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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호의 진짜투수] SK의 ‘필사적’이었던 선택, 결과로 말하지 못했다
입력 2015-10-08 14:20  | 수정 2015-10-08 14:58
SK 켈리는 7일 목동구장 넥센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선발 김광현에 이은 ‘1+1카드’로 조기에 투입됐다. 6회를 호투했지만, 구속이 급격히 떨어진 7회 흔들리면서 동점을 허용했다. 사진(목동)=천정환 기자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7일 목동구장에서 펼쳐진 2015한국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의 가장 뜨거웠던 개막전,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은 결국 휘청휘청하면서도 마지막까지 정줄을 붙들고 있던 팀, 넥센이 승자가 됐다.
한발짝도 물러설 수 없던 고지를 밟고 있던 넥센이나 반드시 뚫어내야 하는 전선을 앞에 뒀던 SK나 ‘2차전은 없다는 결사의 각오였다. 과연 세차례 동점, 세차례 역전을 거듭하는 속에서 투수들의 이를 악문 공 하나하나에는 물론, 야수들의 과욕 수비에서도 ‘1승을 향한 그라운드 모두의 불꽃튀는 의지와 천근만근의 부담감이 보였다.
이날 양 팀 벤치는 모두 1차전을 ‘끝장승부로 보고 달려들었다. SK가 김광현을 6회 한템포 빠르게 ‘1+1 선발카드인 켈리로 교체한 것이나, 밴헤켄으로 오래 버텼던 넥센이 7회 만루위기를 막아낸 손승락을 8회 첫 타자 안타 후 주저없이 조상우로 교체한 것은 모두 절박한 양 팀 사령탑의 긴박한 승부수였다.
다만 6회초 무사 1,2루와 7회초 2사 만루 득점기회를 잇달아 놓친 SK가 7회말까지 켈리를 끌고 가 볼넷과 3루타, 땅볼로 동점을 허용할 때까지 참은 선택은 결과적으로 아쉽게 됐다. 켈리는 (김광현이라는 에이스의 뒷선으로 투입된) 선발 요원이었고, SK가 전문 불펜 투수로서는 더 믿을만한 카드를 여럿 갖고 있었음을 생각할 때, 켈리를 오래 쓰는 것은 넥센이 밴헤켄이나 조상우를 길게 쓰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얘기가 된다.
연장 11회를 치르면서 저마다 촘촘한 마운드 운영을 결심한 두 팀이지만, ‘엮어 짜기의 결과는 꽤 달랐다. 스텝이 꼬인 SK는 선발 에이스 김광현을 짧게 소모했고, 리그 정상급 ‘필승조인 정우람 윤길현 박정배 전유수는 양껏 써보지 못하고 말았다. 반면 적어도 마운드로는 ‘없는 살림인 넥센은 경기의 흐름에 맞춘 교체를 하면서도 결국 에이스 밴헤켄과 불펜의 확실한 ‘믿을맨 조상우를 가장 길게 쓰는 릴레이에 성공했다.
승부를 가른 SK의 마지막 선택은 연장 11회말 넥센 스나이더에게 동점타를 허용한 이후인 1사2루에서 8번 김하성을 고의4구로 걸린 장면이었다고 본다. 결코 한 점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에 1루를 채우고 병살타를 만들겠다는 전략이었지만, 8번 타자를 걸려 내보내는 장면의 리스크가 너무 커보였다.

스나이더에게 동점타를 맞았던 정우람이나, 교체해 올라온 윤길현 정도의 마무리라면, 넥센의 8번, 9번타자였던 김하성-박동원은 ‘고의4구-병살타 전략보다는 각각 정면승부해서 잡아내는 편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루 채우고 병살타가 참 주문하기는 쉽지만, 땅볼을 유도해야 하는 투수들에게는 당연히 녹록지 않다. 또 타자와 승부하는 투수에게 있어서 1루가 비어있는 상황과 채워져 있는 상황에서 느끼는 부담감의 차이는 엄청나게 다르다.
결국 윤길현이 박동원을 삼진으로 잡아내는 나쁘지 않은 결과를 내고도, ‘김하성 고의4구 작전은 대실패였다. 타순은 서건창으로 이어졌고, 끝장이라는 부담감과 패전에 대한 공포는 온전히 SK 수비진이 떠안고 말았으니까.
필사적인 선택과 준엄한 결과의 무게. 이렇게 뜨거운 ‘가을야구가 시작됐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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