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여야 대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합의에 들끓는 여당
입력 2015-09-29 17:01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추석 연휴 중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담판을 통해 안심번호 도입에 잠정 합의하면서 일단 국민공천제를 향한 ‘우회로를 뚫었다. 그러나 당장 새누리당 친박계로부터 야당 프레임에 말려들었다는 비판이 강력히 제기되면서 김무성표 공천개혁이 급류에 휘말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당 대표는 지난 28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1시간 40분간 단독으로 만나 내년 총선에서 적용할 공천·선거 방식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두 사람은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논의돼온 ‘안심번호를 도입키로 하고 관련 공직선거법을 개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안심번호가 도입되면 휴대전화를 이용한 여론조사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추진해온 오픈프라이머리도 현장 투표가 아닌 전화 조사로 실시할 수 있게 된다.
문 대표는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하되 일부 정당만 시행하게 될 경우 역선택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법으로 규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양당 대표는 또 정치 신인들을 위해 예비후보 등록기간을 선거일 전 6개월로 연장하고, 예비경선 홍보물을 배포할 수 있는 대상을 전 세대로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신인, 여성 등에게 경선시 가산점을 주기 위해 법적 근거를 두기로 했고, 불복에 대한 규제도 법으로 규정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여부와 지역구·비례대표 의석 수에 대해선 추후 더 논의키로 했다.

이날 합의는 최근 당내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두 사람이 이심전심으로 돌파구를 찾은 것으로 평가된다. 김 대표로선 국민공천제라는 명분을 살리기 위해 차선책을 확보하는 성과를 얻었고, 문 대표는 당 혁신위가 내놓은 안심번호를 통한 국민공천제를 관철시킬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28일 저녁 당직자 회의, 29일 아침 최고위원회의를 연쇄 소집하는 등 속도전에 나섰다. 그러나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과 이인제·김태호 최고위원은 회의에 불참했다. 친박계는 이날 외곽에서 대표간 합의 결과를 강력히 비판하면서 30일 의원총회에서 ‘난타전을 예고했다.
청와대 정무특보인 윤상현 의원은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야당 공천안에 대해 ‘반개혁이라고 몰아부쳤던 김 대표가 야당안을 사실상 수용한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그는 안심번호는 오픈프라이머리가 아니라 일종의 여론조사 방식일 뿐”이라며 의원들도 모르는 방식을 우리 당이 아닌 바깥 사람과 합의해온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계이자 핵심 당직자인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도 통화에서 당내 의견수렴을 전혀 안했다”며 대통령이 순방 중인 상황에서 양당 대표가 만나 핵폭풍같은 이야기를 하면 되겠냐”고 비판했다. 그는 김 대표가 문 대표와 친노의 손을 들어준 졸작 협상을 했다”며 야당에 유리한 선거 프레임으로 말려들어갈 수 있다”고 염려했다. 한마디로 김 대표의 ‘조급증이 부른 참사라는 게 친박계 시각이다.
이에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안심번호는 정개특위 소위에서 여야 합의로 의결된 상태인데 마치 야당 고유의 정책인 것처럼 오해하면 안된다”며 우리 당도 (후보 선출시)당헌당규상 여론조사로 50%를 반영하도록 돼 있고 정확성을 기하려면 안심번호가 필요하다고 오래 전부터 논의한 것”이라고 적극 해명했다. 그는 (여야 대표간 합의는)확정된 것이 아니고 당에서 공식 기구를 만들어 다른 방안도 찾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친박계의 비판 기류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중립 성향의 원유철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식 제3의 길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야당은 별다른 내홍이 없어 사실상 여야 대표간 협상 결과가 야당에 불리하지 않음을 시사했다.
[신헌철 기자 /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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