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60만원이면 돼요” 아무나 따는 한국어교사 자격증
입력 2015-10-08 14:56 

한국어교원 실습도 온라인으로 가능합니다. 집에서 혼자 외국인이 앞에 있다고 가정하여 10분 정도 한국어를 가르치는 영상을 촬영, 제출하면 됩니다”
지난 6일 T 온라인 한국어교육 기관의 한 관계자는 6개월 동안 총 60만원을 투자하면 한국어교원 3급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고 열변을 토했다.
응시자격 제한이 전혀 없는 한국어교원 3급은 온라인으로 100% 양성과정 120시간 이수가 가능하다. 이 과정에 포함된 교원 실습마저 컴퓨터 앞에서 진행한다.
우리말, 한글을 모어(母語)로 사용하지 않는 외국인,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교사의 자격에 대한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단기간에 저렴하게 자격증을 획득할 수 있다고 입소문을 타면서 사설 온라인 한국어교육 기관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온라인으로 한국어교원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원격평생교육원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줄잡아 10여 개 검색됐다
최근 결혼이주여성과 그 자녀를 위한 한국어 교실이 증가하고 해외 한류 열풍 등 다양한 수요가 있자 한국어교원 자격증이 유망 국가자격증으로 부상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한국어교원 자격증 취득자는 2008년 842명에서 지난해 4556명으로 급증했고 양성기관 역시 2008년 54개에서 지난해 177개로 증가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는 ‘초등학교 및 중·고등학교 (국어)정교사 자격증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허술한 한국어교사의 자격 요건이 한몫한다. 국어 정교사 자격증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자격을 부여하는 반면, 한국어교원 자격증(1·2·3급)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자격을 부여한다. 허용 한국외대 한국어교육과 교수는 지금과 같이 다문화가정에 관심을 많지 않았을 적에 교육부에서 미처 한국어 교육에 신경을 쓰지 못해, 한국어 교육이 공교육 체제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 결정적이다”라며 허술한 자격 요건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한국어교원 3급 자격증 취득자 역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수업이 개설된 국내외 초·중·고등학교 교단에도 설 수 있다. 이러한 점을 비추어 볼 때 두 자격증 간 현저한 차이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립국어원에서 정식으로 인가받은 곳이어야 한국어교원 양성과정 이수가 가능한데, 국립국어원은 사설 온라인 교육기관에 대한 통계 자료조차 내고 있지 않는 것으로 취재 결과 드러났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한국어교원 양성과정 교육 기관에 대한 전반적인 통계는 내고 있지만 그 중 온라인 교육 기관인지 아닌지는 따로 구분하고 있지 않다. 양성과정 신청서에도 온라인·오프라인 교육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아서 실습을 온라인으로 진행했는지 아닌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한국어교원 3급 자격증을 위해 한국어교원 양성과정 120시간을 이수한 뒤 한국어교육능력검정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1년에 1번 있는 검정시험에서 100점 만점에 60점은 통과해야 한다. 합격률은 40% 내외이다. 이어 면접이 10분 내외로 진행되는데 이 면접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통과 가능하다”고 한 사설교육원 관계자가 귀띔했다. 개인 자격에 대한 심사보다는 형식적인 절차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 후 서류 심사를 거치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임경순 한국외대 한국어교육과 교수는 정부가 자국민에 대해 교육하는 것에는 엄격한 자격 기준을 두지만, 외국어로서의 한국어에는 그렇게 큰 기대치나 자격 비중을 안 두는 상황”이라며 정부 정책 상 온라인 한국어교원 양성과정 이수를 허용할지, 안할지에 대해 적어도 큰 틀 정도는 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박윤예 기자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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