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서 희망 살린 한국 셔틀콕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대~한민국!”
한국 배드민턴은 모처럼 흥이 났다. 20일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015 빅터 코리아오픈 배드민턴 슈퍼시리즈 결승전에서 한국은 남자복식, 여자단식에서 우승을 남자복식, 여자복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사상 최초로 한국 선수가 모두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던 아픔을 씻는 내용이었다.
가장 먼저 열린 남자복식은 집안싸움이었다. 한국 배드민턴의 간판인 이용대(27·삼성전기)-유연성(29·수원시청)이 김기정(25)-김사랑(26·이상 삼성전기)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호흡을 맞춘 둘이 코리아오픈 첫 우승을 달성했다. 이용대는 고성현과 짝을 이뤄 2년 전 남자복식에서 우승한 지 2년 만에 다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유연성은 첫 코리아오픈 우승을 경험했다. 세계랭킹 1위의 체면을 세웠다.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 라켓과 유니폼 상의를 관중석에 던지는 화끈한 서비스도 보여줬다.
한국 선수들끼리의 대결이라 긴장감이 떨어지리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비록 김기정-김사랑이 세트스코어 0-2로 패했지만 끈질기게 형들을 따라갔다. 2016 리우올림픽에 세계 8위까지 출전하게 되는 점을 생각하면 더 분발해야 한다. 세계랭킹 14위인 김기정-김사랑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게 또 하나의 소득인 셈이다.
일본오픈에 이어 2주 연속 슈퍼시리즈를 우승한 이용대-유연성은 이제 여유롭게 시즌 운영을 할 수 있게 됐다. 랭킹포인트에서도 2위에 넉넉하게 앞서 있다. 이용대는 이제는 올림픽에 포커스를 맞춘다. 슈퍼시리즈급 대회만 출전해 경기력을 유지할 생각이다. 네트플레이와 세밀한 부분을 더 보완하겠다”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용대-유연성의 우승으로 뜨거워진 SK핸드볼경기장은 여자단식 결승에서 절정으로 치달았다. 주인공은 바로 여자단식의 희망 성지현(24·MG새마을금고)였다. 성지현은 자신의 천적인 중국의 왕이한을 세트스코어 2-1(21-14 17-21 21-18)로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2년 만에 이 대회 정상에 올랐다.
극적인 승부였다. 1세트는 초반부터 성지현이 앞서며 따냈지만, 2세트에서는 접전 끝에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아쉽게 내주고 말았다. 3세트도 초반 6-11까지 뒤지며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성지현은 막판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12-12 동점을 만들었고, 이후 시소게임을 펼쳤다. 강한 공격으로 19-18 리드를 잡은 뒤 상대 공격이 아슬아슬하게 아웃되며 20-18을 만들었다. 매치 포인트에서 성지현의 서브를 받은 왕이한의 셔틀콕이 다시 한 번 아웃되자 성지현은 무릎을 꿇고 승리를 기뻐했다. 성지현이 왕이한의 공격을 받아낼 때, 그리고 공격을 성공할 때 관중들은 성지현에게 기를 불어넣으며 하나가 됐다.
이 경기 전까지 성지현은 왕이한을 상대로 1승10패, 절대적인 열세에 놓여있었다. 하지만 성지현은 슈퍼시리즈에서 우승해서 너무 기쁘다”며 만약 오늘 경기가 중국에서 열렸다면 결과가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일방적인 중국 관중의 함성 속에 자주 경기를 했었다. 한국 팬들의 응원이 정말 반가웠다”고 활짝 웃었다.

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015 빅터 코리아오픈 배드민턴 슈퍼시리즈 남자복식 결승전, 한국 이용대-유연성과 한국 김기정-김사랑의 경기서 한국 이용대가 우승 후 관중석을 향해 유니폼을 던지고 있다. 사진(올림픽공원)=옥영화 기자

이날 SK핸드볼경기장에는 3500여명의 관중이 자리를 채웠다. 빈자리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들은 막대풍선을 치면서 분위기를 돋았다. "대~한민국!"이라는 익숙한 응원도 등장했다. 홈 관중의 열렬한 응원이 힘이 됐는지 한국 배드민턴은 제대로 잔치를 벌였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