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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에 빠진 한국남자프로골프’ 언제 빠져 나올까
입력 2015-08-25 16:19 

올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상금 1억원 이상을 벌고 있는 선수들은 모두 34명이다. 5억원을 넘긴 선수가 3명이고 2억원 이상도 11명이나 된다. 5000만원 이상은 58명이다. 여자골퍼들의 ‘상금 잔치에는 즐거운 비명 뿐이다.
반면 남자골퍼 중 상금 1억원을 넘고 있는 선수는 6명 뿐이고, 5000만원을 겨우 넘긴 선수 숫자도 13명으로 여자선수들에 비해 무척 초라한 벌이를 하고 있다. 상금 선두(2억 4069만원) 최진호는 여자상금 순위로는 9위 밖에 되지 않는다. ‘상금 가뭄에 진짜 비명 소리가 들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시드권을 획득해 ‘투잡을 뛰는 선수들이 꽤 있다. JGTO에서 상금 1억원 이상을 번 34명 중 10명이 한국선수들이다. 김경태는 약 5억 7000여만원으로 상금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6월 말 군산CC오픈 이후 무려 2개월이나 자의반 타의반으로 ‘여름 방학에 들어갔던 국내 남자골프가 27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 하늘코스에서 열리는 ‘함께하는 제58회 KPGA 선수권대회로 하반기에 돌입한다. 이 대회는 타이틀 스폰서를 맡겠다고 나서는 기업이 없어 타이틀 스폰서 이름 자리에 ‘함께하는이 대신 붙었고 총상금도 지난해 10억원에서 8억원으로 2억원 줄어 들었다.

방학이 끝나기만을 목 빼놓고 기다리던 남자골퍼들에게 9월은 ‘기회의 달이다. KPGA 선수권부터 굵직굵직한 대회가 4주 연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9월 3일 시작하는 매일유업 오픈은 총상금 3억원으로 ‘작은 대회지만 코오롱 제58회 한국오픈과 제31회 신한동해오픈은 총상금이 각 12억원과 10억원으로 매머드급이다. 9월이 지나면 매치플레이 대회 1개와 5억원 이하 대회 2개만 남기 때문에 상금왕도 진작에 결정될 전망이다.
극심한 대회 가뭄을 겪고 있는 KPGA는 나름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대회 연수에 맞춰 우승자에 대한 시드를 확대했고 대회를 개최하는 스폰서 추천 권한도 넓혔다.
최근에는 골프 재능기부 프로젝트 ‘KPGA가 간다 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인기 남자골퍼들이 골프 팬을 직접 찾아가 원포인트 레슨과 미니게임을 진행하는 등 팬들과 함께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KPGA선수권대회 때도 주요 선수들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한 후 KPGA 액자에 담아 증정하는 해피포토존 행사도 진행한다. 지난 5월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최고령 컷통과 기록을 세운 ‘레전드 최상호(60)가 다시 KPGA선수권에서 기록 경신에 도전하는 등 베테랑들의 노력도 눈물겹다.
하지만 선수들 스스로 남자골프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일 양국 시드권을 모두 갖고 있는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상금이 많은 일본투어에 집중하느라 한국 대회 위상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KPGA선수권만 하더라도 김경태를 비롯해 이상희, 황중곤, 문경준, 백석현, 이경훈, 송영한, 박상현, 이기상, 김도훈, 박재범, 류현우, 장익제, 허석호 등 톱랭커들이 대거 일본 대회에 출전하느라 참가하지 않는다.
골프팬들과 ‘함께 하는 대회를 표방했지만 ‘주인들이 상당수 빠진 KPGA선수권이 되고 만 셈이다. 러프에 빠진 KPGA가 멋진 리커버리샷을 날릴 수 있을까. 버디 기회를 만들 수 있을 지 없을 지는 전적으로 KPGA 선수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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