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사회 첫발 내딛기도 전에 빚더미 ‘실신 20代’
입력 2015-10-08 14:17 

# 취업 준비를 하면서 1500만원에 육박한 카드 빚을 감당하지 못하게 된 김 모 씨(27)는 지난 8월말 신용회복위원회(이하 신복위) 개인워크아웃의 문을 두드렸다. 겨우 통신사 임시직을 구했지만 월급 110만원으로는 빚을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고시원 월세 40만원과 매달 15만원씩 신복위에 상환하고 나서 김 씨에게 남는 돈은 55만원. 김 씨는 임시직이라 언제 짤릴지 몰라 불안하다”며 생활비가 빠듯해 다른 취업 준비는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높은 취업문에 사회생활의 첫 발을 내딛기도 전에 빚더미에 빠져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하기에 이른 20대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돈은 필요하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어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하고,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의 고금리 신용대출을 받았다가 연체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실업 상태에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이른바 ‘실신 청년들이 양산되고 있다.
8일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세대별로 개인워크아웃 신청자를 분석한 결과 ‘20대만 유일하게 매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9세 이하 개인워크아웃 신청자를 보면 6671명으로 전년보다 9.4% 증가했다. 같은 기간 30~39세 신청자가 5.1% 감소하고, 40~49세 신청자가 12.1% 감소하는 등 다른 연령대 신청자가 일제히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도 이같은 추세가 유지하고 있다. 올해 3분기 20대 개인워크아웃 신청자수는 1957명으로 전년 동기(1649명)보다 18%나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연말까지 20대 개인워크아웃 신청자가 7000명을 돌파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취직 뿐 아니라 창업에도 실패해 빚더미에 빠진 20대들도 많다. 충남 부여에 사는 최 모 씨(26)는 지난해 취업을 단념하고 호프집을 창업하면서 대출 받았다가 망하면서 2500만원의 빚을 못 갚게 됐다. 금형제조업체 생산직 노무자로 월 150만원을 받고 있는 최 씨는 신복위에서 빚 일부를 탕감받기로 했지만, 배우자와 이제 막 돌이 지난 딸까지 부양하기가 여전히 막막한 상황이다.
이정민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20대는 신용 정보가 부족해 은행권 대출이 어렵기 때문에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기가 쉽다”며 청년들에게 맞는 금융상품이 개발돼야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신용대출을 받은 20대 소비자의 은행 이용률은 61.5%에 불과하다. 30대의 76.4%나 40대의 79.2%에 훨씬 못 미친다.
이 교수는 금융권에서 단순 퍼주기 식으로만 접근해서도 곤란한 문제”라며 시장 질서에 반하지 않으면서 청년들의 자립을 독려할 수 있는 정밀한 정책이 고안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미정 기자 / 오찬종 기자]
■ <용어설명>
▷ 개인워크아웃 : 신용회복위원회가 금융회사 대출 원리금을 90일 이상 연체한 개인에게 채무 감면하고, 상환기간을 연장해 채무 상환을 지원하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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