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朴대통령 유엔연설 초점은 국제여론 지렛대로 ‘북한도발 억제’
입력 2015-09-29 18:15 

박근혜 대통령은 제 70차 유엔총회 참석을 통해 국제사회 여론을 지렛대 삼아 북한의 도발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소기의 성과를 상당부분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총 160개에 달하는 국가 정상이 참여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무대에서 한반도의 상황과 통일비전에 대해 적극적인 호소를 통해 국제사회의 관심과 호응을 끌어냈다는 평가다. 특히 2차 대전의 참화를 딛고 국제 평화를 위해 설립된 뜻깊은 유엔의 창립 70주년 행사에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 정상들과 함께 한목소리로 북핵문제를 토로함으로써 한반도 문제 해결에 대한 외교적 주도권을 쥐게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한반도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은 유엔총회 직전 열렸던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의 발언부터 증폭되기 시작했다.
시 주석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거나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어떤 행동도 반대한다”면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를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최고 우방국인 중국 정상이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 국제무대에서 공개적으로 경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직접 ‘북한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곧바로 6자회담이 이뤄낸 9·19 공동성명과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가 충실히 이행돼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해 북한을 향한 메시지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유엔 안보리 결의를 거론한 것은 북한이 다음 달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계기로 장거리 로켓 발사실험이나 4차 핵실험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오바마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실제 28일(현지시간) 유엔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에서 공동개최자인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시진핑 중국 수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참석해 북한을 포함한 국제문제에 공동 대응하는 모양새도 취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같은날 유엔총회에서 행한 23분간의 기조연설에서 밝힌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와 4차 핵실험에 대한 염려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지도자의 메시지와 궤를 함께 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에도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반하는 추가적 도발을 공언한 바 있다”며 이는 어렵게 형성된 남북대화 분위기를 해칠 뿐 아니라 6자 회담 당사국들의 비핵화 대화 재개 노력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북한은 추가 도발보다는 개혁개방으로 주민들이 어려움에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핵개발을 비롯한 도발을 강행하는 것은 세계와 유엔이 추구하는 인류평화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평화로 모두 30차례 언급됐다. 또한 인권(17차례), 개발(16차례), 북한(14차례), 안보(13차례), 한반도(8차례), 통일(5차례), 도발(4차례) 등으로 박 대통령이 강조하고자 한 주제에 맞춰 단어 사용 빈도가 달라졌다. 박 대통령의 발언 중 6차례 장면에서는 박수가 터졌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이같은 ‘북한 도발 억지 외교의 와중에서도 강도조절을 통해 북한을 감안하는 모습도 보였다. 방미 직전 블룸버그통신과의 서면인터뷰에서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하는 도발적 행동을 계속한다면 분명히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밝힌 것과는 달리 총회 연설에서는 북한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발언을 아꼈다.
박 대통령은 지난 달 남북이 ‘무박4일 줄다리기 끝에 내놓은 8·25합의를 소개하며 이제 (남과 북은) 신뢰와 협력이라는 선순환으로 가는 분기점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인도주의 문제가 정치·군사적 이유로 더 이상 외면되어서는 안 된다”며 합의이행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유엔무대에서 북한 도발저지와 8·25남북합의, 이산가족 상봉을 주요하게 언급한 것은 이들 문제를 집권 후반기 남북관계 개선과 북측과의 관계설정의 ‘바로미터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이슈 가운데 하나인 인권문제에 대해 지난 해 유엔총회 기조연설과 비슷한 분량을 할애해 북측이 인권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해 총회 연설에서는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를 부각하며 우회적으로 중국을 압박했지만 올해는 북한인권 문제가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거론되는 점을 강조하며 북측에 인권개선을 촉구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박 대통령이 2년 연속으로 유엔총회 석상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한 것에 대한 북측의 상당한 반발도 예상된다. 북측은 우리 측에서 인권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이를 이른바 ‘최고존엄에 대한 모독이자 ‘도발로 규정하며 거칠게 반응해왔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북한이 내달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 이후 장거리로켓을 발사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장거리로켓 발사에 준비에 본격 돌입하면 통상 7~10일 전부터 한·미 연합 감시자산에 포착되는데 아직은 뚜렷한 징후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발사실패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축제분위기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전략적으로 발사시키를 조절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북측은 지난 2012년 4월 김정은 체제 공식출범을 앞두고 로켓발사를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이를 공식 인정한 바 있다.
[워싱턴=이진명 특파원 / 서울=김선걸 기자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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