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롯데사태 2라운드는 ‘개혁추진 VS 법적대응’ 구도
입력 2015-08-12 17:04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가 오는 17일로 정해지면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간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당초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을 미루는 모양새를 취했던 신 회장과 한국 롯데그룹은 예상보다 앞당겨 전격적으로 주총 일정을 잡음으로써 선제 공격에 나섰다. 반면 동생에게 선공할 기회를 뺏긴 신 전 부회장은 주총 대신 법적 대응으로 동생의 공격에 맞설 것으로 보인다.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가 경영권 분쟁과 관련된 안건으로 열릴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이번 주총 안건에는 경영권과 관련해 중요한 내용이 담겨있지는 않다. 일본 롯데홀딩스가 발의한 주총 안건은 ‘사외 이사 선임과 ‘지배구조 관련 등 두 가지 뿐이다. 경영권 문제만 놓고 본다면 그야말로 ‘깡통 주총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신 회장 입장에서 이번 주총이 ‘자신의 편을 확실히 파악하는 자리이자 자신을 이사직에서 해임하기 위해 주총을 열고자 하는 형의 반격을 사전에 차단하는 기회로 평가된다. 롯데 관계자는 (주총) 개최 목적 자체가 한국의 비난 여론과 투명성 개선 요구에 대한 대응 차원인 만큼 안건이 통과된다는 것은 신 회장이 한·일 롯데를 완전히 접수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에 없던 사외이사를 신설하는 안건은 정관 변경이 필요한 특별결의 건으로, 의결권을 가진 주주 2분의 1 이상이 참석하고, 그중 3분의 2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전체 주주를를 놓고 봤을 때 최소 33.3%가 찬성표를 던져야 하는 것이다. 꼼꼼하고 계산이 빠른 신 회장 성격상 이번 주총이 ‘이기는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련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때문에 안건 통과 유무보다는 주총 출석률과 찬성률이 대외적인 관심사가 될 수 있다. 수세에 몰리고 있는 신 전 부회장 입장에서는 이번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질 자신의 우호세력을 최대한 많이 출석시켜야 한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7일 일본으로 돌아가 나흘간 롯데홀딩스·광윤사 주주들을 만나 우호지분 확보에 나서는 등 주총 표 대결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 신 전 부회장이 우호세력을 결집해 안건통과를 막는다면 그동안 최대 70% 이상 우호지분을 확보해왔다고 주장해온 신 회장 진영에 큰 부담이 된다. 특히 주주가 100% 참석한다고 가정하면 67%의 찬성표가 필요한데, 아직 신 회장이 이 만큼의 롯데홀딩스 우호 지분을 가지고 있을 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신 전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가지고 있는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설득해 위임장을 얻는다면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에서 한창 법적 대응 등 경영권 확보를 위해 물밑 작업을 하던 신 전 부회장이 주총 소집 소식을 듣고 지난 11일 급거 귀국한 이유 중 하나가 아버지를 설득해 위임장을 받아내기 위해서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아직 신 총괄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 지는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나 아들들이 1%, 2%대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역시 보유지분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이 아버지의 위임장을 받는다면 이번 분쟁에서 또 다른 상징적인 의미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 전 부회장은 11일 늦은 밤 귀국한 후 곧장 신 총괄회장이 머무는 소공동 롯데호텔을 찾았다. 이후 외출을 하지 않고 아버지 곁에 머물며 설득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자신의 세력을 결집해 주주총회 요구를 하려던 신 전 부회장이 ‘주주총회라는 빅 모멘텀을 뺏긴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법적 대응을 하는 것이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10일 신 총괄회장 대리인 자격으로 롯데 지배구조에서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12개 L투자회사중 9개의 등기부 등본 변경을 신청했다. 그는 지난 7일 일본으로 돌아가기 직전 최근 L투자사들의 대표이사 명의가 신동빈 회장으로 바뀐 것에 대해 이는 신 총괄회장 동의가 없는 신 회장 단독행위이며 법적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음날인 11일 일본롯데·롯데상사·롯데부동산·롯데물산·롯데전략적투자·롯데아이스 6곳의 등기부 등본 변경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이사회를 거친 등기변경이 변경 신청을 통해 다시 뒤집어지기는 어렵지만 향후 법정 소송이 붙을 경우 중요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통상 기업의 주총을 연이어 열기는 어렵지만, 신 전 부회장은 이런 법적 대응을 통해 동생이 한·일 롯데의 경영권을 부당한 방법으로 탈취했다는 쪽으로 여론전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새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