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천문학적 예산 투입 `한국형전투기사업 3대 쟁점`은 이것
입력 2015-09-29 16:26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과정에서 기술 이전을 받기로한 계약의 전후 경위를 조사함에 따라 KF-X 사업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청와대는 국산 전투기 개발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넘겨받지 못할 줄 알면서도 국방 당국이 F-35A를 차기 전투기 기종으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기술 이전이 안돼도 ‘플랜 B를 통해 국산 전투기 개발이 가능하다는 군 당국의 입장은 앞으로 혹독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KF-X 사업은 국산 전투기 개발과 항공산업 발전이라는 당위성을 앞세워 계속 진행될 가능성이 높지만 앞으로 예산 증가와 기간 연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군 수뇌부, 기술이전 불가 알고도 추진
여론의 시선은 국방 당국이 미국의 기술 이전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도 미국 F-35A를 구매하면서 절충교역 계약을 맺은 것에 집중되고 있다. 당국은 최고급 전투기 제작 기술 확보를 KF-X 사업의 성패를 가늠할 핵심 요소로 삼고 있었다. 결국 기술 이전이 불가하다고 결정됐고 ‘부실 계약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KF-X 사업의 의사결정을 주도한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에게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 안보실장이 국방부 장관이던 시기에 F-35A 구매 및 기술 이전과 관련한 논의가 모두 이뤄졌다. 2013년 9월24일에는 방위사업청이 차기 전투기로 적합하다고 단수 후보로 올렸던 F-15 SE(사일런트 이글) 기종이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부결됐다. 이는 사실상 F-35A를 구매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대부분이었다. 이듬해 3월24일에는 차기 전투기 기종으로 F-35A을 40대 구매하는 결정이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내려졌다. 이 위원회의 위원장은 김관진 당시 장관이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29일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의 수출규제 대상 품목인 AESA 레이더를 절충 교역 형태로 기술 이전받겠다는 구상은 처음부터 실현될 가능성이 극히 낮았다”며 당시 정책 결정권자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이 4가지 핵심 기술 이전에 대해 자신하지 못하던 정황은 이미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드러났다. 2014년 10월15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공군 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백군기 위원이 F-X사업과 KF-X사업은 어차피 서로 연계성이 있을 텐데 여기에 대한 기술이전 문제는 잘 진행이 되고 있나”라고 질문하자, 최차규 당시 공군참모총장은 KF-X 개발을 위해서 필요한 핵심 기술들을 F-X 절충교역 결과 필요한 기술은 다 이전받는 걸로 했다”면서도 단 몇 가지 핵심 기술에 대해서는 미 정부의 수출승인, 즉 E/L(Export License)이 전제가 돼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들 핵심 기술에 대해서는 미 정부가 기술 이전과 관련된 규정조차 만들지 않았다는 게 군에서 이 사업을 담당했던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의 관계자는 차기 전투기를 스텔스기로 도입해야한다는 게 첫번째 고려사항이었고 기술 이전은 부차적인 요인이었다”며 F-X 사업과 전투기 개발사업을 연계하기로 한 정책 때문에 불가피하게 기술 이전을 조건으로 요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술 제3국 도입 혹은 자체 개발 문제 없나
군은 미국이 기술 이전을 거부한 AESA(능동전자주사식 위상 배열) 레이더 체계 통합 기술을 유럽 등 제3국과 협력을 통해 개발하겠다는 입장이다. AESA 레이더의 안테나는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LIG넥스원이 작년 하반기부터 개발에 착수해 2017년까지 완성한다는 계획으로 현재 3단계 개발 과정 중 2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IRST)는 핵심 기술 개발에 근접해 있는 상태로 전해졌다. 전자광학 표적 추적 장비(EOTGP), 전자파 방해 장비 등 나머지 2가지도 완성도가 90%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 기술이 개발된 뒤에도 남는 난제는 전투기에 들어가는 다른 미국 기술과 체계통합을 하는 것이다.
방위산업체 관계자는 미국이 F-22를 개발할 때 록히드마틴과 보잉, 마리에타 3개 사가 공동 제작했다”며 각각 제작한 부분을 나중에 통합할 때 예상한 대로 운영되지 않아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사 제품의 자세한 제원과 구동원리는 타사에 제공하기 어려운 민감한 정보”라며 미국과 한국, 또 제3국이 공동 작업을 하면 변수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기간 연장과 예산 증액 땐 비판 불보듯
KF-X 사업이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면 그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기간 연장은 필연적으로 예산 증액을 불러오기 때문에 예산 당국의 검증은 물론 국회 및 여론의 비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의 관계자는 KF-X 사업은 내년 예산부터도 방위사업청의 요구분보다 대폭 삭감된 670억원 정도로 책정됐다”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도 지난해부터 비판이 제기됐다. 국방위원회 관계자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KF-X 사업과 관련해 기술이전 협상 결과에 따라 사업의 일정이 늦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며 추진 주체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KF-X 사업의 추진력을 유지하기 위해 2개 이상의 정부 부처가 주도하는 사업으로 재편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군 소식통은 KF-X 사업의 취약했던 부분이 일찌감치 공개된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는 시각도 있다”며 공개적으로 검증을 받은 뒤 공군 전투력 유지와 항공산업 발전을 종합적으로 연계해 추진전략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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