정권이 연장된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점도 오바마 행정부와 차별화 필요성을 더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최근 집권하면 강력한 총기규제 방안을 추진하겠다” 이민자 가정이 깨지지 않도록 할 것” 동성애 이슈가 대선의 쟁점이 되도록 하겠다” 등의 발언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반대편에 서있다.
일각에서는 클린턴 전 장관을 견제하기 위해 공화당이 만든 ‘벵가지 특위를 오바마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저지하지 않은 점, 클린턴 전 장관의 이메일 논란에 대해 백악관이 조사를 용인한 점, 클린턴 전 장관과 경쟁구도를 형성할 수 있는 조 바이든 부통령의 출마를 부추기는 점 등에 대한 서운함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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