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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들의 히치하이킹`, 의미찾기와 논란 사이 길을 잃다
입력 2015-09-28 17:21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방송인 노홍철을 앞세운 MBC의 야심찬 파일럿 프로그램,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 표류하고 있다. 노홍철을 향한 대중의 엇갈린 시선을 차치하더라도, 기획의도가 불분명한 전개를 비롯해 원작 영화 표기 논란 등으로 내, 외풍에 시달리고 있다.
27일 방송된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취업난으로 경제활동 뒤편으로 밀려나 있는 20~30대 청춘이 스스로를 자조적으로 표현하는 이른바 '잉여'들이 최소 생계비로 20일간 유럽 전역을 여행하는 리얼 버라이어티다.
노홍철의 음주운전 후 복귀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시작 전부터 날카로운 대중의 시선을 받은 이 프로그램은, 노홍철을 지나치게 앞세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녀석'을 향한 비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노홍철은 맨손으로 유럽 여행에 나선 청년들과 함께 히치하이커가 돼 특유의 자유분방한 매력을 발산했으나 관심을 모은 것은 그의 음주운전 관련 발언이었다.

공짜로 차를 얻어 타고 가는데 성공한 노홍철은 네덜란드에서 왔다는 운전자가 운전면허가 있느냐고 묻자 없다. 운전면허가 취소됐다”고 답하며 큰 실수를 했다. 음주운전 후 모든 것을 잃었다. 음주운전 절대 하지 마”라고 충고했다.
이후에도 음주운전 이후 심경에 대한 언급은 계속됐다. 그런가하면 자신이 8.15 특별사면을 받은 사실까지 방송을 통해 공개하는 솔직함을 보였다. 8월15일에 결혼했다고 말한 커플의 말에 "나도 8.15 특별 사면을 받았다"고 답한 것.
이러한 직진성 '자폭'에도 대중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특히 자숙기간이 길지 않았다는 점보다도 적발 사실이 보도된 초반 거짓으로 해명하려 했던 점에 실망했다는 반응은 여전히 그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런가하면 원작이자 모티브가 된 동명 영화에 대한 충분한 예의를 갖추지 못해 논란에 휩싸였다.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2013년 발표됐던 동명 독립영화의 정식 TV판을 표방, 영화 내용을 모티브로 TV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 뜻을 같이 한 사실이 방송 전 알려져 화제가 됐으나 TV 시청자들에겐 이 같은 부분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원작 영화의 이호재 감독이 공개적으로 아쉬움을 표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감독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MBC 예능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원작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을 모티브로 제작됐다"면서 "표절과 모티브의 가장 큰 차이는 모방을 의도적으로 드러낸 것과 그렇지 않음에 있다. 진실은 단순하고 정직은 단단하고 진리는 단아한 법"이라고 적었다.
이 감독은 "MBC 예능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방송중에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에 대한 모티브임을 명시하는 단 하나의 조건으로 원작자로서 그 어떠한 요구도 하지 않고 콘셉트와 타이틀에 대해 동의를 했다. 하지만 정작 본 방송에는 내게 감사하다는 짧은 코멘트뿐이었다. 내게 받은 도움이 아닌, 모든 걸 영화에서 복제하듯 붙여 넣고 말이다"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 감독은 이어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나 혼자서 만든 것이 아니다. 우리 맴버들을 비롯 영화를 애정해주셨던 모든 분들이 있었기에 작게나마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다. 죄송한 마음이 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나만의 것이 아니기에, 내 이름 따위가 아닌 원작의 모티베이션에 대한 언급이 반드시 필요했다. 원작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가 결여 돼 실망스러울 따름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예능판 연출자인 손창우 PD는 이호재 감독과 전화통화를 하고 오해를 풀었다고 밝혔다. 손 PD는 언론 인터뷰에서 "제작진으로서는 예우를 갖춰 자막을 제작하고 사전에 이 프로그램의 취지와 영감을 얻은 원작을 알렸다고 생각했는데, 부족했던 것 같다"며 "감독님과 원만하게 협의를 마쳤고 2부 때는 감독님이 원하는대로 최대한 자막을 넣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2부작으로 구성된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28일 밤 다시 한 번 시청자를 찾는다. 과연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 초반 전하고자 했던 기획의도는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까. 자유분방함을 표방했다지만 예기치 않게 길을 잃고 표류하는 프로그램이 2부에선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되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psyo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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