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투자는 역발상` 바닥 찍은 글로벌하이일드펀드의 달콤한 유혹
입력 2015-09-29 17:01 

유가 하락에 따른 수익률 저하로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간 글로벌하이일드채권 펀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흥국 채권 등 고위험 자산군은 금리 인상기에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하이일드채권의 경우 최근 낙폭 과대로 가격이 저점에 와있고 미국 경기 회복에 따른 기업 부도율이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돼 저금리 시대 장기투자처로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29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글로벌하이일드 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1.77%다. 하지만 최근 5년 34.55%, 연평균 5% 이상 수익률을 올리며 국내 채권형 펀드는 물론 글로벌· 신흥국·아시아채권 펀드에 비해서도 높은 성과를 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부진은 이례적이다.
글로벌하이일드(High-Yield) 펀드는 전세계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투기등급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다. 일반적으로 자산의 50% 이상을 신용등급 BB+ 이하인 투기등급과 B+이하의 기업어음을 사들인다. 주식보다는 위험도가 낮고 우량 회사채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2년 안팎의 짧은 듀레이션(투자금 회수기간)과 풍부한 유동성이 시장에 뒷받침되며 2010년대 초반부터 ‘대세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2012년의 경우 대부분의 글로벌하이일드 펀드가 10%를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국내에서만 한 해 1조1000억원이 유입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투자적격 등급 미만의 미국 단기금리채 및 변동금리 채무증권의 이자수익이 낮아졌고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글로벌하이일드 채권은 저물기 시작했다. 특히 유가 급락은 글로벌하이일드펀드 자산 증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던 원유·셰일가스 등 에너지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하락시켰고, 수익률이 시중금리를 밑돌자 3조원에 육박하던 설정액도 1조1000억원대로 크게 줄었다. 대표적인 글로벌하이일드채권 펀드 ‘AB글로벌고수익펀드와 ‘JP모간단기하이일드펀드에서만 최근 1년간 각각 4900억원과 5700억원이 순유출되는 등 총 1조6000억원이 빠져나갔다.

다만 전문가들은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바닥을 다진 글로벌하이일드 펀드를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가하락과 미국 금리 인상 우려로 수익률이 저하됐지만 추가적인 악재 요인이 제한적이므로 과거 7%대에서 기대수익률을 낮춘다면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계속되는 현재 시장에서 장기투자처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설명이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지난 2004년 6월 미국 금리 인상 후 글로벌하이일드 채권 수익률은 3개월 간 0.7% 하락한 반면 이후 3개월 간 크게 반등해 6개월 누적수익률 4.83%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RB)가 양적완화 축소를 위해 채권 매입을 줄일 것을 암시했을 때도 수익률이 단기간 하락했으나 6개월 수익률은 3.5%를 나타냈다.
김민관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스프레드 확대(금리 차이)는 단기적으로 글로벌하이일드펀드에 부정적이지만 연 4%대 수익률을 목표로 장기투자 하면 금리 대비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며 하이일드 회사채 비중이 가장 높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강(强) 달러 현상이 지속돼 자국 기업들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기업 이익을 높이고 부도율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글로벌하이일드 펀드 수익률에 악영향을 미친 에너지 기업 비중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한 외국계 운용사 관계자는 유가 급락으로 글로벌하이일드 펀드들이 지난해 말 기준 평균 15% 이상이던 에너지 기업 포트폴리오 비중을 10% 안팎으로 조정하고 있다”며 국채 수익률이 상승할 때 투자적격등급 회사채 투자자들은 자본 이익이 줄어들어 마땅한 방어수단이 없지만 하이일드 채권은 지속적인 이자수익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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